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과 배척 속에 고난받는 난민들

외면과 배척 속에 고난받는 난민들

[ 연재 ] <나눔과섬김> 난민을 돌봐주세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6월 29일(수) 10:02
   
▲ 난민인권센터 사진전의 한 작품, 난민이 고층빌딩 창문 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가족과 조국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한다.

지난 1993년 불법 이주노동자로 우리나라에 왔다가 한 선교단체로부터 전도를 받고 개종을 하게 된 이란인 파미르 씨(가명ㆍ45). 고국에서는 그의 개종을 알게 됐고, 그 또한 신앙인으로서 살기로 작정했기에 고국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고, 약 1년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 끝에 제1호 종교난민 지위를 얻게 됐다. 그는 지난달엔 법무부로부터 귀화 허락까지 받았다. 그러나 파미르 씨가 언제 귀화할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왜냐하면 이란대사관으로부터 이란국적 포기에 관련된 서류를 받아야 하는데 대사관은 그에게 서류를 구비해줄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그는 "한국의 난민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귀화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주변의 다른 난민들의 삶이 궁금해 물었다. 그는 "주변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에서는 난민의 지위를 얻는 것조차 너무나 어렵고, 지위를 얻는다 해도 생계와 주거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너무 어려워 한다"며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직업도 소개해주고 거처도 마련해준다는데 한국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 하루 속히 한국의 난민 정책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세계 난민 1천 6백만 명

지난 6월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 소속,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받아 이를 피해 외국으로 탈출한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포괄적으로 보면 난민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외국으로 탈출하지 못한 국내실향민이나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한 인도적 지위자(humanitarian status) 등을 포함한다.
 
전 세계에는 약 1천6백만 명의 난민과 약 5천1백만 명의 국내실향민들(분쟁원인: 2천6백만 명/ 자연재해: 2천5백만 명)이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고통을 당하고 있다.(2007년 말 현재, 출처:난민인권센터)
 
난민은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해 자신의 나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많은 국가들이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를 체약함으로서 난민의 생존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난민의정서 체약국은 1백47개 국이며,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에 가입했다.
 
난민은 난민의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게 되며, 이를 위해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의 체약국(총 147개국, 대한민국은 1992년 가입)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시민사회는 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선 난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전지구적 위기를 가져오는 모든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는 국민국가체제의 모순과 한계로 인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난민에 대한 보호는 인권의 보호를 위한 인류의 노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전세계의 난민 중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에서 발생한 난민이 약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약 4백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아시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동티모르 등 6개 국만이 난민협약에 가입을 한 상태다. 더군다나 이중 6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실제적으로 난민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집행위원회 이사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 한국의 난민보호, OECD 가입국 중 꼴찌

그렇다면 한국의 난민실태는 어떠할까? 지난 2008년 말 기준으로 현재 한국에는 모두 2천1백68명이 난민지위 인정을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단 1백1명만 난민으로 인정됐고, 71명이 인도적 지위를 얻어 체류하고 있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 인구 1백만 명당 2명 꼴로 OECD 가입 30개국의 평균인 인구 1천명 당 2명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난민인권센터(NANCEN)에서는 우리나라의 난민보호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지난 2009년도를 기준으로 OECD 34개 회원국의 인구 대비 난민의 비율을 계산해 보았다. OECD 30개 회원국의 인구 대비 난민 비율의 평균은 0.002%. 즉 인구 1천명 당 2명의 비율이다. 이중 가장 비율이 높은 나라는 스웨덴으로 인구 1천명 당 8명의 비율로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 난민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독일(59만명)이었고 그 뒤를 이어 미국(27만 명), 영국(26만 명)이었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만 명 당 1명꼴(총 난민 수 2백68명)로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바로 앞에 10만명 당 1명으로 일본이 위치해 있다. 한국보다 난민 수가 적은 나라는 아이슬란드(62명)와 에스토니아(24명) 뿐이다.
 
우리나라보다 국토도 훨씬 작고, 인구도 훨씬 적은 룩셈부르크가 약 3천2백명, 아일랜드가 9천5백명, 스위스가 4만 6천 명, 네덜란드가 7만 6천 명을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국제사회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통계다.
 
질적 측면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은 난민에게 매우 가혹하기로 유명하다. 국제적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난민보호 제도 뿐만 아니라 난민과 난민의 보호에 대한 정부 및 사회의 인식 부족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 난민들 생활고 심각

올해의 상황은 어떨까?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국내 난민 신청자 3천73명 중 2백35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난민 신청자의 10%도 채 안 되는 숫자. 체류를 허가받은 인도적 체류자 1백32명을 포함해도 3백60여명에 그친다.
 
우리나라 난민문제 중 가장 심각한 사항 중 하나는 난민 심사의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 현재 1차 난민심사를 전담하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전담직원은 3명에 불과하다. 한해 4백여 건에 달하는 난민심사를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숫자다.
 
언어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출입국관리소가 난민 신청자들과의 면담을 통역 및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오역도 많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난민인권실태조사에서 국내 거주 난민신청자들은 한국은 난민 인정 심사가 오래 걸리고, 심사 인터뷰 때 영어, 한국어 외 언어는 통역조차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난민 신청자들이 겪고 있는 생활고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현재 출입국관리법상 난민 지위를 신청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취업을 할 수 없어 생계수단이 막막한 상황.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발표한 '한국체류 난민 등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조사대상 난민 및 난민 신청자 3백95명 중 43.1%가 생계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의 난민 신청자 생계비 지원 의무화를 포함하고 있는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된 채 통과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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