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지금도 내리고 있다

만나는 지금도 내리고 있다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36. 만나

이강근 목사
2021년 11월 09일(화) 08:40
시내반도에서 본 만나.


시내광야에 만나라는 식물이 있다. 3천 수백 년 전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이 내려주셨던 그 만나로 추정되는 식물이다.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는 시내반도의 베드윈들은 '만(만나)'으로 발음하는 이 식물은 성경의 만나와 발음도 같다. 시내산 광야 깊숙이 여행하다 보면 종종 만난다. 보통 해뜨기 전 이른 새벽이나 오전에 광야의 그늘진 곳에서 볼 수 있다. 작지만 손으로 훑으면 과자같이 모아진다.

이스라엘 네게브와 아라바광야 그리고 유대광야에서도 이 만나를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전문 가이드도 출애굽 때 이스라엘 백성이 먹었던 만나라고 소개한다. 만나의 진위 여부는 하나님 만이 아시겠지만 중요한 것은 오늘날에도 만나라고 이름 하는 것을 광야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먹은 만나일까?

히브리성경에서 만나는 '만'이라 부른다. 만나는 "만 후?", 즉 "이것이 무엇이냐"의 의문형이다. 출애굽기에서 하나님과 모세는 빵이라고 언급했지만 백성들의 이 질문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즉 '무엇이냐'라는 뜻의 히브리어 '만'을 헬라어로 '만나'라고 부른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나무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으로 맺히는 것이기에 베드윈들도 '하늘에서 내려와 열린다'라는 의미로 '만 에스 샤마'라고 부른다.

그럼 이 방울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신기하게도 성경에서 묘사한 만나의 설명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에 내렸던 그 만나와 같다. 첫째는 깟씨 같고, 흰색이며, 꿀 섞은 과자 같고, 이슬처럼 내리고, 해가 뜨면 사라진다.

"이스라엘 족속이 그 이름을 만나라 하였으며 깟씨 같이 희고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더라." (출 16:31), 또한 "만나는 깟씨와 같고 모양은 진주와 같은 것이라 … 밤에 이슬이 진영에 내릴 때에 만나도 함께 내렸더라" (민 11:7,9)

"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서 양식을 비 같이 내리리니 백성이 나가서 일용할 것을 날마다 거둘 것이라." (출 16:4).

그러나 또 다른 구절을 보면 과연 그 만나인가 의문이 든다. "백성이 두루 다니며 그것을 거두어 맷돌에 갈기도 하며 절구에 찧기도 하고 가마에 삶기도 하여 과자를 만들었으니 그 맛이 기름 섞은 과자 맛 같았더라"(민11:8).

광야에서 발견된 만나라는 열매는 절구로 찧고 맷돌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가마에 삶을 수도 없다. 특히 서리처럼 맺히는 것을 60만 명 이상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매일 먹을 수 있었을까? 더욱이 이 작은 것을 1인 당 한 오멜(2리터)씩 거두어야 한다면 노동으로서도 고된 노동이다. "한 사람에 한 오멜씩 거두되 각 사람이 그의 장막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거둘지니라"(출 16:16).

그럼에도 이 만나(만)라는 식물을 보는 순간 출애굽 당시의 그 사건을 추억하는 같은 이름의 식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유대인들은 광야에 내렸던 만나의 흔적을 찾으려는 노력을 시도했었다.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한 것은 히브리대 식물학과 연구진이었다. 1947년 히브리대의 식물학과 보덴하이머 교수는 시내반도에 현지 베드윈들이 만이라고 발음하는 한 식물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이 식물에 맺히는 흰색의 고체 방울을 분석해 냈다.

주머니깍지벌레과에 속하는 만나충이 나뭇가지에 기생하며 배설하면서 생성되는 액체다. 만나충은 나뭇가지에 붙어 수액을 흡수하는데 필요로 하는 질소를 섭취하기 위해 다량의 수액을 빨아들이고 불필요한 단맛을 체외로 배출한다. 이 배출물은 밤중의 건조하고 찬 공기 속에서 끈끈한 고체 방울로 변한다. 이것이 이른 아침 광야에서 발견되는 만나다. 만나의 화학적 성분은 당이 38% 수분이 14%로 단맛의 과자 같은 것이다. 사막의 베드윈들은 이 만나를 주워 설탕이나 꿀 대용으로 사용한다. 주로 5월에서 7월에 대대적으로 형성되지만 일년 내내 발견된다.

이 만나는 시내반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네게브와 유대광야에서도 볼 수 있다. 이것이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먹은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내려준 또 다른 하늘양식인지는 하나님만이 아신다. 그럼에도 만나라 불리는 것만으로도 광야생활 40년간 내려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되새기기에 충분하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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