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삶의 의미: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주간논단 ]

채은하 총장
2021년 12월 14일(화) 08:02
이 질문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제목(1885년)이다. 많은 세계인들이 공감했을 이 질문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이 주제는 많은 강단을 통해 최소한 1회 이상은 들었을 기독교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톨스토이가 19세기 말에 던진 이 화두를 지금 다시 던진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1년 2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17개 선진국의 성인 1만 8850명에게 '삶의 의미'를 묻고 지난 11월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질문에 대하여 미국 영국 일본 유럽 등 주요 17개 선진국 가운데 14개 나라들의 답변 1순위는 '가족'(38%)이었다. 그러나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인 풍요'로 답했고, 한국인의 '가족' 비중은 17개국 중 16위(16% 차지)였다고 한다. 한편 종교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응답은 미국이 15%로 가장 높았으나 한국은 불과 1%에 머물고 있고, 조사 대상 국가 17개국 중 15번째였다. 이 조사는 한국인의 종교성이 유난히 높다는 일반적 이해와는 다른 결과이다.

우리 한국인에겐 반만년의 역사에서 줄기차게 보존해 온 국가/개인적 가치가 뚜렷하게 있었다. 얼마 전까지 한국인에게 중요했던 충·효·예와 같은 가치는 이미 그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된 고전 책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지난 세기 우리 기독교회는 한국의 근대사와 뗄 수 없는 영향력을 강력하게 발휘해 왔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 치하 그리고 군사 독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대사에서 교회와 기독교의 가치가 질 높은 삶을 갈구하는 한국의 심장에 - 기독교이든 비기독교이든 - 최고의 대안으로 자리해 왔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교회와 기독교는 19세기 말 시작된 선교 역사 이래 사랑 실천과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선진 의식과 희생 봉사의 대명사로 자타가 인정할 만큼 고상하고 배타적인 종교라고 자부해왔다.

그러나 21세기 그토록 갈구하던 가난으로부터의 해방과 물질적 풍요를 기적처럼 이룬 대한민국의 현주소, 경제대국 10위 권에 오르고 세계 곳곳마다 K브랜드로 한국인의 자긍심을 한층 높이고 있는 지금, 앞의 조사에서 보듯이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인생의 최고 가치요 의미라는 시대정신에 휩쓸리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하나님 대신 물질적 풍요 내지 경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그렇게 강조해 오던 하나님 신앙 내지 희생과 봉사와 섬김과 사랑의 가치가 물질적 풍요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모든 정신적·신앙적·전통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되거나 대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전락되고 만 것이다.

곧 2021년 신축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교회와 성도들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 성탄절에 다시금 우리의 기독교적 가치와 삶의 의미를 강조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너무 구시대적이어서 포기하고 오늘의 물질 최고주의에 묻혀 살아야 하는지 아쉽다.



채은하 총장 / 한일장신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