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로서의 교회

어머니로서의 교회

[ 여전도회 ]

박경수 교수
2013년 04월 25일(목) 14:56

[여전도회 월례회 자료집]

교회개혁자 칼뱅은 자신의 책 '기독교강요'에서 교회를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사람에게는 교회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나를 잉태하고, 낳고, 기르시는 것처럼 교회는 신자들의 영적 생명을 양육하는 어머니의 품과 같다. 아무라도 어머니가 없이는 태어날 수도 없고 바르게 성장할 수 없듯이, 신자에게 교회가 없이는 그 영적 생명이 자랄 수가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어머니 교회의 품 안에서 자랐다. 교회에서 하나님이, 예수님이, 성령님이 누구신지를 배웠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고, 제자의 삶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교회는 내 영적 생명의 자궁이자 요람이다.
 
첫째, 교회가 어머니라면 교회 안의 지체들인 우리는 모두가 한 가족이다. 교회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진정한 하나님의 가족을 이루는 곳이며,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 안의 연약한 지체들을 은혜로 품는 곳이다. 세상에는 적자생존의 경쟁이 난무하지만 교회는 가족이기에 사랑의 섬김이 우선이다.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결혼이고, 또 하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공동체이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이기에, 한 지체가 아프면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교회는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형제요 자매들'이 모인 가족이다.
 
둘째, 어릴 때에는 어머니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장성하면 어머니를 떠나야 한다. 아무리 교회가 좋다고 해도 항상 교회 안에만 머물 수는 없다. 교회 안이 더 편하고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장성한 신앙인이라면 이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우리를 '세상'의 소금으로, '세상'의 빛으로 살아가라고 파송하시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머니인 교회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이제는 교회가 '세상'을 살리기 위한 공동체임을 알고, '세상'을 구원하는 누룩이 되라는 것이다. 교회 안에만 머물고자 한다면 "젖만 먹고 단단한 음식은 먹지 못하는 어린 아이"(히 5:12~14)가 될 것이다. 이것은 부모의 마음을 심히 아프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변화산 위에 머물 것이 아니라 마을로 내려가야 할 때이다.
 
셋째, 어릴 때에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장성한 후에는 어머니를 돌보아야 한다. 요즈음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흔쾌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는 괜찮으니까', '내가 다니는 교회는 그렇지 않으니까'라는 생각은 아예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교회는 언제나 하나이며 보편적이기 때문에 나와 너가 분리될 수 없고, 내 교회와 네 교회가 별개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아플수록 자식들은 더 어머니를 사랑으로 감싸고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은 좋을 때든지 궂을 때든지 가족이다. 어머니는 건강할 때든지 아프실 때든지 어머니이다. 이럴 때일수록 "이 교회 위하여 눈물과 기도로 내 생명 다하기까지 늘 봉사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자녀들이 절실하다.
 
어머니 교회는 언제나 내 사랑의 대상인 동시에 안타까움의 대상이다. 부디 한국교회가 새로운 생명들을 품어내고 양육하는 건강한 어머니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또한 우리 자신이 새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고, 장성하면 세상 속으로 떠나보내는 '어머니 교회'이길 소망한다.

박경수 교수(장신대 역사신학)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