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의 방 한 칸

무화과의 방 한 칸

[ 연재 ] 동인시단 / 무화과의 방 한 칸

서상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23일(월) 17:15

동인시단

무화과의 방 한 칸


옹이진 가지로 구불구불 뻗은 골목을
낡은 아코디언의 높은음자리를 짚는
숨결로 오른 산동네에 단칸방을 얻는다

골 깊은 슬레이트지붕의 잎사귀 아래에
사방 바람벽을 두른 새파란 열매 속
가난한 살림살이로 벽지에 때가 꼈다

가슴에 빛 고운 꿈을 품은 광합성으로
기미 낀 아내와 살가운 교감을 나누며
벽면에 꽃문양을 맞춰 벽지를 도배한다

꽃잎이 연속무늬로 화사하게 핀 방안
새붉은 심장의 꽃물이 배어난 무화과에
나비의 경첩을 단 문이 새날로 열린다


서상규 / 은혜와진리교회ㆍ본보 기독신춘문예 제8회 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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