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성의 눈으로 보는 교회

교회 여성의 눈으로 보는 교회

[ 여전도회 ]

신옥수 교수
2013년 12월 30일(월) 17:03

:한국교회 파트너십 문화 형성을 지향하며
 
I. 들어가는 말

개신교 선교 128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성장과 부흥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는 성령의 주도적인 역사와 인도하심과 함께 수많은 목회자들의 헌신에 힘입은 바 크지만 동시에 교회 전체 구성원의 약 70%에 달하는 교회여성들의 신앙의 열정과 봉사의 열매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교세의 약화와 더불어 한국사회 안에서 그 위상이 실추되고 신뢰를 상실하는 등 한국교회는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 한국교회를 향하여 근본적인 교회 개혁과 갱신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드높아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교회의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운동들이 전개되고 있다. 21세기 교회론의 가장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는 '평신도의 재발견'이며 모든 교인의 평등성에 기초한 교회의 민주화이다.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남녀 파트너십에 근거한 교회의 민주화를 위해 교회 여성들이 펼쳐온 지속적이고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 본 교단(예장통합)에서는 주로 여전도회의 총회 기관인 여전도회전국연합회와 각 노회와 교회의 여전도회원들을 통하여 긴밀하게 이루어졌다.
 
본 고(稿)는 교회 안의 파트너십에 대한 성서적ㆍ신학적 이해를 모색하며, 이를 토대로 하여 한국교회 여성의 현실을 살펴보고 특히 본 교단 여전도회 연합회의 사역과 활동에 대한 신학적 분석과 평가를 시도한다. 또한 한국교회의 파트너십 문화 형성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한국교회 여전도회의 위치와 역할을 재조명하고 미래 교회 여성들의 방향 및 과제에 대하여 전망하고자 한다.
 
II. 교회 안에서의 파트너십
 
1. 교회의 본질과 기능 및 직제에 나타난 파트너십
 
1) 교회란 무엇인가?
 
교회, 곧 '에클레시아'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불러낸(ek-kaleo)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교회는 하나님에 의해 부름 받고 선택받아 파송된 신자들의 공동체(communio sanctorum)이다. 신구약성서 속에 나타난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the image of the Triune God)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를 가리킨다.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상으로부터 구별된 성도들의 '모이는 공동체'이면서 이 세상 속으로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는 '흩어지는 공동체'이다. 또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 이해는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모든 지체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차별 없이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뿐만아니라 교회는 성령께서 인도하시고 성령에 의해 유지되며 변화되어 가는 성령의 공동체이다. 성령의 은사 공동체(카리스마적 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성령의 은사의 다양성과 통일성 아래 차별과 억압 없는 상호 헌신과 섬김의 공동체이다.
 
2) 교회의 기능과 사역
 
이와 같은 교회의 과제를 이루기 위한 교회의 사역과 기능은 케리그마(kerygma), 코이노니아(kononia), 디아코니아(diakonia), 마르튀리아(martyria)로 구성된다. 즉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다"(롬 10:9; 고전 12:3)라는 오순절 성령 강림을 체험한 제자들의 신앙고백이 케리그마의 중심이며, 이는 예배, 말씀 선포, 성찬, 교육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또한 코이노니아는 "서로 사랑하라"(요 13:34-35; 롬 13:8; 벧전 1:22; 행 2:42, 44, 46)는 말씀에 따라 하나님 사랑에 기초한 이웃 사랑의 계명에 순종하는 삶을 가리킨다. 이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의 관계에 근거한 친교와 교제의 삶이며 교회 안에서 형제, 자매 공동체로서의 사랑의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디아코니아는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마 25:30, 45; 요 13:16)라는 말씀에 기초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서 나타난 '섬기는 종'으로서의 사역에 근거하고 있으는데 초기 교회와 교인들의 사역의 중심은 디아코니아였다. 제자의 길로서의 디아코니아는  타인을 위한 봉사의 삶으로서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이다. 마지막으로 마르튀리아는 "나의 증인이 되리라, 하나님과 화목케 하라"(사 43:10, 12, 44:8; 행 1:8, 2:47; 마 28:18-20; 고후 5:20)는 말씀에 근거한다. 즉 교회의 존재 목적은 모든 문화와 상황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사역에 있다는 것이다.
 
