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가 불쌍해요

그 나무가 불쌍해요

[ 연재 ] 아버지가 들려주는 성경동화<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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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22일(수) 09:37

   
▲ / 그림 지민규 mongri4@paran.com
"아 이거 참 이상해요. 왜 예수님은 이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셔서 말라 죽게 하셨을까요? 무화과 열매 맺을 때가 아니어서 열매가 없었는데 이런 무화과나무 곁을 지나시다가 열매가 없음을 보고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하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나무가 불쌍해요. 참 억울할 것 같아요. 그 나무가 미리 예수님 지나가실 것을 알고 제꺼덕 탐스러운 열매를 맺고 기다리다가 '자 여기, 급하게 맺은 제 열매를 잡수십시오' 했어야 저주를 받지 않았을까요?"

"그 나무가 자기 뜻대로 아무 때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예수님이 너무 하신 것 아닐까요?"

"그래. 그런 의문이 생길 수 있지. 그런데 그 때가 모든 무화과나무에서 무화과를 딸 무르익은 추수 때는 아니지만 나무에 따라서는 더러 좀 이르게 딸 수도 있는 때이기도 했다는거야. 특히 여기 이 나무처럼 잎이 무성하고 활동이 왕성한 나무는 열매를 맺을 수가 있었을 때라는거야. 말하자면 이 나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열매를 기대하게만 하고 실제로는 열매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저주를 받았다는 것이지. 마치 사막의 신기루같이, 차라리 잎이 무성하지 못해서 아무 기대도 가지지 않게 했다면 예수님과 그 일행이 그냥 아무 일 없이 지나쳤을 것인데 기대는 가지게 하고, 실망케 했으므로 저주를 하신 것이란다. 그리고 이것은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고 잎만 무성한 유대교를 꾸짖는 상징을 담은 비유의 말씀이기도 하지."

"아, 알겠어요. 전철을 탔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금방 내릴듯이 반쯤 일어서다가 다시 주저앉아서 실망한 적이 있어요. 그 사람 내리면 내가 그 자리에 앉으려고 잔뜩 기대했었다가 헛물 켠거죠. 예수님 그 때 그 기분이 그와 비슷하셨을거예요."

"참 재미있는 말이다. 남에게 헛 기대를 가지게 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 사기치는 것과 비슷할 수 있거든."

"희망을 주는 듯 하다가 실망을 주는 것, 그거 나쁘지요."
"그렇지. 그래서 예수님은 유대교의 대제사장들, 바리새인들, 율법학자들, 장로들의 말은 듣되, 그들의 행동은 본받지 말라고 하셨단다. 그들이 말은 무성한 잎사귀같이 멋있지만, 사실 꼭 필요한 열매인 실천이 없어서 하신 말씀이란다."

"아아, 지행일치가 안 되었다 그 말씀이시군요."
"그래. 잎이 무성하여 열매가 당연히 있을 법하게 보였으면, 그렇게 보이게 한 책임을 질 수 있게 열매로 자신의 성실함을 보여야 한다는 말씀이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말라'와 맥이 통하겠군요. 그쵸?"

박승일목사 / 춘천교회ㆍ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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