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가족'에서 '선교적 가족'으로

'선교사 가족'에서 '선교적 가족'으로

[ 여전도회 ]

이종실 선교사
2013년 03월 25일(월) 16:24
여전도회 전국연합회가 후원하고 있는 본교단 파송 체코 선교사 이종실 목사가 여전도회로 보낸 선교편지를 발췌해 게재한다.
 
지난 해 연말 내가 섬기고 있는 꼬빌리시 교회 예배가 전국에 체코 국영 라디오 방송으로 실황 중계되었다. 우리 꼬빌리시 교회에 한국인들이 있다는 것을 기독교 뉴스 매체는 물론 전국 모든 뉴스 매체들이 다 알고 있다. 예배시간에 아들 이현우 집사의 간증이 있었다. 어린나이에 체코에 들어올 때 있었던 일들, 체코생활의 첫 발을 디디며 겪었던 어려운 일들을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체코-한국어 사전이 없어 체코-영어사전을 찾은 뒤에 다시 영어-한국 사전을 찾으면서 단어를 공부하면서, 더구나 생존을 위해 배워야할 단어가 변형이 일어나서 사전에 나오지 않아 애를 먹던 에피소드들(체코어 단어 명사는 성을 갖고 있고 단수 복수가 있으며 각각 7개의 격변화가 있음), 간신히 식품점이란 단어의 뜻을 알아냈지만, 초창기에는 식품점에 간다해도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상품을 지금처럼 소비자가 임의대로 고르도록 진열한 것이 아니라 점원에게 필요한 식품의 이름과 무게를 모두 주문을 하면 직접 갖다 주었다. 식품 이름과 체코어 무게 단위를 몰라 점원이 보여주는 고기 덩어리를 통채로 샀던 일, 그리고 낯선 나라의 문화와 언어 극복은 물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었던 정체성 혼란과 사춘기를 동시에 극복해야만 했던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그리고 앞으로 체코와 한국 아버지와 미국과 한국 어머니의 정체성 사이에서 자기 자신 보다 더 큰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될 체코에서 태어난 자신의 딸에 대한 염려도 털어 놓았다.
 
그리고 그 고민의 해답을 자신의 경험에서 찾았다. 꼬빌리시 교회는 단지 외국인으로 도움만 받는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정체성을 자신에게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자신의 딸과 가족 모두가 꼬빌리시의 하나님 나라 가족 공동체로서 성도의 교제가 자신들의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게되는 힘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한국인, 체코인, 미국인 이전에 꼬빌리시의 하나님의 백성이 자신들의 고향이며 뿌리라고 고백을 했다. 방송이 나간 직후 청취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이 들어 왔다. "간증을 통해 교회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외국인들의 어려움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간증을 들으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 등의 전화를 꼬빌리시 교회의 체코 목회자들이 받았다.
 
이제 저희 교단도 선교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저와 같이 선교현장에서 3세대가 함께 살아가며 선교적 삶을 살고 있는 선교사 가정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어떤 가정은 아들이 선교사가 되어 직접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저희들의 삶의 경험들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저희들을 뒤따르는 후배들에게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선체험들이 될 줄 믿는다. 그래서 저희들의 삶의 변화와 위기와 갈등 모두를 예민하게 관찰하면서 이 경험들이 어디서 오는지, 개인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인간의 보편적 삶의 과정인지 스스로를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온 가족이 눈에 보이는 세상의 욕망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하고 크신 하나님의 영광과 그의 나라만을 바라보고 그 나라만을 갈망하며 이 땅에서 함께 계속 살아가려는 마음들로 하나 될수 있도록 기대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 줄 믿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후손들에게 나의 삶인 선교를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인생의 우선순위로 두느냐의 가치관과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드는 자기싸움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가 실현되는 것이지, 우리가 어떤 유능한 사람들이 되느냐에 의해 선교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체코 이종실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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