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애정신, 지켜야 할 유산

삼애정신, 지켜야 할 유산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5월 06일(월) 08:08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농어촌선교부는 지난 3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배민수 목사의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하나님 사랑·농촌 사랑·노동 사랑의 삼애정신을 실천한 배민수 목사의 삶을 재조명했다. 이날 세미나는 연세대학교 삼애캠퍼스 내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과 농촌 재건을 위해 평생 헌신한 배민수 목사의 삼애정신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 총회 농어촌선교부와 삼애공동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총회 농어촌선교부의 초대 총무를 역임하기도 한 배민수 목사는 '나라가 사는 길은 농촌이 사는 길'이라고 믿으며 농촌교회와 농촌발전에 평생을 헌신했다. 1967년 일산에 삼애정신을 바탕으로 삼애농업기술학원을 설립하고 농촌지도자를 양성하는 등 농촌근대화에 앞장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976년 배민수 목사가 별세한 후 유족들은 재단법인 삼애농업기술학원과 법인에 속한 6만여 평의 땅 일체를 연세대에 기증했다. 유족들이 연세대에 땅을 기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당시 연세대 부속기관으로 농업 실무교육을 담당했던 농업개발원이 있었고, 이 곳에서 배 목사의 유지가 제대로 이어질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연세대의 행보는 기증자의 뜻을 완전히 거스른 것이 맞다.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배 목사의 뜻은 기증목적에 분명히 담겨있는데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아파트 건설 사업과 배민수 목사의 '삼애정신'과의 연관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 목회자는 "당시 허허벌판으로 가치가 없던 일산의 땅이 지금 수천만원을 호가하면서 연세대는 이 땅에 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총회는 몇 차례 연세대에 공동위원회 미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은 없다. 혹자는 "거대 사학이 결정한 사항을 교단이 번복할 수 있을까?" 반문하기도 하고 "긴 싸움이기에 숨 돌리면서 천천히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도 한다. 삼애위원회 위원장 김태영 목사는 "배민수 목사의 정신적인 유산이 자칫 물질적인 유산으로 평가될까 두렵다"면서 "땅의 주인과 권리를 찾기에 앞서 배민수 목사가 실천한 하나님 사랑으로 인류 사회를 향한 사랑을 지금의 목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이름과 그의 정신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총회의 과제로 남았다. 아무쪼록 거대 사학의 재산 늘리기에 한 목회자의 숭고한 정신이 아득한 옛날 이야기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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