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돌로 치라

먼저 돌로 치라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1년 12월 15일(수) 16:20
기독교인이라면 수없이 많은 들었던 말씀 중에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가 있다. 성전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던 중에 있었던 사건이다. 호시탐탐 율법을 위반하기만을 지켜보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음행 중 잡힌 여인을 데려와서 예수님을 시험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이에 잠시 침묵(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하신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땅에 쓰신 글씨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돌로 치라'고 말씀을 하시기 전과 후에 예수님이 취한 행동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돌로 치라'는 것이었고, 행동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거 정국을 보내고 있다. 내년 3월에 있을 제20대 대통령선거와 또 국회의원 보궐선거, 그리고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등으로 떠들썩하다. 최대 관심사는 대통령선거이기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나 지방선거는 표면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출마에 뜻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천타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검증 또한 음으로 양으로 진행 중이다.

이같이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은 물론이고, 후보자와 관련된 가족, 선거 운동에 참여하는 각 캠프의 관계자들에 대한 검증까지 이뤄지고 있다. 공인으로 나서겠다고 뜻을 세운 분들에 대한 검증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그들이 내어놓는 공약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가진 인품, 혹은 살아온 과정, 또한 지도자로서의 적합성이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공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같은 검증 절차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은 상대후보를 검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과열'이다. 그 뒤에는 서로 편가르기에 앞장서며 중상모략이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발달 확대되면서 각 선거를 앞두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책임지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의 중상모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자고 나면 뻥뻥 터진다는 말이 실감난다. '중상모략(中傷謀略)'의 사전적 의미는 '근거 없는 말로 남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를 손상시키는 중상과 속임수로 남을 해롭게 하는 모략을 아우르는 말'이다. 요즘 활용되는 '가짜뉴스'도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을까.

중상모략, 가짜뉴스의 특징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우리 사회가 큰 혼란에 빠져들까 염려된다. 벌써부터 상대 후보에 대한 중상모략이 판을 치고 있으며, 검증되지도 않은 뉴스들이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후보자의 선거 캠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깎아 내리다 못해 찍어 내리기 위한 가짜뉴스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선거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까지 끌어내서 인격살인을 일삼기 일쑤다.

이같은 문제가 기독교인 사이에게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것은 할 말을 잊게 한다. 교회에는 조직을 갖춘 각종 모임이 있다. 모임에 참여하는 교인들끼리 SNS로 연결되어 있어 쉽게 말을 전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이다. 검증되지 않은 뉴스를 보고 듣는 대로 생각 없이 퍼 나른다. 이로 인해 때로는 상처를 받고 단체방을 탈퇴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받은 상처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근거가 없이 악의에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 교회,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방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행위는 당연하다. 그러나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는 행위는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비방하기 전에 내 스스로 돌을 들어 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눈앞에 다가온 우리나라의 중요한 선거가 승자와 패자를 떠나 모두가 박수 치는 잔치자리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 기독교계가 오늘 주님께서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하실 때,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당당하게 먼저 돌을 들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자괴감이 드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박만서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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