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에게 권력을!

상상력에게 권력을!

[ 뉴미디어이렇게! ]

이종록 교수
2021년 03월 16일(화) 16:27
'상상력에게 권력을!'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구호다. 전세계에서 일어난 '1968년 혁명' 당시 나온 가장 인상 깊은 구호다. 상상력은 우리가 가진 매우 소중한 능력이고, 현재는 불가능해 보이는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하고, 그것을 소망하고 실현하는 데 힘쓰게 하는 동력이다.

현재 과학 기술은 인간이 꿈꾸고 원하는 것들을 어떤 형태로든지 즉각적으로 실현시켜 준다. 특히 스스로 학습, 판단, 행동하는 인공지능의 경우 해낼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해서, 인간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대로 실현해줄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 보니, 어느 철학자가 말한 대로 '불가능한 것을 상상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돼 간다.

요즘 주목받는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가 '딥 페이크(deep fake)'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다른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이다. 얼굴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다른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이라고 믿을 만큼 감쪽같은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딥 페이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상당히 많다고 한다. 하지만 딥 페이크 기술이 악용될 수 있는 분야도 의외로 많고, 이미 그 위험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수익을 위해 어떤 일을 벌일지 우리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하고 발 빠르게 접근해 활용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무슨 방법으로든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인다.

딥 페이크 기술은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강단에 서게 할 수도 있고, 예수님은 물론이고 여러 성현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며 직접 대화하게 만들 수도 있다. 별세한 부모나 형제를 영상으로 보며 대화를 나누는 날도 조만간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론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맘속으로 부모님을 생각하고 상상하게 두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프랑켄슈타인'과 영화 '스피어'가 떠오르는 게 기우가 아니길 빈다. 인간으로 하여금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게 하는 상상력을 기술이 빼앗아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종록 교수 /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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