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없는 목양실

문턱 없는 목양실

[ 목양칼럼 ]

최성은 목사
2019년 10월 11일(금) 00:00
우리 교회는 30년 이전에 지은 고딕 양식 건물이어서 규모가 4층이지만 2층의 본당과 중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용 공간은 1층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교회 사무실, 소그룹실, 교역자실, 작은도서관, 수유실 그리고 목양실까지 지나치면서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당연히 주일에 성도들의 이용 빈도가 가장 높고 붐비는 곳이 1층이다. 좁은 복도를 지나다 보면 어깨를 부딪치며 같은 사람을 몇 번씩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된다.

새로 신축하는 교회의 목양실은 층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4층의 볕이 잘 들고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 부교역자 시절 어느 대형교회 목양실을 탐방하고 선망했던 기억이 있다. 여느 대기업 회장실에 비견될 정도로 환경이 좋았다. 비서실과 접견실이 분리되어 있고 접견실에는 방송 시청과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는 최신 음향 영상시설이 갖춰졌으며 개인 서재도 마련되어 있었다. 담임목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비서실을 거쳐 약속된 시간에만 면담이 가능했다.

우리 교회도 2010년에 건축위원회를 조직하고 전국의 유명 신축 교회를 순회 탐방한 적이 있다. 제주도까지 답사하며 견학한 모든 장점과 의견을 설계에 반영해 2011년에는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2395평의 실시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때 목양실 위치가 3층이었다. 본당 중층 배후의 여유 공간에 목양실과 당회실을 배치했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했지만 교우들이 방문하기 쉽지 않은 영역의 조용하고 독립된 공간이었다. 그 환상적인 목양실은 교회가 속한 신도시 개발이 장기 지연되는 바람에 물거품처럼 사라졌지만 돌이켜 보면 감사한 마음뿐이다.

만남을 즐거워하신 예수님은 목양실을 어디에 두실까? 현재 목양실은 본당에서 교회 식당과 화장실을 가는 사람이 거쳐야 하는 통로에 있다. 목양실에 앉아 있으면 누가 지나가는지, 누구 목소리인지 다 알 수 있다. 목양실은 우리 교회에서 가장 다용도로 사용되는 공용 공간이다. 새가족 환영부터 신앙상담, 각종 회의, 성경공부, 손님 접대, 당회까지 수시로 모임을 갖는다. 목양실 문은 잠그지 않는다. 공식 만남이 아니더라도 지나가면서 인사하러 들어오고 보고 싶다며 문을 열기도 한다. 주일마다 찾아와서 뽀뽀를 하고 가는 공주님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니 태어나서 십 년째 계속되는 일상이다.

나는 목양실이 1층에 있어서 좋다. 교우들이 언제든지 마음 편히 찾아올 수 있어서 좋고 교우들의 목소리를 가까이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다. 목양실 창문을 열면 눈앞에 교회 마당이 들어온다. 아이들이 잔디광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볼 수 있고 교인들이 파라솔에 앉아 담소 나누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주일에는 식사할 겨를이 없어 지금은 아예 주방팀에서 우리 부부 식사를 목양실로 갖다 준다. 교회학교에서 행사를 하고 나면 간식도 챙겨준다. 인정 많은 어르신들은 자신 몸 불편한데도 목사 건강을 위해 슬며시 이것저것 두고 가신다. 목양실이 3층에 있다면 좀체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교회 건축을 다시 하더라도 목양실은 1층 통로에 둘 생각이다.

최성은 목사/독바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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