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쉼을 허락하시는 주님"

"내 마음의 쉼을 허락하시는 주님"

[ 여전도회 ]

성미경
2013년 04월 01일(월) 11:21

여전도회 전국연합회 작은자복지재단이 펴내는 '선교와 사회복지'에 실린 밝은동산 물리치료사 성미경 씨의 원고를 게재한다.<편집자 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
 
처음 요양시설에 근무를 하게 되고 시설 세미나에 참석을 하면 이 말씀은 제 마음에 와 닿은 말씀 중 하나였다. 하루하루 어르신을 섬기는데 있어서 이 말씀은 항상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제 마음을 붙잡게 하는 말씀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쭉 해오기는 했었으나 항상 병원이라는 큰 기관에서 근무를 하면서 주님보다는 세상에 빠져서 살 때가 많았다. 그렇게 살아오던 저에게 이 곳으로 인도하셨을 때는 어떤 쓰임을 받게 하시려고 인도를 하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시설이라는 곳이 어색하고 불편하고 처음으로 PT실에서 혼자 근무를 해야 하는 분위기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떤 어르신들은 보호자들이 매주 방문하시고 부모님을 뵈러 오시는 반면, 어떤 어르신들은 보호자 방문없이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것이었다.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필자를 유독 이뻐해 주시는 할머니 한분은 늘 "미경아, 우리 이쁜 딸아. 언제 나 좀 집에 데려다주소. 집에 가고싶어 죽겄네. 3월 초 아흐레날이나 같이 가보믄 어쩌까~"라고 말씀하셨다. 예전에 지내시던 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계시는 할머니를 볼 때면 항상 마음 한편이 아프다. 아무리 치매라는 무서운 병으로 금방 잊어버리시기도 하시지만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가족들이 시설이라는 곳에 본인을 맡겼다는 현실이 어느 어르신들께는 본의 아닌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아픈 마음을 가진 어르신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무엇으로 그분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그 무엇보다도 가족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항상 어려운 숙제이기는 하지만, 작은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항상 낮은 자의 마음으로 어른신들께 사소한 말 한마디와 사소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수요예배와 구역예배를 어르신들과 드리면서 음악 반주 없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에 부족한 실력이지만 피아노 반주를 함으로써 주님의 일에 쓰임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주님 안에서 작은자를 섬기면서 제 마음의 여유와 쉼을 허락해 주심을 느낀다. 주님께선 세상에 빠져 지내던 저에게 이런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시고자 이곳으로 인도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물리치료라는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시설상황을 봤을 때 어르신들께는 서비스 차원의 치료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저 시원한 느낌을 받고자 하시는 어르신들이 찾아오시고 또한 제가 직접 가서 치료해 드리고…. 그렇지만 어르신들이 '시원하다~ 아이고 좋다~'라고 말하실 때면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어르신들께 말 한마디 건네고 안아드리고 주저리주저리 대화도 나누고 박수치며 같이 노래 부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어쩌면 사소하고 작은 일들이지만 제가 없으면 이 어르신들이 이 작은 기쁨마저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어떤 일보다 값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항상 지금처럼 어르신들 잘 섬기고 한 번 더 찾아뵙고 어르신들이 주님의 나라에 가실 때까지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옆에서 보살펴 드려야겠다.
 
저는 항상 기도한다. "주님, 희망의 끈을 놓치고 외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임을 주님께서 아시고 이 땅의 부모들이신 어르신들을 기억하시고 위로 하옵소서. 항상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주시며 그들을 불쌍히 여기사 예비해 두신 영원한 장소를 바라봄으로 하루하루의 삶이 기쁨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성미경 물리치료사(밝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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