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임원이 되고 싶다

나도 임원이 되고 싶다

[ 목양칼럼 ]

이창교 목사
2021년 12월 29일(수) 08:15
매년 연말이 되면 직장인들은 승진 심사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들은 열심히 일한 대가로 사원에서 대리로, 대리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부장으로, 또 부장에서 회사의 꽃이라고 하는 임원으로까지 승진을 하는가 하면, 만년 부장, 만년 과장에 정년 연수는 다가오고, '명퇴'를 고민해야 하는 이들도 많아지게 된다.

얼마 전 어머니 장례식 때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오랜 친구들이 조문을 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은행에서 지점장을 하다가 퇴직한 친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빨리 옷 벗을 줄 알았으면, 지점장 되지 말고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나을 뻔 했다'면서 '일찍 승진해서 빨리 임원이 된 것이 오히려 화가 됐다'는 식의 푸념을 했다. 그러자 대기업에서 만년 부장으로 있는 친구가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면서, '나도 임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조금 일찍 퇴직을 하더라도 퇴직하기 전에 직장 생활의 꽃인 임원은 해보고 졸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회 오지! 우리 교회에 오면 임원 시켜줄 수 있는데….'

매년 연말이 되면 교회 각 부서에 임원을 임명해야 한다. 그런데 서로 임원을 안하려고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임원을 시키면 교회를 떠나겠다고 목사에게 으름장을 놓는 교인들도 있다. 세상에서는 그렇게 임원이 되고 싶어도 임원 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데, 왜 교회에서는 임원을 시켜준다고 해도 안하려고 하는 걸까?

세상에서의 임원은 그만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연봉도 올라갈 것이고, 개인 사무실에 개인 비서에, 모든 근무여건이나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교회의 임원은 따라오는 보상은 없고, 책임만 많이 주어지니 고사하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교회 임원에게는 따르는 보상이 없을까? 이 땅에서 눈에 보이는 보상은 없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얼마나 큰 상급이 있겠는가.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 소망을 두고 사는 이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소망을 두고 사는 사람들인데, 왜 우리는 하늘의 상급이 주어지는 교회 임원 자리를 그렇게 피하고 싶을까. 오히려 세상의 임원이 되는 것 보다 교회 임원 경쟁률이 훨씬 더 높아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나도 임원이 되고 싶다'는 이 고백이 우리 성도들의 고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도대체 믿음이 무엇인지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사랑할 수 없고, 하나님과 세상을 겸하여 사랑할 수 없다고 가르쳐주신 주님의 가르침을 새삼 마음에 다시 한번 새겨본다.



이창교 목사 / 상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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