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총대 확대, 제도 필요하다

여성총대 확대, 제도 필요하다

[ 여전도회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2년 04월 17일(화) 18:01

'선 전략적 배려, 후 자율 경쟁' 정책
다양성 확대 통한 총회 발전 강조
 
 

   

19대 국회에서 여풍(女風)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교단 내 여성 지도력 확대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11일 진행된 국회의원 선거 결과 18대 때와 비교해 여성 공천자 수 자체는 절반으로 줄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성 당선자가 늘면서 국회에서 여성 의원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개표 결과 여성 후보 66명 중 19명(28.8%)이 당선을 확정지었고, 전체 비례대표 후보 57명 중 여성 후보 28명이 당선되면서 최종적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여성의원은 47명이 됐다. 이는 전체 의원 중 15.7%가 여성으로 채워지는 결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18대와 비교하면 6명이 늘어났다.
 
사회 전반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독교계의 현실은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답보 상태다. 본 교단 총회만 봐도 1996년 첫 여성안수자가 배출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여성목사와 장로가 늘고 있지만 이들이 최고 의결회인 총회 총대로 선출되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단 내 여성 지도력이 제 자리를 찾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버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97년에 열린 82회 총회에서 3명의 여성총대가 참석한 이후 매년 한 자리수를 기록하다 2006년에 10명의 총대가 참석하면서 처음으로 두 자리수 참석율을 기록했다. 이후 2009년 열린 94회 총회에는 모두 12명의 여성이 총회에 참석해 교단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총대가 활동했던 해이지만 전체 총대 1천5백명을 놓고 보면 고작 0.8% 수준에 그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여성총대는 단 한차례도 1%를 넘지 못한 셈이다. 더욱이 2009년 이후로는 여성총대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 들고 있는 것도 여성 지도력 확대를 기대하는 여성계 인사들에게는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형국이다.
 
여전도회 전국연합회 이윤희총무는 "장로나 목사의 수야 당연히 남성들이 많지만 순수하게 성비에 따른 교인 구성만 놓고 본다면 교단 산하 교회의 교인 중 무려 60%가 여성이다"면서, "하지만 여성들이 정작 총대로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 지도력 향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성안수가 통과된 몇몇 교단들의 경우에도 본 교단과 비슷한 고민 끝에 여성참여 확대를 위한 몇 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관시이 모아진다. 지난 해 6월 열린 예장 전국여교역자연합회 39회 총회에서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총회에 인사를 하러 온 기장 총회 여교역자연합회 전규자총무는 기장 총회가 결정한 '여성 총대 의무화 방안'을 공개했다. 기장 총회는 20명 이상 총대를 파송하는 노회들이 의무적으로 여성 총대 1명을 의무적으로 선출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해 열린 기장 총회에는 모두 21명의 여성총대가 참석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장 총회가 이 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 미리부터 총회 안에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사전준비가 철저했지만 무엇보다 2013년 열리는 WCC 10차 총회에 앞서 여성 지도자들을 배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기장 총회의 설명이다.
 
'여성총대 확대'라는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총대로 선출되는 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현재 교단의 총대 선출과정을 보면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아직까지는 교회에서 여성들이 장로로 선출되거나 신학수업을 통해 목사안수를 받는 비율 자체가 남성들에 비해 적다. 자연스럽게 총회 총대로 선출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노회원들 중에도 여성들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여성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노회 정치를 통해 자율경쟁으로 총대가 되는 것은 한 없이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일반정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대 총선 결과 역대 가장 많은 여성 국회의원이 배출될 수 있었던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각 당의 '여성 전략공천'이라는 배수진이 있었다. 다시 말해 여성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현실을 전략적으로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선 전략적 배려, 후 자율 경쟁'이라는 정책적인 판단을 통해 여성들의 민의가 국정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은 향후 국회의 문화, 더 나아가 한국정치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게 한다.
 
교단 총회도 여성들에 대한 전략적이고도 정책적인 판단을 할 시점이라는 게 여성계의 일관된 요청이다. 특히 교단 창립 1백주년을 맞은 올해와 WCC 10차 총회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같은 구상들이 현실화된다면 더욱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여전도회 전국연합회 회장 민경자장로는 "백여년 전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할 때는 남여를 평등한 입장에서 보고 복음을 전하지 않았나. 만약 이제 그들이 한국의 현실을 보면 평등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는 현실이다"면서, "총회 총대에 여성도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계층이 함께 참여한다면 결과적으로 총회가 보다 풍성해지고 오케스트라의 협연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통해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다양성의 확대를 통한 총회의 발전을 강조했다. 이어 민 장로는 "이를 위해서는 총회가 우선은 정책적인 배려와 결단,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음만 힘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여성들이 온 힘을 다 내서 여성 지도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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