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

[ 목양칼럼 ] 바울의 덕(德)

조주희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17일(금) 13:44

[목양칼럼]

고린도전서 8장 31절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 문맥을 보면 상당히 강력한 어조로 명령하는 듯하다. 이유가 있었다.

고린도 지역은 우상숭배가 만연한 도시였다. 당시 고린도 사람들의 모임은 주로 신전에서 이뤄졌으며, 특별히 이 신전은 종교생활의 중심이기도 했지만 상업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신전을 중심으로 조직을 이뤄 활동하여 시장에서 팔리는 고기들은 모두 신전에 제물로 사용된 것들이었다. 따라서 고린도교회에서는 우상제물을 먹는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린도교회에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우상에게 제물로 바쳐졌던 고기를 그리스도인들이 먹어도 되는가?' 사도 바울이 이 문제에 답하는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고린도전서 8장 31절이다.

내용은 이렇다. 믿음이 강한 자들은 당시에 모든 식물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그것이 우상에게 바쳐진 고기라도 먹을 수 있다는 입장을 가졌다. 오히려 양심에 거리낌이 있는 것은 믿음의 연약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반하여 믿음이 약한 자들은 우상의 제물을 먹는 것은 그 우상과 타협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따라서 신앙 양심상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별히 유대교에서 개종한 사람들은 레위기 전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사도 바울의 입장은 4절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상의 제물을 먹는 일에 대하여는 우리가 우상은 세상에 아무 것도 아니며 또한 하나님은 한 분밖에 없는 줄 아노라" 4절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사도 바울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바울은 13절에서 자신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입장을 지지하고 자신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중요한 이유를 들어서 자신은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것은 고기를 먹는 것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입장에서의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입장이 옳고, 그리스도인은 그것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으나 이것 때문에 형제가 실족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옳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필자는 이것을 '그리스도인의 덕(德)'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문제는 사실 신앙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다. 소위 '중요치 않은, 별것 아닌'이란 뜻을 가진 '아디아포라'라면 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이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利)에 밝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지지 않으려는 모습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에게 그리고 교회공동체 안에서 무엇이든지 자신의 입장이 관철되어야 자신이 증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본질적인 문제들 앞에서도 물러섬이 없는 잘못된 신념의 행태가 종종 발견된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교회 안에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 목숨도 내걸어야 하지만 비본질적인 문제들 앞에서는 지는 사람이다. 바울이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처럼 그런 종류의 선언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조주희목사 / 성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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