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저작권에 '표적'된 교회

폰트 저작권에 '표적'된 교회

[ 연재 ]

곽충환 목사
2014년 07월 29일(화) 11:04

   
▲ 곽충환 목사
어느 날 관내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 형사에게서 "저작권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교회 홈페이지에 저작권이 있는 서체(폰트)가 무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모 법무법인이 교회의 홈페이지를 뒤져서 저작권에 위반되는 서체를 갈무리하여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교회를 찾아와 폰트 회사의 제품을 패키지로 사도록 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회가 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면 그들은 그 즉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시킨다. 처음 제시하는 금액도 매우 부담스울 만큼 큰 금액이다. 고소장이 접수된 뒤에는 합의금이 더해져 처음 제시했던 것보다 더 큰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나눔의교회에 저작권법 위반을 지적하고 합의를 요구한 법무법인의 경우에는 이같은 일을 시작한지 1년이 조금 넘었으며, 현재 1300여 교회를 대상으로 저작권 위반 사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300여 교회는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수백만원이나 하는 폰트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서울의 7개 교회는 경찰에 고소되었고 3교회는 현재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나눔의교회가 소속된 서울 중구 관내에도 교파를 초월하여 13개 교회가 그 대상에 포함되어 최근 담임목사와 담당자들이 모였으며 총회 전산 담당자도 참석했다. 폰트회사와 총판회사 그리고 법무법인의 관계자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우리는 "교회 홈페이지는 영리 목적이 아니며 특정 책임자도 없다. 서체에 저작권이 있는지 몰랐으며 통지를 받은 즉시 삭제했다. 고의성이 없이 모르고 사용했는데 약점을 잡아 뒤통수를 치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법무법인의 입장은 "저작권 위반 사실을 교회에 알려주었지만 무시했다. 우리의 행위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며 완강하게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임이 있은 후 보름 쯤 지나서 법무법인은 당시 참석했던 교회에 "저작권에 위반되는 폰트가 몇 개가 되더라도 한 폰트만 구매하면 더이상 저작권 시비를 걸지 않고 판매가도 절반으로 낮추겠다. 한 번만 구매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정 기간만 판촉행사로 진행하겠다"고 제안했다.

폰트 제작 회사와 총판회사 그리고 법무법인이 팀을 이루는 이같은 기획소송을 접하면서 교회와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다.

먼저 교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홈페이지)를 살펴 저작권에 위반되는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하는지 살피고 모두 삭제해야 한다. 산돌 한양 아시아 MD 세종 등 5가지 서체를 한 법무법인이 관할하고 있으며, 윤디자인 서체는 또 다른 법무법인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교회 웹사이트를 위부에 위탁해 운영한다면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교회가 제작하는 설교 또는 홍보 동영상에 사용된 서체는 웹사이트 관리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

교회가 제작하는 영상에는 자막생성기를 이용해 글자가 입혀지는데 이 때 사용되는 서체가 저작권을 위반할 확률이 제일 높다. 방송 자막기를 정리해 저작권에 위반되는 폰트는 삭제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이런 일이 발생할 때 교회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아직까지는 이들이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유독 교회가 표적이 된 것인데 여기에는 다른 교회보다 더 돋보이겠다는 욕심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저작권법에는 무지하면서 더 멋진 영상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국교회의 수많은 단체(교단을 포함한)들은 교회를 보호하는 정책을 보다 능동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교단이라도 먼저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한국 교회에 이런 소모적인 논쟁으로 목회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이 힘들지 않도록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곽충환 목사 (나눔의교회 담임)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