3) 교회의 직제의 기능적 평등원리에 근거한 파트너십
 
① 목회자와 평신도의 파트너십
 
성경이 가르치는 직제는 계급이 아니라 직능일 뿐이며, 모든 직제는 평등하다. 신약성서에서 평신도(laity)에 해당하는 헬라어 '라오스'(laos)는 '하나님의 백성'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 하나님의 평등한 백성이다. 초대교회는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에 차이가 없었으나 점점 평신도 중에서 교회 교역에 책임지는 제도, 즉 장로를 세워 교회를 대표하고 장로들 가운데 교역을 전담하는 안수 받은 교역자인 목사, 감독 등을 만들어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를 포함하는 하나님의 백성은 평등한 직제 위에 직능의 구별만이 있다. 다만 그 맡은 역할에 있어서의 독특성이 있을 뿐이다(고전 12:4-11). 평신도는 목회자의 동역자이다. 평신도는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이므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의 기초와 성령의 인도하심에 놓여 있다. 이에 평신도는 교회의 교육, 친교, 봉사, 선교에서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교육, 봉사, 친교, 선교의 주체들이다. 평신도는 다양한 은사와 직분에 따라 사회적 경험과 전문적 재능을 동원하여 교회 교역의 동역자가 되어야 한다. 평신도는 인종, 국적, 계급, 성별의 차원을 넘어 하나이므로 교회의 통일성과 보편성을 물려받는다.
 
②남성과 여성의 파트너십
 
예수는 하나님나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남녀를 평등하게 대우하셨으며 특히 여성의 실존적 지위를 향상시키셨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인간, 여성과 남성,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깨뜨리고 왜곡시켜왔던 모든 죄의 권세가 종말론적으로 부정되고, 성령 안에서 새로운 삶의 질서가 시작되었다.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이 종말론적으로 극복되고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종말론적 현실을 선취(先取)하며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사역에 남녀 동역자로 함께 부름받았다.
 
무엇보다도 삼위일체 하나님의 관계가 바로 파트너십이다. 창조와 구원 및 새 창조에 있어서, 그리고 기도와 사랑의 사역에 있어서 하나님은 파트너십을 누리신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페리코레시스의 관계 속에서 상호나눔과 섬김, 사귐의 관계를 누리는 파트너십의 모델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파트너십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의 파트너로 삼으셔서 태초 이래로 지금까지 변함없는 신실한 사랑의 파트너십을 보여주셨으며 우리에게도 그것을 요청하신다. 하나님은 남녀인간을 동등하게 창조하셨으며, 피조물로서 인간은 자연과 함께 하나님의 사역을 이루어가는 동등한 파트너이다. 이렇게 하나님과 인간, 남성과 여성, 인간과 자연은 파트너십을 이룬다. 이러한 파트너십의 관계는 "섬기는 종"의 관계이다. 그런데 섬기는 종은 자신이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타인에 대하여 진실한 조력자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2. 교회 역사 속의 파트너십
 
초기 교회는 성령의 능력으로 모든 차별 구조를 철폐하고 상호적 섬김과 나눔의 사랑의 평등공동체였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교회는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질서적인 성직주의(clericalism)를 도입하여 평신도를 교회의 사역에서 전적으로 배제시켰다. 종교개혁은 이러한 구조를 개혁하고 초기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하는 운동이었다. 교회는 '성도의 교제'(communio sanctorum)이며 신자들의 모임이다. 마틴 루터(M. Luther)는 '만인 제사장설'(priesthood of all believers)을 주장함으로써 목회자와 평신도의 평등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최근에 이르러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에서 평신도의 발견이 이루어졌고, 이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사상과 함께 확대되었다. 현대 교회는 평신도 사역이 교회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평신도를 사역의 대상이 아닌 사역의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제자 훈련, 성경공부 등 각종 훈련 프로그램과 소그룹, 가정교회와 목장, 셀 그룹, 팀 사역 등을 통해 평신도를 깨우고 목회자와 함께 사역하는 새로운 형태가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 교회는 가정교회의 형태였으며, 상당수 여성들이 가정교회의 여주인으로서 책임적으로 리더십을 행사했다. 그러나 기독교가 로마제국 속에서 점차 세력을 확대해 가던 2세기부터 여집사 제도가 폐지되었으며, 콘스탄틴 대제의 기독교 공인과 함께 성직에 대한 특권(이교도 사제들에게 주던 재산세 면제와 군복무 제외 등)이 제도적으로 확립되면서 여성의 성직 안수는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
 
