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함께하신 하나님(상)

항상 함께하신 하나님(상)

[ 연재 ] 은혜의뜨락

김경식 장로
2014년 02월 13일(목) 09:57

필자는 순박한 시골 학생이었으며, 부농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병상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후 가세가 기울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형님은 군 복무 중이어서 집안 농사일은 모두 나의 몫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소죽을 쑤어 주고 등교했으며, 하교 후에는 망테기를 둘러매고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 풀을 뜯어 먹도록 했다.

풀을 베며 듣는 종달새의 노래 소리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선물한 천상의 음악과도 같았으며, 정서적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 돌아와서 내일 아침 소죽을 위해 풀을 썰어 놓고 저녁식사를 마치면 9시가 넘는다. 그 이후 시간은 나의 공부 시간이다.

피곤한 몸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금세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세수를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지만 잠을 이기지 못해 때로는 책상에 엎드려 밤을 세우곤 한다. 가물 때는 논에 물을 대고 잠도 자지 못한 채 학교에 가기도 했고, 방학 때는 김매기를 하는 등 매일 참으로 바쁜 시간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생활했기에 시골 생활은 매우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성장한 필자는 무룡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가 퇴임한지 4년이 지났으며, 이제 봉사활동에 힘쓰고 있다. 울산의 기관이나 단체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은퇴장로로서 교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36년의 교직 생활 동안 나는 교사, 교감, 교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특별한 재능은 없었지만 열심과 애정은 다른 사람보다 많았다고 생각한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헌신적으로 일했던 기억은 학교 생활의 큰 보람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돼시 관내 학교 중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일은 한없는 기쁨을 주었고,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 교내 시설물들을 확보한 일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의 길을 선택하고 싶은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본교 재학생으로 소년원에 가서 교육을 받았고,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학생이었다.

이 학생에 대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나니 교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설득하고 감동 받도록 해 학생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일과 후 학부모를 본교에 내방하도록 해 면담을 한 후 교장실 바닥에 꿇어앉도록 했고, 담임교사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꿇어앉도록 한 후 학생을 교장실로 불렀다.

교장실에 꿇어앉아 있는 어머니와 담임선생님을 보는 순간에 학생은 대성통곡하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해 교장실은 난장판이 됐다. 아무리 애써 보아도 설득되지 않아 결국 필자도 바닥에 꿇어 앉아 학생 이름을 부르니 그제야 조용해졌다. 이 후 학생도 꿇어앉도록 하여 손을 잡고 간절히 설득한 후 함께 손을 잡고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기도를 마친 후 학생을 보니 자세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너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간절하게 이야기한 후 학생의 결심을 물었다. 그는 앞으로 잘못한 일에 대해 처벌을 받고 성실히 학업에 임하며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학생이 직접 끓어 앉아있는 담임선생님과 어머니의 손을 잡아 일으키게 한 후에 잘못을 사과하도록 했고, 필자도 일어서서 그 학생을 끌어안고 격려했더니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학생을 자주 면담하면서 예수님과 성경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느낌을 물으면서 교회에 나올 것을 권면했다. 이 일이 있은 후 3개월 만에 교회에 나가 등록을 하게 됐다. 이러한 모습을 본 어머니도 같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해 매우 열성적인 신자가 됐다.

교직 생활이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85학년도 고등학교 담임 재임 때가 가장 그랬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처벌하는 일이 무척 힘들고 어려웠다. 우리 반은 성적, 언행, 환경미화, 출결 등에서 항상 꼴등이었다. 고심하던 중 마음에 결심을 하고 종례 때 "모두 담임이 잘못 지도하여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내가 한 시간 동안 의자를 들고 벌을 받겠다"고 말하고 한 시간 동안 벌을 섰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그 후 학생들의 손을 잡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다음날부터 학생들의 태도는 아주 좋아졌으며, 모범반으로까지 불리게 됐다.

무룡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진담훈담'이란 특색사업으로 인성교육에 힘써왔다. 이 말은 '학교장의 참다운 이야기,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지속적인 인성교육의 의지를 담고 있다. 필자는 교장이 된 후 예절, 효도, 질서, 마음가짐, 애국심, 자신감, 국경일, 명절, 기념일, 실천, 인내심, 공부, 특기, 독서, 취미생활, 목표, 희망 등에 훈화 주제 선정과 내용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특히 기독교에 관한 내용을 첨가하여 자주 훈화하니 학생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시작돼야 하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아주 명쾌한 명언이다. 또한 학교에서는 일정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몸에 배도록 반복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잘못했을 때에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즉시 주의를 환기시켜야 하며, 가정에서는 부모의 의지, 학교에서는 교사와 관리자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또한 훈화시간을 통해 성경의 인물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니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교회에 나가는 학생이 증가돼 큰 보람과 감동을 느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항상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었다. 

김경식 장로
울산제일교회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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