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짓밟는 교리 '안 돼'

삶 짓밟는 교리 '안 돼'

[ 연재 ] 종교개혁 499주년 특집/삶의 개혁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6년 11월 15일(화) 14:58

"성경의 권위를 넘어서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짓밟는 교회의 횡포를 용납할 수 없다."

1522년 사순절에 취리히 인쇄업자 크리스토프 프로사우어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모여 소시지를 먹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순절은 중세 가톨릭의 중요한 전통으로 당시 사순절 기간에 소시지를 먹는다는 것은 큰 사건이었다.

이 기간에는 철저한 단식이 행해졌는데, 조류 육류 생선 심지어 달걀까지 금지되었고 저녁 무렵의 한끼 식사만 허용됐다.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성도들에게는 지키기 힘든 규정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규정은 상당히 완화되었지만 육식은 여전히 금지되었던 상황이었다.

교황의 법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시지를 먹었던 프로사우어와 일행에게는 종교적 비난이 쏟아졌고, 그들은 "밀려드는 일 때문에 업무가 과중해 육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

러나 가톨릭교회 측에서는 금식 규례를 어긴 인쇄업자와 함께 있던 자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 자리에 있던 그로스 뮌스터교회의 신임사제는 "사순절에 육식을 금하는 것은 아무런 성경적 근거가 없으며 하나님이 주신 음식은 무엇이든 먹을 자유가 있다. 이를 어겼다고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며 옹호했다.

그가 바로 스위스의 종교개혁을 이끈 울리히 츠빙글리다. '먹는 것'에서 출발한 그의 논쟁은 결국 성경과 교황권 사이에서 권위의 논쟁으로 번지게 되면서 스위스 종교개혁의 원동력이 된다. 츠빙글리가 활동을 시작한 16세기 초는 중세 말 로마가톨릭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츠빙글리의 설교가 오직 성서의 권위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반대했다. 설교가 교회의 전통이 아니라 성서에 근거해야 한다면 사순절에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강제 금식, 강제 십일조, 교황권, 사면권, 면죄부 등이 모두 설 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수도원 제도를 비판하고 성직자들과 수도사의 결혼을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농민들에게 부과되었던 10분의 1세를 폐지하고 매년 작황에 따라 새롭게 조정하므로 농민들을 보호하려고 했으며 수도원을 폐지해 수도원 재산과 병원과 학교를 위해 사용하였고, 가난한 자를 보호하는 사회 구제가 시행되도록 하는 등 실천적인 개혁을 시도했다.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은 교회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성경을 기초로 삶을 변화 시켰을 때에만 진정한 종교 개혁이 시작됨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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