교회의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여성의 리더십은 사라지고 여성들은 가정의 영역에 머무르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성과 속의 이분법에 따라 여성의 성직 배제와 함께 가부장적이며 위계질서적인 차별의 공동체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중세교회 역시 여성은 '잘못 태어난 남성'(the misbegotten male)이요 열등한 존재이며 부정하고 유혹하는 존재로서 성직에서 배제되는 성차별적 구조와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교회에 대한 이해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곧 지배체제에서 평등한 사귐의 공동체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의 인간화와 교회의 민주화는 복음의 정신을 회복하고 초기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한 운동인 것이다. 현대 교회는 목회자의 동역자로서의 평신도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으며 파트너십 목회의 다양한 형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교회는 폐쇄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조를 벗어나 열린 교회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III. 한국 교회여성의 현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비약적인 성장과 부흥의 원동력은 교회 여성들의 헌신과 희생적인 활동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 안에 여전히 상존해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가부장적인 문화와 유교적인 관습의 폐해도 확인할 수 있다. 초기 한국개신교 교회는 여성 해방의 종교로 소개되었으며 여성교육을 주도하고 여성의식을 계발하여 여성으로 하여금 가정과 교회 및 사회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초기 기독교 여성들의 다양한 리더십이 교회가 제도화되어가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듯이, 한국교회 또한 선교 초기 교회 부흥에 지대한 역할을 감당했던 전도부인들의 위상이 약화되었으며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여성들의 리더십은 교회 안에 자리 잡지 못하게 되었다. 여성 안수 대신 권사 제도를 만들어 시행해온 한국교회는 여성들에 대한 제도적ㆍ의식적인 차별과 억압을 행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1. 성차별적ㆍ비민주적인 교회 구조와 문화
 
한국교회는 전체 교인의 약 70%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지배적이다. 일부 교단을 제외한 다수의 교단이 여성에게 목사 및 장로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뿐 아니라 대체로 여성들에게는 교회의 정책 수립이나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다. 단지 주방 봉사, 꽃꽂이, 청소, 바자회 운영, 구역심방, 안내와 같은 교회 행사 보조의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여성들의 역할로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남성목회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전히 평신도와 여성들이 배제되고 소외되어 있다. 교회에서 남성목회자는 말씀의 선포와 교육 등 목회의 생산자로 규정되며 여성은 단지 수동적인 소비자로 규정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으로서 주체성과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 안에서 평등하게 책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2. 여성안수를 통한 교회의 민주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에서 1996년 여성안수가 시행되어 첫 여성목사와 장로가 배출된 지 어느덧 17년이 흘렀다. 60여년을 눈물과 기도와 투쟁으로 기다려온 교회 여성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실제로 교회 민주화를 위한 제도적 개혁의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1994년에 이루어진 여성 안수 법제화이다. 2012년 여목사 1,498명, 여장로 622명의 가파른 수적 증가를 보이며 바야흐로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전환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본 교단은 여성안수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리더십을 활용하고 활성화하는 데는 매우 인색했다.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총회 총대의 수에서이다. 2012년 97회 교단 총회에서 여성 총대는 14명(목사 4명, 장로 10명)으로 전체 1,500명의 총대 중 0.9%에 불과하다.
 
또한 회의석상에서 여성 총대의 발언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이는 비록 여성안수가 허용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정치적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있는 지위나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목회현장에 그대로 이어진다.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개 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기 힘들며, 설령 안수를 받았다고 해도 전임사역의 기회를 갖기가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다. 2012년 장신대 여 신학생 교육 및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여성 목회자에 대한 편견을 누가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해 전체 응답 중 여성평신도, 남성 목회자, 여성 목회자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도회가 꿈꾸는 교회의 모습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해 직분이나 역할이 제한되지 않아야 하며 남녀가 함께 파트너십을 지니고 교회를 성장시키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그동안 여전도회를 운영하며 리더십을 발휘해온 여성들은 제직회나 위원회의 주요 부서나 당회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감당하며 건강한 교회를 형성하고 교회가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여전도회는 지교회에서 여목회자를 적극적으로 청빙하여 교회현장에서 남녀 목회자가 함께 조화롭게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여성평신도를 교육하는 등 지속적으로 분위기 조성에 힘써왔다.
 
