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평신도지도위원회 워크숍 강연 요약 - 복음과 교회, 그리고 여성

총회 평신도지도위원회 워크숍 강연 요약 - 복음과 교회, 그리고 여성

[ 여전도회 ]

오현선 교수
2014년 07월 25일(금) 13:40

모두가 행복한 교회, 함께 만들자

오현선
호남신대 기독교교육학

2011년 8월 우리 총회는 '총회 평신도지도 지침서'를 발간하였다. 지침서에 의하면 남선교회 평신도회의 역사가 90년, 여전도회가 116년이며, 회원 수는 여전도회가 남선교회보다 2배 그 이상이다. 또한 평신도운동 역사도 여성이 훨씬 오래고 숫자도 더 많지만 여성이 당회, 노회, 총회에 참여할 기회는 매우 미미하다. 여성안수는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 성평등을 위한 지속적 노력에는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교회에서 평신도의 역할'이라는 주제 하에 여성의 입장에서 우리교단의 성불평등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평등한 교회를 위한 희망을 담아 쓴 글이다.

#교회의 역사성을 회복하는 여성

한국교회의 평신도 운동은 소래교회로부터 기원한다고 볼 수 있다. 북장로교 언더우드 선교사가 도착하기 전부터 있었던 소래교회는 미국으로부터의 선교자금을 세 번이나 거절하며 평신도의 힘으로 교회를 세워가기로 노력했던 일로 평신도 운동에 깊은 의미를 남긴 교회이다. 한국교회는 평신도와 목회자로 나뉘어 시작한 교회가 아니라 '성도'로 함께 시작한 교회이며 그 성도는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던 존재가 아니라 사회와 민족을 아우르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성도였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그들이 만난 것은 성서요 복음이었다.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지역, 신분, 출신, 성별, 직분, 계급을 뛰어 넘는 해방의 복된 소식으로 받아들였으며 그 가르침대로 살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교회는 초대교회의 전통을 이어 가는 일이나 복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에 소극적이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듯하다. 과거(역사)를 성찰하지 않는 역사성이 결핍한 교회는, 겉으로는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열망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님 나라의 정신과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 나라를 열망하는 교회는 복음과 역사적 교훈을 따라 하나님의 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이다. 교회는 역사적 경험을 성찰의 도구로 삼아 복음의 참된 의미를 회복해 가야 한다. 교회여성들 역시 성도로서, 평신도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며, 역사의 담지자(擔持者)로 교회개혁의 주체로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여전히 성장 드라이브에 몰입돼 자기중심적이며 몰역사적인 한국교회를 개혁해 가는 데에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교회의 평등성을 회복하는 여성

한국교회의 성도들이 사회 현장에서 복음의 가치대로 살아가는 데 소극적이고 신앙생활은 교회 중심으로만 하려는 경향에 대하여 한국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신생교회로서 한국교회는 비기독교 사회로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자연히 교회가 신앙생활의 중심이 되는 교회 중심적인 신앙패턴을 형성해 왔다. 한국교회는 어떤 교회보다 모이는 교회로서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장점이지만 이면에 역기능도 작용한다. 그것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교회 안으로 축소하며 하나님 나라를 교회와 동일시하여 온 세상을 창조하고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활동을 주로 교회적인 일로 생각해 온 것이다."

기독교라는 전혀 다른 문화와 가치를 경험하면서 교회를 가장 핵심적인 신앙공동체로 삼아 교회의 성장을 이룬 장점에도 불구하고, 복음이 축소, 제한되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그의 비판은 매우 의미가 있다.

