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의 사순절 칼럼 진리와 자유/<5> 민중과 바라바

김희보 목사의 사순절 칼럼 진리와 자유/<5> 민중과 바라바

[ 연재 ]

김희보 목사
2017년 03월 28일(화) 15:29

"둘 중의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이르되 바라바로소이다"(마 27:21).

유월절이면 로마 총독은 죄수 한 명을 놓아 주는 관례가 있었다. 빌라도는 유대인에게 "유대인의 왕 예수냐, 아니면 강도 빌라도냐"고 물었다. 유대인이 택한 것은 바라바였다. 빌라도는 물을 가져다가 손을 씻으며,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답하라" 하였다. 빌라도의 위선에 대해 유대인들은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 하였다.

바라바(Bar-Abba)라는 이름은 직역하면 '아버지의 아들'이지만 스승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고, 현대식으로 옮기면 '무명씨'(a-n-other)가 된다. 옛 사본 대부분에는 '예수 바라바'라고 표기되어 있다. 마태복음 27장 17절에 기록된 빌라도의 발언은 "내가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바라바라 하는 예수냐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냐"가 된다.

마가와 누가는 바라바를 "민란과 살인으로 말미암아 옥에 갇힌 자"라고 기록하였다. 그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열심당원 시몬과 같은 계열 소속 당원이었다. 극렬한 민족주의자이며, 반란과 폭동을 일으켜 로마 군에 저항하고, 로마 정부 관리와 그들의 끄나풀인 유대인을 암살하고 숙청하는 일을 하였다. 바나바는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드다, 갈릴리의 유다와 한 패였다.

민족주의와 눈먼 애국심은 오늘날에도 많지만, 바라바는 그보다 스케일이 큰 히틀러나 스탈린 또는 빈라덴 같은 인물이었다. 예수에게서 민족주의적 메시야를 기대하고 있던 유대 민중은,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는 예수에게 실망하고, 과격파에게 보다 매력을 느꼈다. 바나바 같은 인물이 많은 표를 얻고,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예나 오늘이나 민중은 어리석은 존재이다.

민중에 의하여 예수 대신 석방된 바라바는 예수의 십자가 처형 후 어떻게 되었는가. 이 흥미로운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이, 20세기 스웨덴 문학을 대표하는 라게르크비스트의 '바라바', 1950년에 발표되어 다음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허구이기는 하지만, 그 배경에는 네로 황제의 초대 교회 박해에 관한 철저한 고증이 있어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르포에 가까운 작품이다.

온 땅이 캄캄해지며 예수는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고 외친 후 숨졌다. 현장에서 지켜보던 바라바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이윽고 부활한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바라바는 그 후 로마에 가서 믿음의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지만, 자기 대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바라바는 네로 황제의 박해 때 기독교인이라는 혐의로 십자가에 못 박혔다. - 죽음이 다가왔을 때에 바라바는 캄캄한 어둠을 향하여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내 영혼을 당신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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