1박2일

1박2일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2년 01월 07일(금) 09:45
텔레비전 인기 프로그램 중에 '1박2일'이 있다. 2007년에 첫 방송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중간중간 출연진 일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중도 하차하기도 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박2일은 전국 구석구석 찾아다닌다. 역사적 내용을 담고 있는 유적지에서부터 유명 관광지, 때로는 지역의 특산물을 안내하기도 한다. 그러나 1박2일이 시작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은 순서가 있다. 잠자리 복불복이다. 출연진들이 게임을 통해 잠자리를 결정하는데 절반 정도는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잠을 자는 방식이다. 때로는 악천후 속에서도 텐트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 한겨울 혹한에도 여지없이 잠자리 복불복을 진행한다. 한번은 출연진과 스텝들이 잠자리를 걸고 게임을 했는데 결과는 출연진이 승리하면서 스텝 전원이 폭우가 쏟아지는 야외에서 대형 텐트를 치고 잠을 잔 일도 있었다.

매주 주일 저녁에 방송되는 1박2일을 한 번씩 시청하다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매서운 추위 속에서 물에 뛰어들거나, 혹한기에 야생을 경험하고, 배에 올라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갯벌 체험을 하고, 출연진들로서는 한계점을 넘나들 정도로 험난한 산을 오르기도 한다, 때로는 출연자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1박2일이 인기를 끌면서 교회에서도 이를 모방한 프로그램이 한동안 유행했다. 청소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수련회에서 1박2일에서 소개된 개임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잠자리 복불복을 통해 불편을 경험하도록 하는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게임에서 진 사람(팀)이 한겨울에 얼음장 같은 물속으로 뛰어드는 벌칙을 받는 것은 일반적인 행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이 모든 것이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교회에서 갖는 수련회는 꿈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됐다. 확진자가 발생한 일부 교회의 확진 과정을 확인한 결과 수련회가 문제가 되면서 이전과 같은 수련회를 진행하는 교회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코로나 이전부터도 교회 수련회가 축소되거나 준비조차 할 수 없는 교회가 늘었다는 것이다. 청소년 청년층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교회에서 진행하는 수련회에 대한 무관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청년층의 문제가 교회에도 적지 않게 영향이 미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현실로 받아들여 질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요즘 젊은층의 텔레비전 시청률이 떨어지고 유튜브 등 다른 매체로 옮겨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자신들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프로그램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현실 감각이 둔감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회를 등지고 돌아선 젊은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세대'(아동 청소년 청년)는 여전히 구호뿐이다. 젊은이들이 몸부림치고 고민하며 눈물 흘릴 때, 교회가 함께 울어 줬는가.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활기찬 모습이 오늘의 젊은이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물론 그 프로그램 안에도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적이던 수련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을 도외시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따라하기 정도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교회는 위기 상황을 이야기한다. 당장의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의 교회가 과연 이전과 같을 수 있을까에 의구심을 갖는다. 닥쳐올 내부적인 현안 풀기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나만 살아 보겠다'는 식을 자행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안할 수는 없지만 이에 방점을 찍는 것은 결코 교회적인 방법이 아니다.

젊은이들에 대한 교회의 생각도 이제 '이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아젠다를 제시하고 숙고해야 할 것이다.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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