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정체성

뒤바뀐 정체성

[ 주간논단 ]

오대식 목사
2021년 12월 07일(화) 08:10
이스라엘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금송아지를 두 번 만들었다. 제일 잘 알려진 사건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을 때 산 아래에서 아론과 백성들이 만든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갈라졌을 때 북쪽의 사람들이 남쪽의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로보함이 북쪽의 벧엘과 단에 제단을 세우고 금송아지 두 개를 만들어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게 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금송아지 제작 사건을 보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도 모르고 우상을 만드는 매우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자세히 보면 출애굽 때도 그렇고 이스라엘의 분열 때도 그렇고 그들은 하나님과 다른 신의 개념으로 금송아지를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백성들의 마음도 갸륵하여 자기들의 손에서 금 고리를 빼서 금송아지를 만들었다고 했다.(출32:4)

그러나 정성을 다해 하나님의 형상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기분이 몹시 나쁘셨던 것은 그것이 하나님의 본래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그리거나 이상하게 그려 놓을 때 기분이 좋지 않듯이 하나님께서도 자신의 모습이 왜곡된 것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신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이라고 금송아지를 만들었지만 하나님은 그것이 당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몹시 화를 내셨다.

왜 하나님께서는 금송아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을까? 그것은 금송아지가 갖는 풍요와 강함의 의미 때문이다. 하나님은 강하고 풍요로우며 크시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으면 누구나 강하고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일부의 모습이지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정확하게 만들지 못했기에 당신께서 직접 당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셨다. 하나님의 손은 매우 정확하고 정교하다. 왜냐하면 그 손으로 천지를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그런 정교한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주신 하나님의 형상은 바로 십자가이다. 십자가란 무엇인가? 그것은 낮아짐, 죽으심, 희생, 내려놓음, 사랑을 의미한다. 송아지와는 반대의 개념이다.

풍요와 돈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의 하나님이 된다면 그것은 우리를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한다. 지금 한국교회가 가고 있는 내리막의 길도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인들은 손에서 금 고리를 빼어 헌금하지만 교회는 그것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어 간다는 데에 있다.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신가? 금송아지인가? 아니면 십자가인가?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금송아지를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십자가이다. 우리 마음 속에서 자꾸만 바뀌어 가고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 제 모습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한국교회의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오대식 목사 / 높은뜻덕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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