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 집 살구꽃

겨울, 그 집 살구꽃

[ 연재 ] 동인시단/시-겨울, 그 집 살구꽃

조경섭집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27일(목) 10:02

[동인시단]

밤새 살구꽃 피었다

간혹 지나쳐도 아무 낌새 없던 그 집 살구나무 흰 살구꽃, 제 품 내밀어 내게 말을 건넨다 행복이라는 거 나처럼 웃어봐 이게 평안이고 기꺼운 순종 아니야? 한때 바람의 날개로 살았지 그러나 한적한 오솔길이 커다란 산으로 이어지는 창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산의 독거가 부러운, 나만의 고립을 꿈꾸리라 다짐도 했었네 햇빛이 차가운 오후를 넘기도 전에 畵工은, 겨울을 텅텅 비우며 조용히 하나로 통일하고 있다 그중 화르르 뛰어내리는 꽃송이들의 발목이 시린 듯 반짝반짝 뛴다 고요를 뭉쳐 한 곳에서 생애를 마무리하는 눈사람이 되어 볼까 분을 참지 못하면 스스로 녹아버릴지언정 무엇에도 떨지 않는 눈뭉치의 기도처럼, 한기가 살구나무 몸피를 휘감는 동안에도 모든 빛깔을 버려 흰빛으로 꽃피우기까지 작은 체온을 겹겹이 덧대고 있는 침묵들, 오랜 소망의 환한 집중이여!

골목 어귀의 흰 돛배, 눈[雪]나비 하늘하늘

살구나무 꽃잎으로 출렁인다


조경섭 / 전주전성교회집사ㆍ본보 기독신춘문예 제13회 시 가작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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