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은혜

[ 목양칼럼 ]

이민수 목사
2021년 12월 01일(수) 08:25
일찍 신학을 시작하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신학을 마치고 1996년 7월 마지막 주일에 친구 목사가 목회하던 홍천중앙교회에 부임하였다.

부임 당시 교인은 장년부 재적 8명에 아동부 10여 명이 전부였으며 전형적인 1970~80년대 판자교회였다. 홍천읍에서도 소외된 곳이라 열악했지만 그 해에 주변 개발로 인하여 교회 앞에 새로 아파트가 입주하고 있었기에 사실 그 부분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 다녀간 분들은 이런 교회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느냐며 기겁을 하고는 다시 오지 아니하였다. 마음을 다해 전도하였지만 결국 전체 525세대 중 그나마 노인 한 가정만 등록을 하였고 '아, 사람들은 교회의 규모와 시설 등의 외관을 보는구나' 현실의 벽을 절실히 느꼈다.

그러나 홍천에 나보다 훌륭한 목회자 분들이 많으신 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홍천중앙교회를 사랑하셔서 특별히 젊은 층 및 초신자 중심의 사람들을 보내주시기 시작하였다. 평생 교회 한 번 가보지 못했던 분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하나님을 믿게 되고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초신자가 많다 보니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번은 알코올 중독자였던 분이 교회에 등록을 해 심방을 갔다. 예배가 끝났는데 그 성도가 대접을 하려고 "목사님, 소주가 좋을까요? 맥주가 좋을까요?"하며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어제 술 끊었습니다. 그냥 물 주세요" 하며 같이 웃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특별히 아기 은사를 주셨는데 7년 동안 아기를 낳지 못하여 고통받는 가정에 심방예배를 드리고 안수기도해 주면 몇 달 후에 임신소식이 들려오곤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교회는 1년에 최고 30여 명까지 태어나는 해도 있었다.

교회는 오랜 시간 부교역자가 없었다. 강원도하면 산골로만 생각해서 그런지 부교역자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서울 부근으로만 사역지를 찾는다는 말도 들었다. 대신 평신도들이 훈련돼 있어서 많은 부분들이 성도들의 사역으로 이뤄져 가고 있다. 교회학교도 부장 중심으로 이끌어 가다가 뒤늦게 교역자가 세워졌다.

교구도 교구장 중심으로, 선교회도 선교회장 중심으로 선교사와 일대일 자매결연을 맺어 기도하고 후원하고 선교사님이 오시면 각 선교회에서 성심껏 선물도 하고 접대하니 모두들 큰 위로를 받고 돌아가셔서 참 감사할 따름 이다. 또한 우리 교회에서 시작해 교인들 뿐 아니라 홍천군민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홍천기부천사 운동본부'도 매달 300여 만원씩 들어와 홍천군에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하니 주님의 은혜다.

물론 그동안 모든 것이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교회를 모함하고 명예를 손상시키며 떠난 성도들도 있었고 여러 가지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시기하고 질투하며 비난하는 사람들을 그저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기도할 뿐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필자를 신뢰해 준 성도들이 있어 잘 견뎌 온 것 같다. 참 감사하다.

때로 하나님께서는 내게 침묵의 훈련을 시키신다. 목회자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듣고도 못들은 척 해야할 때도 있고 혹 나를 미워하는 자를 만나게 되더라도 반가움으로 맞아줘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필자의 기도제목은 우리 교회가 홍천의 모델 교회가 되는 것이다. 건강한 교회, 사랑이 넘치는 교회로서 나눔의 교회가 되는 것이 소망이다. 지나온 모든 일들과 현재의 이 모든 것이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 일 뿐이다.



이민수 목사 / 홍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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