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든 짐승에게 물어보라"

"이제 모든 짐승에게 물어보라"

[ 연재 ] 프리즘

김형민 교수
2014년 01월 27일(월) 11:59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국내에서 발생해 전국 가축농가가 초비상에 돌입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벌써 다섯 번째이다. 전남 영암 오리농장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충남 부여는 물론 최근 경기도 화성 시화호에서 채취한 야생철새 분변에서도 검출돼 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AI는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합니다. 이에 감염된 닭, 칠면조, 야생조류 등은 높은 폐사율과 급격한 산란율 감소를 가져온다.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조류는 예방차원에서 모두 살처분된다. 큰 혼란과 공포에 빠진 것은 가축농가만이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AI에 감염된 사례가 없다지만 지난 주 24일 중국에서 다시 5명의 사람들이 고병원성 AI 환자로 판정을 받으면서 인체감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설 연휴로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공항과 항만의 검역소도 비상검역에 돌입했고 축산 종사자와 관련 차량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까지 내려졌다. 그리고 보면 AI로 인한 혼란과 공포 앞에서 우리 인간들은 병든 동물의 고통과 아픔보다 자신의 먹을거리와 생존만을 염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광우병과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그랬지만 수많은 오리와 닭들이 살처분되는 끔찍한 광경을 보면서 과연 동물은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은 오랜 세월동안 인간에게 많은 혜택과 도움을 준 생활의 동반자요 가까운 친구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이 동물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서로 도우며 살도록 여섯째 날에 함께 지어주셨다(창 1:24~25). 심지어 하나님께서는 육축에게도 안식일의 쉼을 허락하시며 이들의 생명권을 보호해 주셨다(출 20:10). 동물은 결코 인간이 마음대로 다루어도 좋은 생각 없는 존재가 아니다. 도리어 성경은 하늘을 나는 조류들을 빗대어 인간의 어리석음과 신앙적 무지를 고발하기도 한다. "공중의 학은 그 정한 시기를 알고 산비둘기와 제비와 두루미는 그들이 올 때를 지키거늘 내 백성은 여호와의 규례를 알지 못하도다.”(렘 8:7) 파멸로 치달으면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인간을 구해준 발람 이야기를 통해 동물의 영적 능력까지도 살펴보게 된다(민 22:23~33). 신약성경에서 사도 바울은 동물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고난과 운명의 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 소망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간다. 바울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고대하는 구원에 대한 갈망을 알고 있었다(롬 8:18~22).

오늘날 동물이 병들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로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육류탐욕을 들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등이 발생하는 이유가 동물의 복지는 무시한 채 오직 더 많은 육류를 얻기 위해 밀집 사육장을 만들고 동물들을 대량생산해내는 현대식 공장사육에 그 원인이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렇게 본다면 AI로 인한 위기도 그 책임이 동물보다는 일차적으로 인간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이 선하게 지어주신 창조의 세계 속에서 우리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육류의 절제이다. 몇 천 년 동안 육류에 탐닉해 온 인류가 그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의 식탁에서는 물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개최되는 모든 향연에서 육류소비를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경은 동물을 인간의 위치로 끌어올리지도 않지만 사물로 격하시키지도 않는다. 동물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요 인간과 함께 구원을 열망하는 피조물의 한 부분임을 고백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의 욕구충족만을 위해 동물의 고유한 존엄성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이는 창조의 평화를 깨뜨리는 비신앙적 행위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도 단지 수단이 아닌 언제나 동시에 목적 그 자체로 대우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의 사태를 인간이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인이요 지혜자 욥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이 모든 문제가 어째서 발생하게 되었는지 한번 동물에게 물어보자(욥 12:7). 얼마나 인간에게 하고픈 말이 많을까!

김형민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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