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기자가 간다-충주 은혜교회

체험, 기자가 간다-충주 은혜교회

[ 연재 ] 기자체험-충주 은혜교회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3년 01월 11일(금) 16:26
[체험, 기자가 간다]

흙냄새 물소리 구수한 농촌 교회학교는 아이들의 '놀이터'

   

【충주=신동하차장】"부릉 부르릉..." 1월 첫째 주일인 6일 오전 8시 30분, 김태웅목사가 힘차게 승합차 시동을 걸었다.

김 목사는 히터 온도를 높였다.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탈텐데 따뜻하게 덥혀놔야죠."

충북 충주시 소태면 야동리에 위치한 은혜교회. 지난 몇 년간 출생신고가 거의 없었다는 지역에 교회는 위치해 있다. 설립 35년 된 전형적인 농촌 교회의 교회학교 일상을 들여다봤다.

은혜교회에는 교회학교 차량 봉사를 할 인력이 없다. 부교역자도 없고, 40명 남짓한 성도들은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그래서 담임 김태웅목사가 직접 주일마다 아이들을 태우러 간다.

김 목사는 부임 13년 차다. 흙 냄새, 물 냄새가 좋아 시골을 택한 그다. 김 목사는 "오늘은 7마을을 돌아야 한다"고 했다.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첫 번째 집에 도착했다. 경적을 살짝 울리니 박진아(초등 4)ㆍ박구름(초등 1) 자매가 나왔다.

차에 오른 자매는 기자의 신분부터 묻는다. 마을에 흔하지 않은 젊은 사람이 나타나서다. 안정감(?)을 주기 위해 "목사님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자매는 지난 한 주간의 일상을 김 목사에게 조잘조잘 쏟아낸다. 어제 먹은 떡볶이 맛으로 시작해 밭에서 눈썰매를 탄 얘기며 옆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두 번째 집에 왔다.

백광훈(5세) 군 집이었다. 광훈이 아버지가 김 목사에게 도라지즙을 건넨다. 김 목사는 "부모님들이 수고 많다고 가끔 뭘 주신다"고 말했다.

버스 간이정류장에서 아이들 몇 명이 합류하며 시끌벅적 해졌다. 오디오에서 찬양이 흘러나오자 어느새 합창공연의 장이 됐다.

제설이 되지 않은 길을 가고 있으니, 정준우(6세)ㆍ정민우(5세) 형제가 아빠와 함께 썰매를 타고 다가온다. 형제가 차에 오르자 이번에는 '소영이네 토끼 죽은 것'이 대화거리로 나왔다.

김 목사는 "아이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정겹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예진(초등 4) 양은 탈 때부터 주먹을 꽉 쥐고 있다. 기자가 물어보니 헌금이 안에 있단다. 예진이의 손에는 천원이 쥐어 있었다.

아이들을 태운 승합차는 9시 20분이 되서야 교회로 왔다. 원래 9시부터 교회학교가 시작이지만 아이들을 태워오는 시간 형편에 따라 변동이 있다.

예배당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아이들은 장의자가 있지만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교회학교 예배는 통합으로 진행된다.

김태웅목사는 "아이들이 적다 보니 미취학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 통합교육을 한다. 때로는 4~5명의 청소년들도 같이 하기도 한다"며 "공동체성도 기르고 서로 보살피며 예배를 드리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고 말했다.

준비찬양 3곡이 이어졌다. 반주는 김태웅목사의 부인 이금현씨가 맡았다. 교사 역할을 할 성도가 마땅히 없어 이금현씨가 반주자, 교사, 말씀을 전하는 1인 3역을 소화해낸다.

기도에 이어 교독문을 읽고 사도신경 후 다시 찬양이 이어졌다. 김은영(7세) 양이 낯선 기자를 쳐다보고 있자, 박소미(고 1) 양이 다독거리며 찬양을 같이 부르게 한다.

   

"자, 말씀을 배울께요." 이금현씨가 요한계시록 22장 13절을 펴라고 하자, 박소영(중 1) 양이 "요한계시록은 성경 맨 뒷쪽이야"라고 동생들에게 큰소리로 말해준다.

"하나님께서는 처음과 나중이시며, 우리의 주관자 되신다"는 내용의 말씀이 전해지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따르는 한해가 되겠다"는 아이들의 복창과 함께 7분 가량의 말씀시간이 마무리 지어졌다.

예배에서 화려한 기자재는 없었다. 모두가 구두(口頭)로 진행됐다. 그래도 예배 내내 진지했고 얼굴에는 은혜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기도할 대마다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는 모습이 신앙의 성숙도를 가늠케 했다.

예배 후에는 10분 가량의 공과공부가 진행됐다. 교재는 총회창립 1백주년 기념공과였다. 이금현씨는 "교단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의미도 있고 내용도 훌륭해 총회 공과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배와 공과를 마친 후 떡볶이를 간식으로 준비했다는 말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예배당 한켠 쪽문을 여니 자그마한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서 '떡볶이 파티'가 열렸다.

   

김 목사는 "아이들 수가 적어도 가르치고 양육하는게 재밌다. 신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작고 연약한 농촌 교회지만 사랑의 불길이 솟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혔다.

오전 11시 장년 예배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예배당 옆 공간에서 동화책을 읽었다. 대부분 기증받은 책이지만 종류와 양은 많지 않았다. 예배가 끝나도 아이들은 교회를 떠날 줄을 몰랐다. 마을에서 교회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김 목사는 "우리 아이들이 훗날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살아갈 소중한 인재가 될 것을 믿는다"며 "그것이 시골 교회 목회자의 보람이다. 아이들이 가끔 "목사님이 우리 마을에 계신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할 때가 있다. 나는 행복한 목회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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