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앤처치]"앱, 만들어야 하나요?"

[터치앤처치]"앱, 만들어야 하나요?"

[ 연재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1년 07월 20일(수) 15:46
"우리도 '앱'을 만들어야 하나?"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목회자들이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
 
A목사는 최근 이웃 교회가 3천만원을 들여 '교회 앱'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아 실행해 본다. 설마했는데 설교 영상이 잘도 나온다. 교회 안내는 물론 어느새 지역 정보까지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려놓았다. 아 왠지 '미래지향적 젊은 교회'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A목사는 초조해졌다. 주일 예배 후 장로들을 만난 그는 "우리도 '앱'을 만들어야 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 사용자가 계속 늘어날 것을 감안할 때 선교를 위해 꼭 필요할 것 같았다.
 
비슷한 일로 많은 목회자들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중반이다.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홈페이지 제작 바람이 불었고, 일부 교회들은 과감하거나 무리한 투자로 멋진 홈페이지를 선보였다. 당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세련된 홈페이지는 교회의 자랑이었다. 때로는 어렵게 만든 홈페이지를 통해 큰 긍지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과거를 돌아보면 몇가지 참고할만한 점이 있다.
 
첫째, 컴퓨터의 기능과 역할은 늘어났지만, 사용법은 더 편리해졌다. 홈페이지도 초반에는 컴퓨터 언어에 능숙한 전문가들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만에 '웹 편집기'가 등장하면서 워드 문서를 편집하듯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마우스 클릭만으로도 원하는 홈페이지를 제작하게 됐다.
 
둘째, 해보니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운영이었다. 외부 업체에 의뢰할 경우는 더 더욱 그랬다. 운영 능력에 맞지 않는 홈페이지는 결국 문을 닫고 사라졌다.
 
셋째, 홈페이지에 대한 제작자의 기대화 대중의 반응에는 차이가 컷다. 관계 없는 사람들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일은 드물었고, 심지어 교인들조차 자료가 많은 다른 교회 홈페이지를 이용했다.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럼 A목사는 이웃 교회의 앱을 계속 사용했을까? 그도 호기심에 한번 실행해 보았을 뿐 다시는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앱은 홈페이지와 큰 차이가 있었다. 앱은 설치 과정을 거쳐야하는 프로그램이었고, 기기의 저장 공간까지 차지했다. 그는 결국 이웃 교회의 앱을 삭제해 버렸다.
 
앱 제작 환경은 과거 홈페이지가 걸어온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걷는 속도는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미 프로그램 언어를 습득하지 않아도 앱을 만들수 있는 편집기가 등장했다. 내년이면 카페나 블로그를 만들듯 온라인 상에서 앱을 만들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애플용 안드로이드용을 따로 제작할 필요도 없다. 한가지만 만들면 모든 운영체제에 적용되며, 비용도 훨씬 저렴한 서비스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한 최근 경향은 양방향 및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소셜네트워크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용되지 않는 앱이나 홈페이지를 만들기보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들이 늘고 있다.
 
과거 전문가들이 홈페이지를 처음 만드는 사람에게 해 주는 말이 있었다.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해."
 
홈페이지 제작이든 앱 개발이든 처음엔 경험 이상의 것을 얻기 힘들다. 물론 의미 있는 경험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체계적인 경험이란 한번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실력 향상과 함께 투자를 늘려가는 것이다.
 
훌륭한 교회 '앱' 또는 '모바일웹 페이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앱'이 훌륭하게 되려면 먼저 운영자가 훌륭해져야 한다. 미래지향적 젊은 교회는 앱을 가지고 있는 교회가 아니라 훌륭한 네트워크 운영자들을 가진 교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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