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희망의 멜로디

작은 희망의 멜로디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

홍우림 목사
2021년 11월 03일(수) 10:00
어둠 속의 작은 희망은 이제 멜로디가 되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갱들이 전쟁이 한창 펼쳐지는 시내 중심 선교센터 안에서는 매일같이 음악수업이 진행이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꽤 연주를 잘한다. 나도 갈 때마다 아이들의 늘어가는 연주솜씨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그 중 몇몇은 눈에 띠는데 처음 음악학교가 시작되었을 때 악기에 매우 호기심이 많은 아이가 있었다. 룩손(Luxon)이라는 이 아이는 누구보다 음악학교에 열정적이었다. 그런데 다음에 다시 방문하였을 땐 이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계속 룩손을 찾았지만 음악학교에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여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몸이 아프다고 하였다. 많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에 그렇게 아이를 만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이 전해졌던가 떠나기 마지막날 조용히 문을 열고 한 아이가 나타났다. 룩손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는 많이 야위였고 힘이 없었다. 무엇이라도 말을 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은데 딱히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있다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룩손, 아직도 음악좋아해?"

나는 바이올린을 가져와 룩손에게 건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은 듯이 악기를 받은 룩손은 나에게 한 곡을 연주해주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곡이었다. 창가에서는 한줄기 빛이 아이를 향해서 비추고 있었고, 가장 아름다운 진지한 연주자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룩손, 너의 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꼭 세상에 전할게' 묘한 감정에 나는 눈물을 참고 나는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한 장의 사진. 그해 이 사진은 IPA 국제공모전 다큐일반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나는 룩손의 이 모습이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고 생각한다. 어둠 속에 울려 퍼지는 작은 희망의 멜로디. 아이들의 작은 희망은 오늘도 아이티에 계속 울러퍼진다.



홍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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