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이면

바람 부는 날이면

[ 연재 ] 동인시단 / 바람 부는 날이면

박은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14일(토) 10:45

동인시단

바람 부는 날이면


바람이 분다
철가방을 싣고
자전거 바퀴로 달렸던 길이
외상 장부처럼 펄럭거린다

중국집 최씨 떠나던 밤
태화 반점에 매달린
노란 등불이
내 가슴에서 흔들린다

새벽 예배 때
교회 문 밖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말씀을 듣던
나무젓가락처럼 마른
최씨 모습이
젖은 눈에서
눈물 되어 떨어진다

창자처럼
구불구불한 봉천동 길을
짬뽕 면발 불어 터질까 봐
자전거 폐달을
밟고 또 밟았었는데

설거지 구정물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아내의 손처럼
불어터진 가난 때문이었을까

아무도 없는 새벽
교회 문밖에서
깡마른 몸을
둥근 알처럼 말고서
한숨으로
하나님을 부르던,그가

바람 부는 날이면
내 가슴 속에서
태화 반점에 매달린
노란 등불이 되어 흔들린다


박은혜 / 제자교회 목사 부인ㆍ기독신춘문예 제9회 시 가작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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