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도회 새해 전망 (하)변화하는 세계ㆍ사회ㆍ교회, 여성 기다린다

여전도회 새해 전망 (하)변화하는 세계ㆍ사회ㆍ교회, 여성 기다린다

[ 여전도회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5년 01월 27일(화) 16:43

1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여전도회가 최근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회원들의 참여와 적극성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의 중추적 교육기관인 계속교육원 통계만 보더라도 첫 이수 과정인 지도자반 1학년의 경우 2010년 139명에서 매년 조금씩 줄어 지난해에는 54명이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수강생도 지난 5년 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여성들의 참여와 활동 감소는 비단 여전도회만의 어려움은 아니다. 통계상 교인의 60% 가까이가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여성들의 감소 현상은 교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교회 여성들의 가치관 변화다. 삶의 무게 중심이 교회, 모임, 신앙에서 점차 경제활동, 자녀교육 등 개인적인 부분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전도회원들은 "교회에서의 만남과 헌신에 대한 여성들의 열정이 언제부턴가 일과 육아에 대한 열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하고 자녀들을 더 잘 양육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교회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돈과 공부가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함은 인정하면서도 자신과 자녀의 삶을 그것으로 채우는 현실은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일과 육아의 비중을 줄이는 두려운 선택을 해야한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올해 여전도회와 총회는 교회 여성들의 정체성과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를 보다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이고, 섬기고, 배우기를 열망했던 선배들의 모습을 모델로 삼는 것도 좋지지만, 과거와 달리 수직적 명령이나 감정적 호소가 통하지 않고 가치의 기준이 바뀌었음을 감안하면 보다 합리적이고, 신학적인 기반이 잘 갖춰진 제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한가지는 교회에 대한 실망감이다. 특히 여성들의 실망감은 '교회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전도회원들은 말한다. 초기부터 형성된 가부장적인 조직과 의결구조, 교회 내 약자들에 대한 무시와 한계 설정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망은 최근 사회, 세계교회, 타교단 등과 비교되면서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중앙행정기관에 속한 400여 위원회의 여성 참여율을 2017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 지난해부터 위원회 구성시 한 성(性)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으며, 현재의 여성 참여율도 30%에 달한다.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의 경우 여성 총대는 259명으로 37%를 차지했다. 각 교단 여성총대 수도 복음교회 16%, 성공회 12%, 기장 7%, 기감 4.6%, 루터교회 3.2%로 본교단(1%)이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본교단 제99회 총회에서는 "총회 총대 20명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여목사 1인, 여장로 1인 이상을 총회 총대로 파송해 달라"는 평신도지도위원회의 청원이 참고만 하는 수준으로 처리돼 다시 한번 여성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 청원이 통과되고 목표 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본교단 여성 총대는 10% 미만으로 여전히 사회나 세계교회에 비하면 뒤떨어진 상황이다.

실망감은 크지만 최선을 다해 교회와 사역자들을 섬기는 여전도회의 기본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계속적으로 시대 변화에서 뒤쳐지면 교회와 여성 공동체 모두가 더 어려워 진다'는 것이 여성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전도회는 올해 새로운 시도들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2월 열리는 미래지도자 및 청년 여전도회원 세미나를 호남과 영남 지역의 교회들에서 실시한다. 그 동안 모든 행사들이 서울의 여전도회관을 중심으로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지역 회원들을 찾아가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여전도회는 세계교회 및 타교단, 사회 여성들과의 연대의 폭도 점차 넓혀갈 계획이며, 이런 시도는 교단 내 여성들에 대한 시각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연합회 이윤희 총무는 "여전도회는 앞으로 다양한 만남을 통해 먼저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교회와 사회에서도 주도적인 영향력을 갖기 위해 힘쓸 것"이라며, "곳곳에서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배출되는 새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안수 허락은 지난 1994년 본교단 제79회 총회에서 남성들에 의해 결의됐다. 찬반 표차가 89표일 정도로 당시에도 의견이 상당히 분분했고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20년 전 총대들의 결의는 오늘날 본교단 내 모든 분야에서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번 총회에서도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다시 한번 여성 총대 할당제 등 교단의 변화를 위한 제안을 청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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