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혼인잔치

가나의 혼인잔치

[ 4인4색 ]

김철교 장로
2020년 11월 04일(수) 09:50
예수님이 맨 처음 베푸신 기적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것이다(요 2:1~11). 기독교인들조차 성경의 기적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성령에 의한 동정녀의 임신, 오병이어의 기적, 나사로를 살리신 사건 등은 지금 우리 시각에서는 기적이지만 하나님 시각에서는 일상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옛날에는 전혀 이해가 불가능했던 사실들이 지금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기적을 부인할 수 없다. 아직은 모를 뿐이다.

포도주는 유사 이래 오랫동안 음료수의 역할을 해왔고, 당시 유대인들은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를 대접하는 것이 관례였다. 구약시대나 신약시대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도주를 즐겨 마셨다. 유월절에도 최후의 만찬에서도 예수님이 흘리신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를 마셨다.

포도주는 지나치지 않는 한, 몸과 마음의 건강에 유익하다. 사도 바울도 디모데에게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는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딤전 5: 23)고 했다. 시편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하는 포도주'라고 기록하고 있다(시 104: 15).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맞은 편에 아주 큰 그림 '가나의 혼인잔치'(1562~3, 캔버스에 유채, 666x990Cm)가 걸려 있다. 130명이 등장하는 호화로운 잔치의 풍경은 베네치아 성조르조 마조레 수도원에 걸려 있던 것으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베로네제(Paolo Veronese)가 그렸다. 그림의 배경은 갈릴리의 가나가 아니라 작가가 살았던 배네치아이며, 고대 그리스-로마 양식의 화려한 건축물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를 정복하러 온 나폴레옹이 프랑스로 가져간 것이다. 너무나도 컸던 탓에 작품을 반으로 갈라 카페트처럼 굴러서 가져간 후 프랑스에서 봉합했다.

상단 사람들은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중앙에는, 후광을 두르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 왼편에 성모 마리아 그리고 그 주위로 그의 제자들이 앉아있다. 맨 왼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거물급 하객들은 프랑스와 1세 부부, 칼 5세, 영국 메리 여왕, 터키 술탄 등이며, 잔치 흥을 돋우기 위한 앞쪽 중앙 악사들은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베로네제를 포함하여 당대 자신과 어울렸던 화가들이라고 한다. 그들 앞에 악보와 함께 모래시계가 그려져 있는데 세속의 즐거움은 유한하다는 것, 혹은 예수님이 자신의 기적을 행하기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신 것을 은유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림 맨 앞 두 마리의 강아지는 당시 충성을 상징하였으며, 이 작품의 배경이 결혼식임을 알려주고 있는 알레고리이다. 작품의 왼쪽에 신랑과 신부가 그려져 있고, 오른편엔 포도주 항아리도 보인다. 성경에 기록된 '가나의 혼인잔치'를 화가가 나름의 예술혼으로 해석하여 그린 것이다. 대작일수록, 한정된 크기의 인쇄물보다 원본 그림 앞에 섰을 때 훨씬 그 감흥이 크다.



김철교 장로/영신교회 원로·배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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