3. 한국교회 안에서 여전도회의 위치와 역할
 
1898년 여전도회가 평양 널다리골교회(장대현교회)에서 이신행에 의해 처음 조직된 후, 이 모임이 발전하고 확산되어 1915년에 11개 지(노회) 연합회가 결성되었으며, 1928년에 교단 총회의 허락으로 전국연합회가 창설되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교단에서 "유일한 여성 단체로 인준 받은 법적 기관이다."
 
초창기부터 여전도회는 여성의 선구자적 역할을 감당하였으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여성, 복음을 전하는 선교여성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전도회 창립은 가부장적 유교문화와 관습에 갇혀 있던 이 땅의 여성들의 인간화의 여정에 크게 기여했다. 여성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회복과 해방을 경험하는 데 있어서 여전도회의 역할은 지대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초기 여전도회원들은 선교와 전도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1970-80년대 한국교회 성장의 주요 동력을 제공했던 교회개척과 전도, 구역활동과 심방 및 기도회, 헌금과 구제 및 봉사와 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폭발적인 한국교회의 부흥을 이끌어왔다. 이렇게 여전도회원들은 목회협력자요 동역자로서 개 교회의 부흥과 성장에 기여해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전도회는 여성 평신도 리더들이 개 교회에서 목회자를 돕고 섬기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여전도회는 여성 평신도들의 리더십 훈련과 선후배 사이의 멘토링을 통해 친교와 봉사 및 선교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전국여전도회연합회는 1983년 계속교육원을 개설하여 지속적으로 평신도 여성 의식을 고취하고 여성 리더십을 훈련함으로써 수많은 한국교회 여성 리더들을 육성하였으며 교회의 민주화에 기여해오고 있다. 계속교육원 5대 설립 목적은 성서연구를 통한 복음적 신앙 확립, 교회와 사회에 봉사하는 교회여성, 교회 민주화와 여성관 정립, 여전도회 연합운동의 지도력 개발, 선교신학을 정립하여 세계로 향한 선교여성이다. 특히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한국교회여성문제연구소를 1989년 개설하여 여성신학 연구, 교회 여성의 봉사, 교회의 민주화를 위한 여성리더십 개발, 여성 안수 등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이는 한국교회 여성의 인간화와 교회의 민주화를 위한 한 알의 씨앗이 되었으며 그 노력들이 서서히 열매 맺기에 이른다. 이렇게 한국교회 내 여성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여전도회의 헌신의 열매는 본 교단 내에서 1933년부터 헌의해온 여성안수가 1994년에 법제화되는 쾌거를 낳았다.
 
그러나 여성 안수 허락 이후에도 교회의 민주화가 빠르게 진전되지는 않았다. 적지 않은 교회가 여성목사의 청빙에 매우 소극적이며 오히려 청빙을 기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남성목회자와 평신도만이 아니라 여성평신도들이 여성 장로를 세우고 여성목회자를 청빙하는 일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에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성서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교회여성의 의식화 뿐 아니라 여성 리더십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으며, 새로운 시대적 사명인 교회 안에서의 모성애 문화 확산을 추구하는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는 여성적 특성인 배려와 섬김의 리더십으로 남성 중심의 남존여비 문화를 남녀 파트너십 문화로 변혁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여전도회는 교회 안의 남녀 차별의 비민주적 제도를 변화시키며 교회의 인간화 혹은 민주화의 실현에 헌신해왔다. 120여년의 여전도회 역사 속에서 여전도회는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숙을 위해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여전도회원의 수가 감소하고 그들의 참여가 약화되는 현상을 볼 때 여전도회 자체 내 세대 간 소통을 위한 노력이 요청된다. 최근 '젊은 교회여성 의식 실태조사' 결과, 여전도회 활동에는 65%가 참여하고 있는데, 20대와 30대와 40대의 참여율은 각각 8.4%, 52.9%, 72.9%이다. 여전도회연합회의 활동에 참여하는 20대와 30대와 40대의 비율은 각각 0.3%, 0.2%, 1.9%이다. 따라서 이들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젊은 목회자들 가운데 여전도회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인식으로 인하여 여전도회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여전도회를 해체하거나 혹은 여전도회를 존속시키지만 연합활동을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연합 사업에 협력하지 않는 교회도 적지 않다. 최근 셀이나 목장 등 교회 내 소그룹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여전도회의 연합활동이 활동이 축소되고 약화되는 현상에 대한 신학적ㆍ목회적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IV. 한국 교회여성의 내일: 한국교회 파트너십 문화 형성의 과제
 
