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내가 있잖아"

"괜찮아, 내가 있잖아"

[ 목양칼럼 ]

박대준 목사
2019년 08월 02일(금) 00:00
핸드폰이 부르르 몸을 떤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을 떤다. '누가 이리 급하게 문자를 보냈을까?' 궁금해서 집어 들어 화면을 보니 폭염경보다.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란다. 걱정이 앞선다. 오늘 은퇴하신 어른들을 모시고 바람 쐬러 춘천에 가기로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맘은 이미 연세 드신 분들을 모시고 나가는 것에 대한 염려로 채워져 망설이고 있는데 다시 핸드폰이 부르르 떤다. 제일 연세 많으신 90되신 권사님의 전화다.

"권사님. 그렇잖아도 오늘 폭염경보가 내려서 어째야하나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전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마 몇 분 권사님들이 모이셨나보다. 그럴까봐 전화하셨단다. 차에 에어컨이 나오는데 뭔 걱정이냐며 오랜만에 바람 쐬러 나가는데 날씨가 대수냐고, 안 가면 안된다고 하신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신다. "괜찮아요. 이미 하나님께 맡긴 생명인데 뭘 걱정하겠어요. 조금 주님 앞에 빨리 가는 것 밖에 다른 일이 있겠습니까?" 같이 기다리고 계시던 몇 분 권사님들의 숨 넘어가는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건너온다.

그렇게 전화를 내려놓았는데 맘 한편에 계속 "괜찮아요"라는 한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다." 아마 권사님을 통해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시고 싶으셨나 보다. 그렇잖아도 몇 가지 일들로 염려하고 있던 내게 주님은 그렇게 응답해 주셨다. "괜찮아. 박 목사. 내가 있잖아. 사람이 아닌 나를 봐. 네 손에 있는 것이 아닌 내 손에 있는 것을 봐." 주님은 그렇게 말씀하길 원하셨나보다. "주님 감사합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제가 뭘 할 수 있다고 이렇게 나섰는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젠 내게 있는 모든 것들 내려놓고 주님만 바라보겠습니다."

권사님과의 통화는 그렇게 주님을 향한 회개로 이어졌다.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물을 물병에 담고 차에 싣고는 운전대를 잡고 어른들을 모시고 춘천에 다녀왔다. 차를 타신 권사님께서 다리가 불편해 걷지도 못하는데 오늘 폭염경보 내렸다고 목사님이 다음에 가자고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걱정했다고,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연신 고맙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그날 따라 후배가 알려 준 닭갈비집의 닭갈비가 어찌 그리 맛있던지. 3인분을 따로 포장해서 폭염주의보 내렸다며 함께 나서지 못한 어른들께 전해드렸다. 몸은 어른들과의 나들이였는데 내겐 주님의 은혜로 채워지는 시간들이었다.

먹는 것, 듣는 것, 보는 모든 것들이 내게 주신 주님의 선물이었다. 이런 분들이라면 천국까지의 나들이가 행복할 것 같다.

박대준 목사/여의도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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