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사회학의 만남에 대한 성찰 : 스택하우스와 길을 중심으로

신학과 사회학의 만남에 대한 성찰 : 스택하우스와 길을 중심으로

[ 연재 ] 최근신학을읽다

이창호 교수
2018년 01월 24일(수) 15:11

신학과 사회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논함에 있어 스택하우스와 길, 이 두 신학자를 중심으로 함께 생각하고자 한다. 스택하우스(Max L. Stackhouse)는 공공신학을 표방하며 전체 세계 안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공적 사명을 신학적으로 전개함에 있어서 사회학적 안목과 접근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길(Robin Gill)은 신학과 사회학의 학문적 상호교류를 적극적으로 모색함으로써 신학의 공공성과 학문으로서의 통전성을 강화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 글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주제에 부합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두 신학자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지만 결국 신학이 교회의 공적 본질을 확인하고 온전히 구현하는 데 기여할 때 건강한 신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두 사람이 공히 역설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 두어야 하겠다. 이제 두 신학자의 생각을 차례로 살펴보자.

공공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 중 한 사람인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라는 명칭에서 '신학'을 수식하는 '공공'(public)의 뜻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규범적 특징을 밝힌다. 기독교의 본질은 사적인 신앙적 추구에 한정할 수 없고 본성상 공적인 특징을 강하게 띤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공공'이라는 용어를 채택한다.

또한 이론신학, 실천신학 등 다른 신학의 자원들을 참고ㆍ활용하면서 기독교 신학의 사회윤리적 가치와 신념을 가지고 공적 영역 안에서 소통하고 또 공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공공신학의 책무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공'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러한 '공공' 개념 이해에서 볼 때, 교회는 그 본성상 '공적인 교회'(ecclesia publica)이다. 공적인 교회로서 기독교회의 신학과 신앙은 '공적 삶의 체제와 정책에 대한 안내자'로서 기능하고 또 정치사회 공동체 안에서 방향제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스택하우스는 강조한다.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은 '사회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구축하고자 하는 정치신학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공공신학은 '정치에 관한 사회이론'으로서의 학문적 정체성을 가진다는 점을 밝히는데,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정치에 관한 사회이론은 정치권력은 정치 질서와 권력이 형성되기 이전에 존재하는 도덕적, 영적, 사회적 영역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영역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이해, 달리 표현하자면 모든 정치적 체제들과 권력구조들은 '종교적, 문화적, 가족적, 경제적 그리고 지적 전통들의 산물'이라는 이해를 중요하게 내포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치신학과는 구분되는 하나의 '사회이론'으로서 공공신학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체제들 혹은 영역들에 대해 총체적인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며 전체 사회의 공공선 증진을 신학함의 중요한 목적으로 삼는다. 이런 맥락에서 스택하우스는 기독교회는 사회적(혹은 사회학적) 안목을 가지고 공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교회가 담당해야 할 공적 책무로 사회구조적 변혁, 공공선 증진을 지향하는 가치관 형성, 정치사회 공동체의 질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전통, 문화, 학문 사이의 원활한 소통과 대화 등을 포괄할 것을 역설한다. 이렇듯 공공신학은 구조, 체제, 에토스, 문화, 공동체 등의 측면에서 사회에 대해 총체적으로 관심을 갖고 '기독교적으로' 공공선을 향해 안내하고자 하는 본질적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신학과 사회학적 접근은 서로 친화적이며 후자는 전자의 이론적 실천적 전개를 위해 유용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학과 사회학의 만남이라는 관점에서 이 두 학문분야의 상호교류와 협업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론적으로 또 실천적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해온 대표적인 보기로 영국의 신학자 길을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전통적인 신학 방법론이 주로 철학이나 역사학의 방법론을 차용하여 전개되어 왔는데 현대 학문적 담론의 장에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접근이 생존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현대 학계에서 신학이 그 입지를 유지하고 또 확장하기 위해서는 사회학적 접근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계와 역사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대해 신학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적절한 응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회학은 유의미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별히 규범적으로 판단을 내리기에 참으로 난해한 상황에서 그 상황의 사회적 특정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학의 유용성을 말한다.

길에 따르면 신학과 사회학을 통합하는 사회학적 접근이 주로 대상으로 삼는 연구 영역은 세 가지이다. 첫째, 신학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연구이다. 신학은 현실을 떠나서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적 역사적 현실에 천착하는 학문이 바로 신학인 것이다. 그러기에 신학의 토양이 되는 사회적 맥락과의 소통은 필수불가결하다고 길은 주장한다.

둘째, 신학의 사회적 결정 요소들에 대한 연구이다. 이 연구의 전제는 사회는 신학의 형성과 변화에 있어서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신학은 일면 사회의 산물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기에 신학과 사회 곧 신학과 사회의 문화, 에토스, 제도, 구조 사이의 필연적인 상호연관성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신학이 산출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신학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에 내포된 다양성 때문이며 다양한 신학과 사회 사이의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데 사회학이 유용하다는 것이 길의 생각이다.

셋째, 신학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연구이다. 신학은 사회적 영향과 관계성 속에서 전개됨과 동시에, 사회 변혁과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주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여기에 있다. 신학이 사회에 대하여 독립변수로 곧 변화와 변혁을 위한 근본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길은 역설한다.

이로써 보건대, 신학과 사회학의 만남은 신학이 사회적(혹은 공적) 본성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고 또 드러내는 데 있어 그리고 신학이 이론적 담론에 머무는 학문이 아니라 세계와 현실에 응답적이며 참여적인 학문으로 그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교회론적으로 말한다면, 교회의 본질로서의 공공성을 일깨우고 교회가 사회와의 관계 안에서 공적 변화와 변혁의 주체로서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이창호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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