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윤리와 경제/돈은 중립적일까?

기독교 윤리와 경제/돈은 중립적일까?

[ 연재 ]

박병관 대표
2016년 09월 06일(화) 14:00

"돈은 베일에 불과하다.(Money is just a veil)"
오래 전부터 경제학을 뜨겁게 달궈 온 명제다. 경제학의 고전학파 이론에 따르면 돈은 계산을 위한 중립적인 매개체일 뿐 실물경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돈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만,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에는 변동이 없다.

사실 돈 자체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우리가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실물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는 돈을 지급해야 얻을 수 있다.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는 돈이 실물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돈이 너무 많이 공급돼 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민 경제의 효율성이 저하된다. 우리 경제는 1990년대까지 높은 물가의 부작용에 시달렸다.

반대로 돈의 양이 충분치 못하면 경제가 위축된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려 하지만 동맥경화에 걸린 실물 경제로 돈이 잘 흘러가지 않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라는 비 전통적 정책수단을 통해 직접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데, 이 또한 경제에 돈을 공급하려는 방편이다.

신앙적으로 보면 돈은 중립적일까? 원칙적으로 돈과 구원은 서로 상관이 없다. 돈이 없다고 천국에 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많다고 구원을 얻지 못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구원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에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돈에 노출돼 있다. 살기 위해서 우리는 지속해서 돈을 벌고 또 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이 현대인의 삶으로 귀결된다.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자연스럽게 돈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이들은 돈을 너무 사랑해서 신앙생활을 못하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돈이 너무 없어서 교회에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신앙생활에도 돈을 잘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이상적인 양의 돈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환경과 성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이 가난해도 교회 생활을 잘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성도간의 교제를 나누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돈 관리에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자신의 신앙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 자체는 신앙의 본질이 아니지만, 우리의 영적 삶을 방해할 수도 있고, 도움을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도, 신앙에도, 돈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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