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가난한 삶

질병과 가난한 삶

[ 연재 ]

최영아 내과의
2016년 10월 18일(화) 11:08

필자는 죽음을 걱정하고 어떤 병으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할지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또한 태어나서부터의 장애 혹은 노숙생활과 힘겨운 삶으로 인한 다장기 손상과 장애, 혹은 뇌손상 또는 치매상태의 환자들을 늘 마주하고 있다. 이들을 보며 사람은 누구나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 당연한 진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는 유기체로서 조금씩 늙어가고 망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것을 마치 일어나서는 안될 일처럼 여기고 천년 만년 살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통해 필자 개인적으로도 어떻게 살아야 말년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어떤 질병으로 죽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필자는 노숙인을 포함한 취약계층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데, 이들은 젊은 나이에 이미 장기들이 많이 망가져 뇌손상과 함께 중증 장애인이 되어 버렸거나, 치매노인과 같은 몸 상태를 지닌 이들이 많다. 우리의 건강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의식주가 불안정하고 일을 많이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에 있어 왔었는지, 혹은 정신적으로 얼마나 불안정하고 사건 사고가 많았는지 등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수면을 적시에 제대로 잘 유지할 수 있는 노동환경, 음식의 선택과 식습관, 운동습관 등도 영향을 미친다.

요즘같이 경제적 삶이 어려움으로 인해 발생되는 불안심리와 정신과 질환들은 내과적 질환들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정신과적 질환의 주요 증상이 잠을 잘 수 없고 불안하며, 정신적인 고통에 사로잡혀 모든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일수록 의식주 생활이 어렵고,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우리 몸에선 과도한 스트레스 호르몬들과 각성 호르몬들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있는 상태가 된다. 이때 혈압이 상승하거나 당뇨병이 잘 발생한다.

병을 들여다보면 빈익빈 부익부란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병이 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가지 병에 걸리게 되는 반면,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은 어떤 병도 잘 안 걸리는 여건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규칙적인 생활과 일정한 시간의 수면이 가능한 의식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근본적인 삶의 방식이나 습관이 바뀌지 않고는 건강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잘 사는 나라도 취약계층은 존재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취약계층에서 다시 회복될 수 있는지가 그 사회의 안전망과 복지수준을 보여준다. 진정한 사회 발전은 취약계층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구조와 정책이 만들어지는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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