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가 밝은동산으로

황무지가 밝은동산으로

[ 여전도회 ]

송재숙 원장
2013년 12월 23일(월) 10:46

'농번기 계절 탁아소', 지금은 생소하게 들리는 명칭이지만 1980년 전후에는 농촌지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현재 여전도회전국연합회의 여전도회작은자복지재단의 기원은 1970년대 도시 빈민촌과 농어촌, 탄광지역의 아동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한독아동복지선교회(설립자 고 황화자 박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의 호남작은자의집(무료양로시설)은 당시 한독아동복지선교회의 지원으로 교회를 통해 시작된 농번기 계절탁아소에서 시작되었다.
 
한 가난한 교우가 결혼반지를 내놓아 그것으로 어린이 놀이기구를 마련하고, 실내 공간도 없는 흙바닥이 탁아소의 교실이었고 교우들이 삶아 가져다준 고구마와 밀가루 부침개가 이들의 점심이며 간식거리였다. 교회(영송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같은 아동복지선교사업은 가난하고 소외된 농어촌 아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의 둥지였다. 1980년대까지 어린이집 사회복지서비스가 지속되었지만 농촌의 이농화와 출산률 감소, 노인인구의 증가로 이곳 농촌지역에서는 새로운 복지사업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고민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 고민의 결과는 농어촌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건립으로 결정되었다. 온 교우들이 가능한 외부단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하여 시설을 준비하기 위해 헌금에서 우선 송아지 네 마리를 구입하여 기르기 시작했다. 이 송아지들이 크면 팔아서 기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유자차를 만들고 청정건조해산물을 팔아 기금 마련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기본적인 자금을 마련하는데도 턱없이 모자랐다. 이 때 전에 탁아소 운영을 위해 도움을 주었던 작은자복지선교회(현 작은자복지재단)의 황화자 총무님께 다시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몇 몇 교회와 목사님들, 그리고 후원자들을 통하여 기초 자금이 마련되어 토지를 매입하고 농가주택으로 신축하게 되었다. 벽돌을 기증해주신 분, 건축 기술로 봉사해 주신 분들, 자원봉사자들의 땀으로 작은 건물이지만 복지시설이 모습을 갖추어갔다. 또한 당시 작은자복지선교회와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병합되어 순천 지역의 여전도연합회에서 후원해 주시고 필요한 비품을 마련해 주셨다.
 
1995년 여름이 되면서 무의탁 어르신 한 두 분이 입소하시기 시작하여 그동안의 수고의 열매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다. 운영에 있어서 재정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시설 직원이나 봉사자가 없어 가족들이 이를 대신해야 했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보는데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사회복지현장에 있으면서 그 때가 가장 보람도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고 눈물을 많이 흘렸던 것 같다. 1999년 사회복지법인이 되면서 직원문제와 운영에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여전도회전국연합회와 작은자복지재단, 지역연합회의 뜨거운 관심과 기도, 재정지원과 후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호남작은자의집과 밝은동산은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날 수 없었다. 낙후된 산간벽지의 황무지가 밝은동산의 땅으로 바뀌었다. 더 아름다운 동산이 되도록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시고 자원봉사해주신 분들의 고운 마음에 이곳 산골 작은자의집의 신선하고 아름다운 솔향(松香)을 선물로 전해드리고 싶다.

송재숙 원장(호남작은자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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