교회로만 집중되는 신앙인의 삶이 복음의 축소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교회 내적으로도 변화가 일어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즉, 교회 밖의 삶에서 평신도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성도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교회생활이 곧 신앙생활이라는 이미지가 굳어가면서 교회의 사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자 하는 평신도의 욕구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욕구가 민주적으로 소통되고 평등하게 공유되는 방식이 아니라 비민주적이며 불평등한 방식으로 진행돼 교회 안의 갈등이 발생, 심화되는 것이 문제다. 평신도와 목회자 모두가 복음을 증언하며 사는 삶이 '교회 성장'이라는 목표로 축소, 왜곡되면서 우리 교단 역시 목회자, 남성, 개교회 중심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성장해 온 측면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평신도는 목회자는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명에 있어서는 같은 부름을 받은 존재들이다. 성도의 사명이 교회 밖의 삶으로 확장되는 측면에서 평신도의 역할은 매우 특별하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목회자는 평신도들이 증언적 신앙생활인으로 살아가도록 예배와 예전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세상 속에서 행해져야 할 평신도의 증인사역을 지지할 평신도 양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복음에 대한 신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한 말씀의 선포와 사회적으로 소외된 성도의 위로와 양육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복음의 증언사역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목회자와 평신도가 상호 소통하며 서로의 독특한 사역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자신의 사명을 수행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물질주의, 개인주의, 경쟁을 통한 성공지상주의의 가치에 교회 역시 매몰되어, 교회 프로그램의 참여자로만 성도들을 대상화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사역의 역할과 범위, 내용은 더 다양하게 마련해 가되 교회 내의 기관, 성도 간의 위계적 차별성은 극복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목회자는 평신도와의 관계에서 상위에, 남성은 여성 성도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교회는 총회와의 관계에서 개별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존재해 왔기에 사회적 영향력, 개인의 성숙을 동반하지 않은 교회의 성장만 이뤄졌다. 성장을 위해 포기하고 무시해 왔던 요소가 이제 교회의 본질적 결함이 되어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 교단의 성평등성은 우선적으로 보완, 개선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교단총회는 2013년 10월부터 양성평등에 대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보급하고 있으나 총회 홈페이지에 기록된 조회수는 1700여 회에 그치고 있다. 개교회화 된 교회가 총회의 상황과 사역에 유기성이 부족하기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 동영상에는 "남녀 모두 행복한 교회가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교회입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이 불행한 교회에서 남성 역시 행복할 수 없다. 여성과 남성의 평등성을 강조할 때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하면서 교회의 성불평등성에 대하여 여성의 책임으로 무마하려는 태도는 여성지도력의 성장과 양육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교회의 불평등성을 보여주는 점임을 교회와 여성 양자가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함께 성장하고 행복한 평등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여성평신도의 적극적 노력과 여성 지도력의 양육과 성장을 위해 미온적이었던 교회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과 여성

우리 총회의 헌법 제1편 교리 제5부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서 제5장 인간 5항에 "이러한 상태에 빠져 있는 인간을 하나님은 그의 은혜로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게 함으로 의로움과 거룩함을 얻으며, 창조 때의 원상태를 회복하고, 나아가 완전한 구원에 이르게 한다. 구원받은 인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고후 5:17), 인종과 계급, 그리고 남녀의 구별 없이 동등한 특권을 누린다.(갈 3:27~28).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인권은 하나님이 주신 은사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권수호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롬 8:31~34)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헌법은 인간에 대한 평등성을 강조하고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로부터 비롯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교회는 이러한 복음과 헌법의 정신을 성도의 삶에 교회의 사역에 내면화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헌법이 명시하는 인간 평등성에도 불구하고 다시 헌법은 교회 안의 직분에 대해서는 차별적 법조항을 지탱함으로 동등성을 일관되게 실행함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교단은 여성차별이 매우 두드러지게 들어나고 있는 교회이다. 물론 우리교단만이 아니라 현재 한국교회의 상당부분이 복음이 천명하고 있는 인간 평등성에 부합하지 않는 위계적 특성을 내면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신분, 성별, 나이 등의 차이를 서열화하여 차별하는 부정적 유교정서가 한국교회에 내면화 된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위계적 서열의식에 남성을 더 우위에 두고 가치 있는 성으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문화가 덧입혀져 교회 안 여성의 지위는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우리교단도 예외가 아니다. 숫자로만 봐도 총회의 1500명 총대에 여성이 1%도 되지 않고 있고, 수십여 명의 시무장로가 있어도 여성 장로는 한명도 없는 교회가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위에 서술했듯이 위계문화만이 아니라 헌법에서 합법화하고 있는 성차별적 구조는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교단 헌법에서 집사와 권사의 자격에 각각 35세의 남자와 여자로 성별 구분을 하고 있는 것이 교회 사역의 성별 분업화를 지속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성별 분업의 특성은 사역의 효율성보다는 성차별을 발생하게 하여 그 차별을 고착화 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에 매우 심학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집사의 직무 경험을 한 남성 집사가 장로로 피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성별로 나뉜 집사와 권사의 직분형태가 성차별적 교회구조화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판단된다. 이에 평신도위원회는 성평등적 법조항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교회와 여성

