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 없는 구유

아기 예수님 없는 구유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1년 11월 30일(화) 16:19
대림절이 시작된다. 이 때에 맞춰 불빛으로 거리는 장식되고, 교회들마다 성탄을 알리는 성탄 장식을 설치하고 불을 밝힌다.

한동안 연말을 알리는 불빛은 대형 백화점에서부터 시작되곤 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백화점의 장식은 11월 초부터 앞다투어 전등에 불을 밝히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는 백화점에서부터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연말을 앞둔 거리의 장식은 성탄을 알리는 불빛이 되었으며,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이 불빛을 보며 예수님의 탄생을 생각했다. 이러한 장식에서 빠지지 않은 것이 아기예수의 모습이었으며, 예수님의 탄생을 알렸던 큰 별과 십자가는 장식의 주요 소재가 됐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거리와 백화점에서 밝히는 불빛이 화려해지고 있는 것과는 반비례해서 성탄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식이 하나 둘 빛을 잃고 사라졌다. 이제는 성탄의 장식이라고 보기보다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상징하는 화려한 불빛만 남아 있다.

몇 년 전 존경하는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성탄의 메시지가 지금까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림절을 보내며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아픔의 메시지이다.

교회 잘 보이는 곳에, 아기 예수가 탄생한 마구간 모양의 성탄절 장식을 설치해 놓았단다. 지나는 사람들마다 한 번쯤 눈길을 주고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장식이었다. 목사님은 교회에 오며 가며 마구간 장식을 봐 왔는데, 하루는 이곳을 지나는데 느낌이 달라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제와는 다른 변화가 마구간 장식에 있었다.

다름 아닌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구유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던 목동들의 상은 그대로 있는데 구유에 있어야 할 아기 예수 인형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나다니던 개구쟁이들이 예쁜 아기 예수 인형을 가지고 간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신 목사님은 오늘 우리는 '예수님이 없는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고 말씀을 하시며, 잃어버린 예수님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고 메시지를 전하셨다.

필자가 10여 년 전에 현장 취재를 하면서 경험한 일이 있다. 홍수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던 지역에서 진행 중인 구호 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해서 취재 중에 그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에게 농담으로 건넸던 말 때문에 혼쭐이 난 일이 있다. 필자의 말은 "아무래도 이 지역에는 하나님이 안 계신가 봐요." 지금 생각해 보면 혼이 날만 하다.

2021년에 맞이하는 성탄절을 앞두고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여러분의 교회(마음)에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요? 아니면 예수님이 오시는 것이 두려우신가요?", "아기 예수님이 누우실 구유가 준비되었나요?"

필자는 본보 아카이브를 통해 지난 기사를 살펴보면서 가슴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한국 교회를 향해 끝없이 던지는 과제가 '개혁'이다. 물론 개혁교회인 장로교의 표제가 개혁이기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문제는 50년 전, 60년 전, 70년 전에 이야기한 개혁 과제가 오늘도 여전히 변함없이 개혁 과제라는 것이다.

올해도 여전히 '아기 예수가 없는 성탄절'을 맞이할 것인가? 기술의 발달로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있는 성탄 장식에 아기 예수님이 없고 그 자리에 산타크로스만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거리를 밝히는 백화점의 화려한 불빛으로 교회를 장식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2021년 성탄절은 다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정국의 끝이 아직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평화의 왕으로 생명의 주인공으로 오시는 예수님이 더욱더 간절해진다.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을 간절히 소망한다.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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