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군종정책 연구를 위한 국방부 탐방

호주 군종정책 연구를 위한 국방부 탐방

[ 기고 ] 호주 국방부 탐방

이정우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10일(금) 14:44
[독자투고]

필자는 약 10일간 총회 지원과 배려로 해외 군종 정책연구 탐방 차 호주 캔버라에 있는 국방부를 다녀왔다. 호주는 한국 선교에 대해 매우 특별한 나라이다. 1백20여 년 전 장로교 선교사 데이비스가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이후 지금까지 1백26명의 선교사를 파송했고, 그 중 선교하다 한국에서 순교하거나 자녀를 잃어가며 한국을 특별히 사랑한 나라이다. 특히 군사적으로도 큰 도움을 준 나라이다. 6.25 한국전에 1만 7천여 명을 파병하여 도왔을 뿐 아니라, 그 중 3백40명이 한국 전에서 희생의 빚을 진 나라이다.
 
호주는 병과 역사가 1차 세계 대전 당시부터 시작된 우리보다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조직도 탄탄하였다. 1백25명의 현역 군종장교(육군 70여명. 해군 20여명, 공군 35명)의 병과 크기에 육,해,공 각각 군종감들이 장군들이었다(육군 성공회 목사, 해군 신부, 공군 기독교 목사). 해군이 20여 명 밖에 되지 않는데 장군이 있음을 기이히 여겨 물었더니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임무!' 그렇다. 그들은 임무에 의해 시스템이 전문성 있게 가동되었다.
 
현재 5백여 명의 군종장교를 보유한 세계 2위의 크기임에도 장군 한 명도 없는 우리로서는 대단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 필자가 우리와 비교해 보면서 부러웠던 것들 중 하나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그 것은 바로 종교 상호 연합이었다. 호주는 가톨릭과 성공회, 개신교(연합교회, 장로교, 감리교 등)에서 군종장교들이 들어온다. 이들은 자군을 위해 서로 한 회합체를 갖고 있었다. 바로 군 종교자문위원회였다. 이 회합체는 2년을 텀으로 각 종단에서 돌아가며 의장직을 수행한다. 종교자문위원회는 6개 종단의 대표들이 종단별로 지분을 정하여 군에 군종장교를 선발하여 보내는 데 합의할 뿐 아니라, 병과에 대한 비전과 정책들을 장관과 면담하여 자문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우리 환경과 비교해 볼 때 종교들이 큰 틀을 위해서는 서로 하나가 되어 의기투합하는 모습들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개신교 자체만 보더라도 서로 하나가 되기 어려운 우리 환경을 보면서 교리를 떠나 부러운 생각도 있었다.
 
이러한 종교 상호 연합과 한 목소리를 통해 공동체, 특히 군에 영향력을 주고 있는 모습들은 필자가 10여 년 전 공부했던 캐나다 군종시스템을 떠 올리게 했다. 캐나다 군종병과는 군 종교자문위원회(Interfaith Committee)지원과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 이 회합체는 기독교 전통(개신교, 가톨릭)과 유대교, 무슬림 등 민간 종교인들 대표로 구성된 상호 연합체이다. 이들의 역할은 호주 군 종교자문위원회와 비슷하게 군종장교 지분을 정하고 군종병과 내 모든 종교이해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사전에 한 목소리로 필터링을 할 뿐 아니라, 군종정책에 관한 사회적 이슈, 기대, 군종 병과장 추천조차도 그 회합체에서 결정하여 국방부에 올렸다. 특히 군 종교자문위원회는 전문가(신학박사, social worker)를 영입하여 군에서의 목소리를 취합하여 병과 정책에 반영하였다. 종교가 다르고 교리가 다르지만 한 목표를 향해서는 서로 연합하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병과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
 
현재 세계 군종병과를 볼 때, 미국은 물론, 영국, 이스라엘 등 군종병과가 군에 있는 나라는 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캐나다 역시 1백50여 명의 군종장교의 크기이지만 대내외적으로 다부진 조직과 장군 병과장이 총 지휘를 하고 있고, 호주 군종병과는 1백25명의 크기임에도 육,해,공 각각 군종병과장이 장군으로 전문성과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에큐메니칼 정신이 강하게 배어 있다. 군에서 필요한 것은 한 목소리, 연합정신이다. 개개의 목소리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군이 군종병과에 기대하는 것은 선교나 포교가 아니다. 유사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는 사생관 확립이다. 다시 말해 신앙을 통한 전력이다. 이 신앙 전력을 위한 군목들의 활동은 군 선교로도 이어진다.
 
군종병과에 장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문제는 이를 위한 접근 방법이 선교나 포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병 사생관 확립과 신앙전력이라고 하는 명제를 통해 풀어야 될 것이다. 이것은 캐나다나 혹은 이번 호주 병과를 보면서 종교 상호 에큐메니칼 연합 정신이 힘이라고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환경 속에서도 병과의 위상과 군내에서 신앙전력의 강력한 힘이 발휘되기 위해서라도 숙고할 사항이 아닐 수 없다.

이정우목사/대령(진), 총회군종목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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