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사랑' 위해 기도를…

가을엔 '사랑' 위해 기도를…

[ 목양칼럼 ] 가을의 기도

김성규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14일(금) 10:50

[목양칼럼]

가을은 하나님의 위대한 선물이다. 높고 맑은 청자 빛 하늘은 하얀 구름 한점으로 더욱 높아지고 조석으로 싸-한 소슬바람이 옷섶을 파고들면 가을꽃 향기가 더욱 짙어져 옷깃을 여민 손은 우리로 기도하게 하는 아름다운 축복의 계절이다.
 
과일 나무마다 충실한 아름 열매가 터지고 한잎 한잎 낙엽이 지면 더욱 붉은 감이 튼실한 얼굴을 드러낸다. 황금색 논의 머리 숙인 벼이삭은 우리로 자연이 주는 깨달음을 통해 풍성한 신앙의 열매를 확인케 한다. 유난히 뜨겁고 길었던 여름에 짜증내며 잃어버렸던 믿음을 회복하고 풍요한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깊어가는 가을은 하나님 앞에 설 때를 생각하는 성도들이 인생의 의미를 겸손히 깨닫아 열심히 기도하며 말씀을 묵상하기 좋은 축복의 선물이다. 이 믿음의 풍요를 나누는 결실과 수확의 계절, 넉넉하고 아름다운 들녘을 바라보면 감사가 절로 나오는 좋은 계절이다.
 
시인 김현승은 한 평생 주님과 동행하며 이렇게 '가을의 기도'를 드렸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가지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생활 속의 감동과 평안이 넘치는 이 시같이 시인 김현승은 한 평생 몸 담았던 대학의 채플시간에 예배당 강단에 올라가 엎드려 기도하다가 그 모습 그대로 홀연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우리 인생도 그렇게 아름답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서양 사람들은 가을을 단지 '수확을 하는 계절'이란 뜻인 '하베스트(harvest)', 또는 '낙엽 지는 계절'이란 뜻인 '폴(fall)'로 불렀다. 편지 속에 노란 낙옆을 넣어 식어 가는 사랑을, 붉은 낙옆을 넣어 끝장난 사랑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날'은 아름답지만 쓸쓸하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그대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이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프랑스의 작가 디디에 드코앵은 지난 2천년 동안 근엄하고 침울하고 서글프고 비통해하는, 언제나 우울한 표정의 예수 그리스도를 익숙하게 보아 왔던 우리들에게 그의 소설 '예수의 웃음(Jesus le Dieu qui riait)'에서 유쾌하게 웃으며 사셨던 예수님의 일생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예수님은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셨고 흥겹고 즐겁게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셨고 우리 모두에게 구원과 영생의 놀랍고도 기쁜 소식으로 다가오신 분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 그 자체로 이 땅에 오셨다. 작가 드코앵이 묘사한 것처럼, 우리에게 환희의 문을 열어주시고 생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소망을 주셨으며 이 땅에서 인간으로 33년을 사시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셨고 그때마다 유쾌하게 웃으셨다. 드코앵의 소설책 표지에는 파안대소(破顔大笑)하시는 예수님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 어떤 성화(聖畵)보다도 더 거룩하고 친근해 보이는 모습이다. 또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온갖 색깔의 천 조각들을 어머니의 힘세고 빠른 손으로 엮어 만든 투박한 누비이불처럼 서로의 아름다운 색깔로 서로 조화를 이루며 화해와 겸허의 마음으로 내민 섬김의 손들이 예수님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어우러져 새로운 도약과 미래가 약속된 아름다운 사랑의 계절이 되길 기도한다.


김성규목사/하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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