교회에서 여성은 행복한가? 한국교회의 여성 성도들이 아파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신음소리 조차 낼 수가 없다. "잘 믿으면 문제가 없고 축복받고 만사가 형통한다"라는 기복신앙, 성공주의 축복신학이 많은 성도들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 폭력 남편과 이혼도, 동거도 못한 채로 외롭게 살아가는 여성들, 평생을 교회봉사를 하며 헌신하며 살아왔지만 돌아보니 아픈 몸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며 신앙적으로도 흔들리고 있는 장년기 여성들, 어린 시절 경험한 성적 학대와 폭력으로 신앙생활에 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성도들, 원치 않는 임신, 낙태, 그로 인한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는 청년 여성들의 고통에 우리는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여성 평신도의 삶의 변화(transformation)를 위해 힘(empowering)을 주지 못하는 지역교회는 결국 평신도, 목회자, 성도 간의 관계를 단절하게 하고 나아가 성도들 스스로도 자기 존재 자체와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많이 모이고, 모이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교회를 더 크게 짓고 부흥하여 교회의 자산과 예산이 커지면 지역사회를 돕고, 선교를 하며 교인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여성 평신도들은 현재의 교회가 자신을 어떠한 방식으로 위로하고 여성을 위한 돌봄의 사역을 해 왔는가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는 세계교회를 향해 메시지를 남겼다. 그것은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함께하자 (Join the Pilgrimage of Justice and Peace)'는 제안이었다. 또 WCC 사전대회에서는 교회의 리더쉽 형성에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참여가 필요함을 한 목소리로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교회는 이 제안들을 성평등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여성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수 집단으로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주류와 전통에서 소외되도록 스스로 허용한 것을 돌이켜, 다시 적극적인 신앙의 형태, 삶의 방식을 선택해 가는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여성안수가 됐느냐, 여성장로가 있느냐는 등의 기본적 질문에서 더 나아가 교회의 성평등적 개혁과 변화를 위해 우리 여성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여성 스스로가 가진 의존성, 자신 스스로가 이차적이며 보조적인 존재라고 인정해버린 자발적 불평등성을 회개하여야 한다. 이러한 자발성이 교회의 위계적 불평등성을 유지하게 한 요소임을 깨닫고, 교회 안에서 여성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자유를 획득하기 위하여 구체적 노력을 해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자유가 또 다시 권력화 되지 않도록 참된 성도로서의 성찰적 특성을 습득해 가야 할 것이다.

교회와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존재할 권리, 생존할 권리, 평등문화를 누릴 권리,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낼 권리, 안전하게 존재 할 권리를 마련하는 일 등 다양한 과제를 발견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여성간 연대의 경험과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여성 스스로 주변화 돼 있었으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구호와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겨 지속적이며 반복, 순환적인 소외를 생산해 온 우리의 모습을 회개하고, 부지불식간에 주변화하고 무시해 온 신앙공동체의 또 다른 소외집단을 발견하여 그들을 교회의 중심으로 초대하는 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청년, 어린이, 청소년, 장애우, 가난한 자, 덜 교육받은 자, 무국적자, 노동이주민,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 난민 등을 교회의 의사결정 구조 안에 반영할 방식을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여성의 관점이 반영된 교회, 노회, 총회 차원의 교육내용을 개발하도록 요청해 지역교회의 여성들에게까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여성평신도 신학을 개발하고 성평등적 성서해석, 성차별적 가르침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와 방식을 총회, 노회, 교회의 각 차원에서 기획, 실천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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