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재판국에 대한 소고

교단 재판국에 대한 소고

[ 논설위원칼럼 ]

양의섭 목사
2019년 07월 15일(월) 11:12
법은 있어야 하되 삶에선 법을 모를 정도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법(法)이란 물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라고 일찍 교양 시간에 배운 바가 있기에 물이 자연스레 흘러가듯 사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목회도 그러하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래서 헌법을 들여다 본 것이 정치 편에 주로 집중되어 목사 청빙과 장로 임직을 위한 정도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교단 총회에서 재판국 전원이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 결연한 총회의 의지로 본인이 공천 되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권징 분야의 법에 대해선 거의 문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총회가 결연한 의지로 공천하였기에 그래도 기본적인 재판 수순이나 절차, 기본 상식과 판례들을 공부시켜주겠지 했다. 때마침 2박 3일 정도의 연수를 시킬 것이란 말을 들었기에 부담스러운 공천을 수락하였다.

하지만 3개월이 흘러감에도 아무런 연수가 없었다. 사회에서도 검사나 판사 한 명을 양성하는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가? 교단에서도 이만한 수고가 필요할텐데, 교단 판단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총회 재판국원들에 대해 아무런 연수도 없이 사건을 맡기고 재판하여 결정문을 쓰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사임을 했다. 물론 그 후 안면도에서 전국노회에서 법에 관련된 분들을 소집하여 교육을 했다는 말은 들었다.

지금의 재판국 체제와 분위기는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목회밖에 모르던 이들을 갑자기 재판국원으로 세워 교회와 성도를 재판하라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법을 전공한 목사나 장로 팀을 구성하여, 그 분들에게는 합리적인 보수를 지급함으로 합당한 시간과 정열 속에 법과 절차에 대한 전문 심리를 하게 함이 옳다. 그리고 일반 목회자와 장로는 현재 사회에서 종종 운영하는 배심원 제도를 응용하여 목회상식과 사회의 공감된 정의감 위에 방향을 바로 잡도록 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일반 목사와 장로는 존경받는 분들로 사전에 잘 살펴 공천하여 배심원 권위에 무게를 두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

잠시 재판국원 생활 중에 재재재심의 건도 보았다. 이건 무슨 뜻인가? 재판국이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당사자의 로비 실력에 따라 이미 판결된 것이 뒤집어지고 있다. 더욱이 패소한 이들은 거의 다 일반사회 법정에 가서 판을 뒤집어 온다. 게다가 노회 재판국 조차도 총회 재판국을 불신하고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일부 국원들은 법 전문성도 부족하고, 목회 현장과 사회 정의, 상식에 대한 감각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인간관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기회에 진지하게 재판국 체제와 운영에 대한 것을 재고해야 한다. 법 전문가와 존경 받는 이들 중심으로 재판국 체제를 바꿀 때가 되었다. 권면과 권징이 같이 가려면 권위와 존경심이 함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양의섭 목사/왕십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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