한국교회는 급격한 교회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전통적 구조를 개혁하고 새로운 교회의 방향을 모색하는 여러 가지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주로 '모이는 교회'로서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는 목회자 중심적이며 개교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 또한 성장주의를 표방한 프로그램 중심 목회의 특성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담임 목회자 중심의 독재적 리더십의 부정적 영향이 교회의 비리와 부패에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남성적인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평신도 위에 군림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유교문화와 가부장적 문화에 기인하는 교회의 직분에 관한 계급적 이해로 말미암아 교회 직분이 세속화되어 그리스도의 몸의 하나됨을 훼손하기도 한다. 이러한 개 교회 중심 구조는 교회 개혁을 어렵게 하며 교회 연합운동을 약화시킨다. 그러므로 교회의 진정한 갱신과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1. 목회자와 평신도의 파트너십이 이루어지는 건강한 교회
 
이성희에 따르면, 기존의 성직자 중심의 사역 패러다임은 평신도 사역의 확대로 인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즉 이전에는 성직자가 주도적인 위치에서 평신도는 목회자와의 종속적 관계에서의 협력자였으나 최근에 이르러 평신도는 목회자와의 협력적 관계에서 동역자로서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교회는 평신도 사역이 극대화되며 평신도 사역을 통한 교회 성장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직자에게 의존되어 있던 사역의 패러다임을 평신도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목회자가 모든 교인 위에 군림하거나 또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관계를 위계질서적인 관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상호적인 관계 속에서 교회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역자로서의 이해가 필요하다.
 
21세기 한국교회는 지배와 복종의 상하관계나 위계질서에 의한 교회구조와 조직이 서서히 변화되어가는 추세이다. 교회 안팎에서 권위주의적인 목회 리더십도 점차 민주적 리더십으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다. 평신도는 이제 더 이상 목회의 대상만이 아니라 목회 동역자가 되어야 한다. 이는 남성목회자들이 독점해온 교회의 권력집중을 분점해가는 과정에서 여성목회자의 공간이 확보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래 한국 교회는 목회자가 교인들로부터 자신에게 힘을 집중시키는 목회가 아니라 교인들에게 힘을 부여하는(empowering) 민주적 리더십을 수행해야 한다. 목회자와 평신도의 차이는 직분의 높고 낮음의 차이가 아닌 평등한 관계에서의 기능상의 차이임을 상기해야 한다. 21세기 한국 교회는 성직자 중심체제에서 평신도와 더욱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제로 변화될 것이며, 또한 그래야 한다.
 
2. 남성과 여성의 파트너십이 회복되는 교회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남성과 여성의 파트너십이 회복되는 통전적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 안에서 건전한 파트너십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남성목회자들의 의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이 실제로 모든 목회의 권한을 갖고 있으며 정치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남성목회자들은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리더십과 남녀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인정해야 하며 교회와 사회에서의 남녀평등의 문제나 여성의 인권과 지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앞장서야 한다.
 
21세기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동역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역에 있어서 점차로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을 극복하는 것이다. 남녀 목회자뿐 아니라 남녀 평신도들 사이의 고정된 성역할의 담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성서연구를 통한 접근방식과 함께 의식변화의 공간 확보, 무엇보다도 제도와 관행을 고쳐나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남녀 모두가 남성적 가치와 여성적 가치로 인정되어온 것 모두를 수용해야 한다. 남성은 말씀 선포와 교육의 수행자, 의사결정자로서 그리고 여성은 그 결정의 집행자, 심방자로 역할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지금까지 남녀의 고정적 역할로 규정된 일들을 상호 분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특권으로서의 리더십이 아니라 나눔과 섬김으로서의 리더십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교회 안에는 세 그룹의 여성 리더들이 존재한다. 여성목회자(목사 및 전도사), 평신도 여성 지도자, 여성목회자 사모들이다. 비록 개교회 목회현실의 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겠지만, 사모는 목회 동역자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감당할 수 있고 또 해야한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교회는 이 세 가지 상이한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여성들의 관계가 긴밀하거나 화목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미래 한국교회의 건강한 파트너십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이 세 그룹 사이의 건강한 동역자 관계의 형성이 우선적이다.
 
