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목사가 되었던가

왜 목사가 되었던가

[ 목양칼럼 ]

박남주 목사
2021년 12월 15일(수) 08:10
목회하는 동안에 갖가지 위기를 겪게 된다. 큰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식사기도를 시켰더니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아빠 빨리 하늘나라 데려가 주세요."

기도가 끝나고 왜 그렇게 기도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아이가 보기에도 아빠가 교회에서 겪고 있는 일이 너무도 힘들게 느껴져서 빨리 하늘나라 가셔서 편히 쉬시라고 그랬단다. 얼마나 귀한 효심인가?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하나님의 일을 많이 하고 천국 가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렇게 자란 두 아들도 목사가 되었다. 순간을 드려 영원을 얻고자 하는 믿음 때문이다.

성도들과 함께 대형버스에 가득 타고 서울 삼각산으로 기도하러 간 적이 있었다. 먼저 온누리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진 후 삼각산 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산에 올라가 6시부터 8시까지 각자 기도하고 탑승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떠날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 집사님이 오시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이나 기다렸지만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 분은 70세가 넘은 분으로 남편이 항상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것을 일평생 겪고 살아오신 분으로 교회 바로 옆에 사시는 분이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렸지만 그 분은 끝내 안 나타났다.

할 수 없이 종로 소방서 119에 신고해서 대원들이 출동하게 되었다. 그러나 산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안 보인다며 10시 넘어 그냥 돌아가고 말았다. 필자는 현지 파출소장 순찰차를 타고 소장과 함께 산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그 분은 보이질 않았다. 11시가 넘어가자 버스를 무주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한 장로님과 필자만 남아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12시가 넘어가자 비가 쏟아졌다. 그 때 그 심정은 그야말로 '숯검댕이'가 다 된 상태였다.

혹시나 해서 서울 사는 딸과 무주에 사는 큰 아들 집으로 전화를 해 보았지만 엄청 화를 낸다. 연로하신 어머니를 어떻게 했길래 실종되었느냐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뭔 일을 낼 것만 같았다. 그 때 옆에 있던 장로님이 말씀하셨다. "목사님! 일 났네요!"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걱정이 되었다. 내가 왜 목사가 되어서 이런 어려움을 겪는단 말인가. 그 때 생애 처음으로 목사된 것이 후회되었다.

새벽 5시가 지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집사님 집으로 전화를 해보았다. 그런데 그 분이 무주의 자기 집에서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가? 반갑고 기쁘기도 했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나중에 알아보니까, 이 분이 기도하러 혼자 높은 곳으로 갔다가 경계선으로 쳐 놓은 철조망을 넘어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큰 길까지 찾아나와서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서 열차를 타고 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어떻게 캄캄한 산 속에서 무사히 빠져나가 무주까지 가셨을까?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사건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님의 특별한 보호하심이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너무도 놀라운 은혜의 사건이다. 그 때 한 가지 가슴에 남는 것은 그 장로님의 말씀이다. 물론 일이 생겼으니까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때도 옆에서 "별 일 있겠습니까?" 하고 위로의 말을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말 대신에 위로와 희망을 주는 말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평생 동안 목사된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날 그 사건은 너무도 큰 충격이었기에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모든 문제보다 주님의 은혜는 항상 더욱 크고 놀랍기만 하다. 그 은혜에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박남주 목사 / 무주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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