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말하는 것이고 주는 것이다

사랑은 말하는 것이고 주는 것이다

[ 현장칼럼 ]

이호훈 목사
2019년 04월 29일(월) 17:00
'예수님 가르침 그대로'는 밀알두레학교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신앙고백과 실천적 의지가 담겨 있는 밀알두레 교육의 꿈(비전)이기도 하다. 또한 '밀알두레'라는 학교의 이름은 하나님 나라 교육을 통해 자라날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밀알의 '헌신'과 두레의 '나눔'이 합쳐져 '밀알두레학교'라는 이름이 되었다. 때문에 밀알두레학교의 학생들에게 섬김과 봉사 그리고 나눔은 자연스러운 가르침이고 배움이다.

밀알두레학교는 학교를 개교하며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인 컴패션과 결연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일대일로 연결해 1~12학년까지 각 반마다 한 명의 친구를 매달 후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기 반에서 후원하는 아이를 위해 매일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실에 붙어있는 태국 친구의 사진을 보며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다른 반 친구에게 과시하기도 한다. 마치 가족처럼, 자기 반의 후원어린이라는 이유로 자랑(자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일수록, 유치해 보이지만 유쾌한 우격다짐이 웃음 짓게 하기도 한다. "우리 반 컴패션 친구인 '너써퍼'가 가장 잘 생겼어.", "우리 반이 가장 많이 모금을 했다고!", "우리 반은 컴패션(한국 본부 사무실)에 정말 가봤어. 너네는 가 보지도 않았잖아."

어느 날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교목실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목사님!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셨죠? 창조하셨잖아요?"

"그렇지.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지."

"그럼 하나님은 다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플라린(후원하는 태국의 어린이)은 왜 가난한 거에요? 신발도 다 떨어지고, 학교도 못 가잖아요. 그러니까 하나님은 플라린을 어렵게 만든 거에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의 눈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이 공평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나 또한 아이에게 충분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 학생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하나님의 마음(Compassion: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한 친구이지만 그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그러한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는 아이의 물음이 창조주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 있음을 말하는 것 같아서 감사했다.

참된 나눔과 섬김은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가슴(영혼)이 상대방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성경의 지식이나 습관적 행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참된 신앙은 주님이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그 곳에 나의 영혼도 함께 서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심이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막 2:17)"고 말씀하셨다. 외로운 자, 병든 자, 가난한 자들의 곁에 서신 주님의 옆에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밀알두레학교의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처럼 전인적인 온전한 이타적 삶을 통해 하늘의 기쁨을 맛볼 수 있길 기도한다. 온전한 나눔과 섬김 또한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자연스런 삶의 일부이자 호흡이어야 한다.

나눔 공동체인 엠마우스의 설립자 피에르 신부는 그의 자전적 저서인 '단순한 기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이란 자신 밖에서 '더 커지게'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지운다는 의미이다. 사랑은 나의 부정이 아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남으로써 커지게 만드는 것이다. 사랑은 말하는 것이고 주는 것이다. 말이나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행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이호훈 목사/예수길벗교회 담임목사·밀알두레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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