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는 목사

철이 없는 목사

[ 목양칼럼 ]

전재훈 목사
2019년 09월 27일(금) 00:00
교회를 개척하고 한동안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차츰 적응할 수 있었고, 때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했다. 주변 교회 목사님들과 함께 교제하면서 마음의 우울증도 사라져 갔다. 노회 안에 있는 미자립위원회가 정기적으로 후원도 해주고, 맛있는 식사도 제공해주고, 여행도 보내주었다. 시찰회를 통해 생각하지도 않은 외국 여행을 다녀왔다. 경기노회 목사찬양단 활동도 하고, 족구모임도 하면서 드는 생각은 개척교회라고 울고불고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회 안에 있는 걷기명상 모임은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나는 선배목사님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린 목사였지만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멤버로 받아 주시고,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들이 힘이 되고 지혜가 되었다.

같은 시찰회 내에 있는 다섯 교회(오재미)가 모여 해마다 체육대회를 한다. 교인 수가 적어서 족구팀 하나 만들기도 벅차지만 언제나 기쁘게 불러 주시고 환영해 주신다. '오재미' 목사님들과 함께 모여 식사하고, 차 마시고, 거룩하지 않은 수다를 떨면 힘든 일 어려운 일도 다 잊게 된다.

화성에 개척하고 만나게 된 새론교회 이영국 목사님은 멘토 같은 분이다. 자살을 꿈꾸며 힘들어 할 때 큰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고 이 곳 화성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지금은 자신의 교회를 우리 교회에 내어주고 정작 본인은 새론사회서비스센터와 만세푸드협동조합을 하고 계신다. 언제나 친구처럼 형님처럼 우리 부부를 챙기는 목사님과 사모님 덕분에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다. 목사님이 운영하시는 브엘세바 카페는 동네 목사님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최근에는 지역 독서모임을 통해서 팀 켈러의 책들을 접하고 CTCK(City To City Korea)에서 훈련도 받아 CTCK 핵심멤버가 되었다. 비록 시골의 작은 교회 젊은 목사지만 CTCK는 이사로 받아주었고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개척교회가 힘들거라 여겼지만 이 길에도 하나님의 영광이 있고, 예기치 못한 기쁨이 있으며, 도처에 엘림숲이 있어서 고난을 고난으로 느낄 새가 별로 없다. 좋으신 하나님은 넘어져도 일어설 힘을 주시고, 여기저기에 심으신 동역자들로 인해 능히 견딜 수 있게 하셨다.

설교 중에 예수님과 함께 하는 고난에 대해 간증과 더불어 마음을 나누었다. 부잣집 귀한 딸이 어느 가난한 시인과 결혼해서 처음 해보는 집안 살림으로 힘들어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하는 기쁨 때문에 고난을 고난으로 느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님으로 인해 겪는 고난은 주님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도리어 기쁨이 된다고 설교했다. 그 순간 아내가 "그건 부잣집 딸이 철이 없어서 그래!"라고 말하자 여집사님들이 "맞아요. 맞아"라며 손뼉을 치며 웃으신다. 예화 선택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내 말처럼 내가 철이 없는 목사가 맞는 것 같다.

전재훈 목사/발안예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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