또한 여성목회자와 여성 평신도 리더들은 부드러운 파트너십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전도부인으로부터 시작하여 여전도사들이 교회의 리더로서 여성평신도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고, 개 교회 여전도회를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었다. 따라서 평신도 여성들과 여목회자는 긴밀한 관계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3. 생명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교회 여성
 
오늘날 한국교회의 물량적 교회 성장주의나 대교회주의는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최근에 떠오르는 새로운 교회의 패러다임은 유기적 공동체요 건강한 공동체이다. 즉 모든 지체의 건강과 능동적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건강한 교회가 추구되고 있다. 교회는 유기체(organic body)로 이해되고 있으며 모든 교회의 구성원들이 평등하고 친밀한 유기적 공동체이다. 그런데 모성애에 기초한 신앙 공동체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생명공동체를 지향한다. 다시 말하면, 생명공동체적 교회는 교회 안의 사람들 사이에서 권력의 나눔이 제도화되어 어느 한 생명이 차별이나 억압을 받지 않게 배려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목사-장로-권사-평교인의 위계적 권력지향성도 극복되어 파트너십으로 바뀌고 개개인이 하나님 앞에 홀로 선 생명체로서의 교회 내의 직분수행과 성장을 통하여 교회도 개혁해 나갈 수 있다.
 
4. 제도적 차원의 제안들
 
이런 맥락에서 한국교회의 파트너십 문화 형성을 위한 제도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남녀 파트너십 문화를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단과 개교회 차원의 지원이 요청된다. 첫째로, 남성과 여성이 함께 모여 양성평등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뿐 아니라 교회구조를 양성평등 구조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정책을 세우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양성평등위원회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대한기독교감리회(기감)에 양성평등위원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우리 교단에서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지 않도록 총회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제98회 총회에서 신설 허락됨)
 
둘째로 미국의 연합장로교회(PCUSA)나 감리교회(UMC), 그리고 호주의 연합교회(UCA) 총회에는 "Women's Ministries(여성사역부)"와 "Gospel and Gender"(복음과 성)이라는 부서를 통하여 교회의 모든 영역과 활동에서 남녀 차별없이 동등하게 양성이 사역하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여성지도력 개발, 교회 내 정책결정, 여성신학적 작업 및 예전에 주도적 기여를 하고 있으며, 세계 선교의 사역을 지원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의 파트너십에 근거한 여성사역을 책임지고 있다. 본 교단에서도 총회 산하 여성사역 부서신설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정책의결기구에 여성참여 학보가 필수적이다. 여성안수가 시작되면서부터 그동안 지속적으로 총회를 향해서 여성할당제에 대한 줄기찬 요구가 있어왔다. 그것은 여성총대 30%를 각 노회에서와 총회에 할당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변화의 시기가 도래하기까지는 점진적인 방식으로 여성들에 대한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와 같은 제도를 신설하여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 조치는 미국의 반차별 정책(anti-discrimination)에서 유래하는데, 단지 소수자(minority)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는 것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소수자들에게 일종의 특혜적인 배려를 해주자는 것이다. 물론 이는 역차별 논쟁에 휩싸일 수 있지만 양성불평등의 교회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제안될 수 있다. 
 
사실 여성할당제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현 정부도 사회 각 분야에서 강력하게 권장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우리는 할당제보다는 여성우대조치를 총회에 건의하고 제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강제적인 할당제보다는 향후 10년 안에 매년 1%, 2% 늘려가는 방식으로 총회총대 비율을 10%, 15% 늘리는 느슨한 여성우대조치가 더 적절하고 현실적이다.
 
V. 나가는 말
 
오늘날 한국교회는 중요한 전환기에 서 있다. 한국교회가 지난 1세기 동안 이룩한 성장과 부흥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비판과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하여 쇠퇴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개혁된 교회는 언제나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는 개혁교회의 원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 극복 및 갱신을 위한 바른 교회론의 정립을 요청하며 교회 개혁의 동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성서와 복음의 정신에 따라 건강한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 문화 형성이 시급한 과제이다. 초기교회 공동체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잃어버린 자리를 되찾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남성들과 함께 평등한 관계 속에서 사역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전통과 문화 속에 들어 있는 가부장주의와 성차별주의, 여성 억압적 권위주의 등을 극복하고 남녀목회자들과 남녀 평신도들과 건강한 파트너십을 이루며 힘차게 사역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신옥수 교수(장신대 조직신학)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