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총대 할당제가 필요한 2가지 이유

女 총대 할당제가 필요한 2가지 이유

[ 여전도회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5년 09월 23일(수) 15:53

제100회 총회에는 지난해에 이어 '총회 총대 20명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여목사 1인, 여장로 1인 이상을 총회 총대로 파송'하는 청원안이 올라와 있다. 이번 총회를 기준으로 보면 총대 20명 이상을 파송하는 노회는 36곳으로, 해당 노회가 2명 이상의 여성 총대를 파송할 경우 최소 72명의 여성 총대를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현재 1% 수준의 여성 총대 비율을 5% 수준으로 끌어 올리자는 것이 여성 할당제 청원안의 주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안수 법제화 20주년, 역사적인 제100회 총회를 맞아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총회 여성 총대 할당제'의 필요성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1      교세 성장 '여심 잡기가 열쇠

"여자가 훨씬 많다" 옛말, 교세 양성 비율 점차 평준화
사회-교회 女 위상 격차 갈수록 심화, 여성 이탈 주원인

예로부터 교회엔 여성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여성이 많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한국교회 전반에 걸친 교세감소 위기 속에도 본교단은 지난 20년 동안 거의 매년 교세가 증가했다. 그런데 전체 교인수를 남녀 비율로 나눠보면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995년 제80회 총회부터 2015년 제100회 총회까지의 통계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전체 교세 중 남성의 비율은 39.85%에서 42.55%로 2.7% 늘어난 반면, 여성은 60.14%에서 57.44%로 2.7% 감소했다.

남녀 비율이 점점 평준화되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교회를 찾아오는 남성은 많은 반면 여성은 적고, 교회를 떠나는 남성은 적지만 여성은 많은 것이다. 특히 교세가 감소했던 96~98회기 동안 남성은 5629명 줄어든 반면, 여성은 3만 7584명 감소해 여성의 교회 이탈이 교세 감소의 주된 이유가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교회를 떠나는 것일까? 또 교단 총회의 여성 총대 할당제와 여성의 교회 이탈과는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연합기관에서 사역하며 비교적 많은 교회 여성을 접하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 이윤희 목사,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 김혜숙 목사, 청년회전국연합회 김소형 총무에게 의견을 물었다.

먼저, 여성이 더 많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교회와 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을 꼽았다. 이들은 "사회가 수차례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폭넓은 양성평등을 실현하면서, 이제 교회는 젊은 남성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성적 불평등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를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성 주류화(여성이 사회 모든 주류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고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갖도록 사회 시스템 전반을 전환하는 것)'를 양성평등 정책의 지향점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교회가 생각하는 양성평등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제도적 지원을 통한 양성평등 실현은 이미 전세계에서 그 효과가 검증된 대안이다. 정부가 양성평등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은 본교단이 여성안수를 허락한 1990년대 중반으로 비슷하지만, 정부는 꾸준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인지할만한 변화를 이뤄냈다. 올해 상반기 여성가족부가 중앙행정기관에 속한 위원회들의 여성 위원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참여율은 31%로 지난 5년간 6.9%나 증가했다. 400여 개 정부위원회들은 2017년까지 여성 참여율을 40%까지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부는 지난해부터 위원회 구성시 한 성(性)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이를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이행토록 했다. 

여성 총대 할당제와 여성의 교회 이탈 방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모두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도회 이윤희 총무는 "여성 총대 할당제가 법제화 된다면 이를 시행하기 위해 노회와 교회들이 더 많은 여장로를 리더로 세우게 될 것이고 보다 세부적인 방안들까지 모색하다보면 분명 교회 내 여성들의 지위와 배려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이미 지난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서 여성과 남성 리더들이 함께 이끌어가는 교회의 모습을 목도한바 있다. WCC 총회의 여성 총대는 37%에 달했다. 세계는 지금 '남성과 여성이 함께 가는 것'을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삼아 많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번 제100회 총회에선 우리도 '교회가 여성들과 함께 가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고 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위기 극복 '성적 균형이 먼저

성장지상주의, 맘모니즘, 가부장적ㆍ획일적 사고 …
교회 위상 하락 원인 대부분 지나친 남성화와 연관

오늘날 한국교회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몇년 동안 국내외에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숫자에 집착하는 성장지상주의 △물질에 우선순위를 두는 맘모니즘과 상업주의 △지나친 경쟁심과 비교의식 △극심한 배타적 문화와 투명성 부족 △교회 내 파벌주의 등이 주로 등장한다. 또한  위기의 주된 원인을 '목회자의 세속화, 도덕성 결여'처럼 리더의 문제로 돌린 조사 결과들도 있다. 

오랜 동안 위기가 지속되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연구와 대안 제시는 비교적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침체는 계속되고 있고 위기를 극복해낼만한 묘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성성 회복이 지나치게 성과지향적이고 경쟁적인 한국교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한국교회처럼 목회자의 영향력이 큰 경우 목회자를 포함한 리더들의 성향이 교회 전체의 성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리더 전원이 남성이다보니 교회 전체가 남성성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위키백과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해 '남성다운 또는 여성다운 성질'이라고 정의하며, 그 특성으로 남성은 경쟁성, 목표 지향성, 이성적 사고, 대상의 수단화를, 여성은 직관적 사고, 공감력, 따뜻함을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 거론된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들과 사전적 의미의 남성성을 대조해 보면 대체로 맞아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여성성의 특징인 감성적인 사고, 깊은 공감과 소통, 따뜻함과 포용력 등은 왠지 오늘날의 교회와는 멀게 느껴진다. 태초부터 남성은 목적지향적이고 전투적이었던 반면 여성은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일을 감당해 왔다. 여성의 본능은 남성이 배움이나 수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에게 기회를 줄 때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것이다. 

한해 동안 본보에는 여성 리더십 강화를 지지하고 실천한 목회자들의 글이 여러 편 실렸다. 이들은 "다수의 여성 목사와 장로를 세움으로써 교회 전반의 소통이 훨씬 원활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남성 목사나 장로가 여성 교인과 형식적인 인사 정도를 주고받거나 일방적으로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전달했던 것에 반해 여성 리더들은 훨씬 깊이 있는 대화와 섬세한 돌봄이 가능했다. 당연히 여성 교인들의 만족도는 상승했고, 자연스럽게 사역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는 남성성의 단점을 상쇄시키고 여성성의 장점은 선용하는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경쟁 사회에서 강자가 리더십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구원이 약자에 대한 하나님의 긍휼이며, 교회가 전하는 복음과 이뤄가야 할 하나님의 나라가 약자들에게 시선을 맞춘 것임을 감안하면, 분명 강자 중심의 교단 구조에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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