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만들어지는 쓰디쓴 초콜릿

아동학대로 만들어지는 쓰디쓴 초콜릿

[ 연재 ] <나눔과 섬김> 다국적 기업 횡포에 신음하는 제3세계(1)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4월 27일(수) 09:59
   
▲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농장에서 노동하는 어린이의 모습.

초콜릿은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다. 초콜릿은 지친 현대인에게 여유와 낭만을 느끼게 하는 감성적인 식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달콤한 초콜릿이 우리 입에 들어오기까지는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는 원래 약 혹은 식품, 때로는 화폐로까지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1824년 영국의 퀘이커 교도인 캐드베리가 자신의 이름을 딴 초콜릿 회사를 설립하고 초콜릿에 로맨틱한 이미지를 주입시켜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기호식품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캐드베리는 노동자에게 이상적인 공동체를 건설해 주고자 했던 착한 자본가였다. 그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및 복지향상에 중점을 두고 회사를 운영했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그는 수많은 선행을 베풀었다. 그러나 그의 선행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었다. 첫째, 선행의 범위가 자신의 이윤을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한정되었던 것이고, 둘째는 그 선행은 영국인에만 베풀어졌던 것이었다.
 
그는 노예폐지를 주장했지만 정작 자신의 카카오 농장에서의 노예 노동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렇게 로맨틱하고 달콤한 초콜릿은 초창기부터 제3세계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로 버무려졌다.

# 코트디부아르에서의 아동 노동력 착취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 이곳에선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 생산이 주요 산업이다. 전세계 카카오의 40%를 재배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다국적 기업과 이들을 위해 일하는 농민들에 의해 심각한 아동노동력 착취가 자행되고 있다.
 
1849년 노예제도는 비록 사라졌지만 이곳에서는 아직도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는 아동들이 과도한 노동으로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 초콜릿 이면의 진실을 파헤친 서적 '나쁜 초콜릿'의 저자 캐럴 오프는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의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이들은 굶다시피 하며 밤중에는 자물쇠를 걸어 잠근 합숙소에서 자고 수시로 매를 맞았다. 등과 어깨에는 끔찍한 상처들이 있었다. 이는 무거운 카카오 포대를 옮긴 탓도 있겠지만, 그중 일부는 신체 학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를 수확하는 아이들은 초콜릿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은 아무런 보호 장구도 없이 독성 있는 제초제와 곰팡이 살균제를 뿌리는 기구를 등에 지고 하루에 12시간씩 일했다. 농장주들은 노예 노동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학대 행위는 존재한다고 시인했다. 즉, 공짜로 일을 시켰다. 일하다 죽은 아이는 길가에 버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06년 일본 후지텔레비전이 제작한 프로그램에서 만든 '세계가 만일 1백명의 마을이라면4' 프로그램에서는 다음과 같이 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의 일상을 소개해 시청자들을 충격에 휩쌓이게 한 적이 있다.
 
"6살인 코피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강에서 물을 길어오고, 10미터가 넘는 카카오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는 위험한 일을 한다. 그 후에는 손도끼로 열매를 가르고 씨를 빼낸 후 발효시켜 햇볕에 말린다. 식사는 하루에 두번, 밤에는 딱딱한 침대에서 자기 또래의 수많은 아이들과 뒤엉킨 채 잠이 든다. 일하는 도중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앉았다 일어나기 40분' 벌칙을 받는다."
 
코피가 작업한 잘 마른 카카오 씨는 공장으로 옮겨져 카카오매스가 되고, 버터, 설탕, 우유들이 첨가돼 초콜릿이 된다. 물론 코피는 카카오가 초콜릿이 된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아이들을 엄청난 노동 속에 밀어넣으면서 농민들이 버는 돈은 고작 카카오 원두 1파운드에 25센트. 물론 아동들은 거의 돈을 받지 못한다. 농민도 어린이들도 엄청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은 죽을 때까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극심한 노동 속에서 죽어가는 것이다.

# 다국적 기업의 횡포와 인권유린

 
이러한 상황에서는 두 가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그 하나는 '왜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이런 아동인권 유린을 묵인하는가?'이고, 또 하나는 '왜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카카오를 이용해 직접 부가가치가 높은 초콜릿을 만들지 않는가'이다.
 
이러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한 개의 공통된 답을 가지고 있다. 바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 때문"이다.
 
우선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높은 관세로 제3국이 초콜릿 가공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아 놓았다. 코트디부아르에서 가공 및 완제품 생산을 하게 되면 다국적 기업들은 수익창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은 높은 관세 책정 이외에도 코트디부아르 정부에 압력과 로비를 가해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완제품을 만들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극심한 아동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도 정부가 묵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이러한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 속에서 국제 NGO들은 아동노동 착취에 대한 고발을 통해 반인륜적 작태가 당장 중지되도록 국제사회의 여론에 호소하고 국제법 제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시 및 고발에 맞닥뜨리게 되면 다국적 기업들은 겉으로는 아동착취를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지만 홍보대행업체를 통해 기업이 현지에 학교를 지어주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을 언론에 부각시키는 등의 이미지 개선 시도를 한다. 이와 함께 로비스트들을 통해 코트디부아르 정부와 밀약을 추진해 더 이상 이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부각되는 것을 막는다.
 
최근 이러한 제3세계의 현실을 막기 위해 각 나라별로 공정무역 상품이 많이 수입되고 있다. 공정무역이란 노동에 대한 합리적인 댓가를 제3세계의 생산자가 받게 하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그러나 이익에 밝은 다국적 기업들은 공정무역 상품의 시장이 점차 커지자 공정무역 회사가 주로 구입하는 유기농 초콜릿 회사를 인수 합병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그 초콜릿 회사는 다른 식품회사들과 함께 정부를 압박하고 회유해 유기농 인증 기준을 완화시켜 또 다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러한 다국적기업의 횡포는 비단 초콜릿뿐 아니라 커피, 면화, 석유, 심지어는 물까지 다양한 상품군에서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구조 속에서 제3세계는 결코 발전할 수 없으며, 이 나라들에 사는 이들은 결코 극심한 가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참고서적 '나쁜 초콜릿(캐럴 오프 지음, 배현 옮김, 알마 펴냄)',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다나카 유ㆍ가시다 히데키ㆍ마에키타미야코 엮음, 이상술옮김, 알마 펴냄)'

#공정무역도 좀 먹는 글로벌 기업들

아동들의 노동력 착취는 제3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몇년 전 월드컵 열기가 높아지면서 NGO들에 의해 축구공 또한 아동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유럽의 시민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압력을 넣어 공식경기에서는 아동노동으로 만들어진 공을 쓰지 않는다는 규제를 이끌어냈다. 초콜릿에 있어서도 미국 허쉬사의 경우 아이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초콜릿은 수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열심히 일한만큼의 정당한 댓가를 지불함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공정무역의 정신이다.
 
그러나 최근 NGO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공정무역을 감성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용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공정무역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속한 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국적 기업의 수출을 용이하게 하는 공장의 증설, 도로의 증대, 항만시설 정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