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며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며

[ 연재 ] 땅끝에서온편지/일본 김병호 선교사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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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11일(월) 17:15
   
▲ 히로시마 평화공원 경내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추모비.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20만명 중 한국 희생자가 2만명이다.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며

일본에 오기 전에는 '평화'라는 말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일본에 와서 2년쯤 지난 1988년 10월 도쿄에서 약 900km 떨어져 있는 히로시마(廣島)의 '평화공원]이란 곳을 방문하고서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이 평화를 위해서 작은 힘이 되어야겠다는 것이 필자가 일본에 남아있게 된 하나의 동기이기도 하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다. 그 당시 10만명이 넘게 사망하였으며, 이후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을 합하면 20만 명이 넘는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다시는 인류역사에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그 이름을 '평화공원'이라 하였다.
 
평화공원을 둘러보면서 우리 인류역사에 두번 다시 이러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을 기도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의 피해상황을 전시해 놓은 자료관에도 가 보았다. 비참한 모습에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필자의 생각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다. 지금까지 내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던 모든 것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들이었다. 평화공원, 그리고 자료관, 그 어느 곳에도 피해자로서의 모습만 있지 가해자로서의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잘못 일으킨 침략전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주변 국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얼마나 많은 피해를 가져다 주었는지에 대한, 즉 왜 이러한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비참한 상황이 되었는가에 대한 원인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잘못없는 일본이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곳이 과거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야수쿠니신사(靖國神社)가 아닌 '평화공원'인데, '도대체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평화가 무엇인가?' 하는 깊은 의문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옛날 로마가 세계를 정복하고 그들은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했다. '로마가 이룩한 평화'라는 뜻이다. 로마는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한 후에 로마가 평화를 이룩했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생각이고, 사실 로마에는 로마시민 보다는 노예들이 더 많이 살고 있었다. 정복지에서 포로로 잡혀와서 노예생활을 하는 그들은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일본이 동양의 평화를 위해서 정복전쟁을 시작하였지만 자국민은 물론이고 많은 나라에게 고통과 슬픔을 가져다 주었다. '팍스 자파나(Pax Japana)'를 꿈꾸었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오늘날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일한다고 자부하고 있는 미국,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도 마찬가지다. 중세기 이후 유럽 여러나라가 이룩한 부(富)는 식민지 국가의 피눈물로서 이룩한 것이었다.
 
왜곡된 역사 공부는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 사람들과 일본사람들의 역사 인식이 다른 것이다. 즉 때린 사람은 잊어버렸을지 몰라도 얻어 맞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있다. 일본은 1945년 패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전후 세대라 한다. 이 전후세대가 배운 역사교육에는 일본이 과거에 일으킨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나라에 가져다 준 엄청난 잘못에 대하여 가르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요즈음 불거져 나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하여는 그들도 놀랜다. 설마 그런 못된 짓을 했을까 한다. 아버지가 도둑질 해서 부자가 되었는데 그 아들에게 도둑질 해서 부자 됐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설령 그 사실들을 인정한다 해도 그들은 천황폐하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무서운 천황숭배 신앙과 제국주의적 국가관에 묶여있다.
 
일본이 패전후 연합군 점령 하에 새롭게 만들어진 헌법 9조에는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인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 헌법을 일명 '평화헌법'이라 한다. 이 헌법이 아직 살아 있기에 세계 어디에서 전쟁이 있어도 참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적 침략보다 더 무서운 것이 경제적 침략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대기업 진출이 여러나라를 힘들게 하고 있다. 지금은 원전 파괴로 인하여 방사능 오염 등에 문제가 많지만 일본은 대체적으로 공기가 깨끗하고 물이 맑은 편이다. 물론 일본도 산업발전 시기를 지나면서 대기 및 환경 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그 해결책으로 공해를 유발하는 공장을 인건비가 싼 후진국으로 옮기면서 일석이조의 덕을 보게된 것이다. 그 첫 번째 나라가 한국이었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산업 경제가 활발해 진 것에 같이하여 일본의 공해 공장이 지역 공단에 많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로서는 전기도 안들어 오는 시골에 도로를 만들어주고 전기가 들어오고 지역 젊은이들의 직장이 생기니, 그야말로 두 손 들고 환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공장들이 엄청난 공해를 유발하여 환경을 오염시키고 생태계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것을 무지한 지역 주민들은 몰랐던 것이었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그러한 공장들을 동남아시아 여러나라로 보냄으로 똑같은 못된 짓을 하고 있지만, 일본이 깨끗한 공기로 호흡을 하고 맑은 물을 마시며 평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한편에는 오염된 공기로 호흡하며 깨끗하지 못한 물을 마시고 있는 나라가 있다면 일본이 이룩한 평화는 잘못된 평화임에 틀림이 없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하여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평화(살롬)는 나만 잘되고 평안하면 되는 그런 평화가 아니다. 처음 에덴동산처럼 하나님과 사람과의 평화로운 관계, 인간이 서로 평화로운 관계, 그리고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과의 평화로운 관계가 살롬의 평화인 것이다. 물론 이 평화는 범죄함으로 깨어졌지만, 다시 이 살롬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신 것이다.
 
"나는 너희에게 평안을 주고 간다. 이것은 내가 너희에게 주는 내 평안이다. 내가 주는 평안은 세상이 주는 것과는 다르다. 너희는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 하지도 말아라.(요14:27)"
 
우리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로마나 미국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고 하신다. 일본이 참 평화를 위해 일하는 좋은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일본선교사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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