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빈곤은 세계교회의 책임

이웃의 빈곤은 세계교회의 책임

[ 연재 ] <빈곤특집4> 빈곤극복 위한 세계교회 및 본교단의 노력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4월 20일(수) 09:39

"오늘날 세계는 지배세력과 제국의 논리 그리고 하나님이 아닌 물신을 숭배하게 하는 신자유주의의 유혹으로 광란의 상태로 몰아쳐져가고 있다. 이 광란의 상태는 인간뿐만 아니라 전 피조물에게까지 확장되어 모든 형태의 생명이 다 위협당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로 하여금 변혁적 선교에 임하도록 부르시고 계신다."
 
지난 2004년 가나 아크라에서 열린 제24차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총회에서 채택된 '아크라 신앙고백 - 경제와 지구의 정의를 위한 계약(Covenanting for Justice in the Economy and the Earth)'의 일부다. 지난 2004년에 모인 세계교회 대표들은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문화 종교에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제세계화(Economic Globalization)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아크라 신앙고백'을 채택하고, 전세계의 교회가 가난한 자들의 고통과 생태계에 가해진 상처에 응답할 것을 촉구했다.
 
'아크라 신앙고백'은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로 인한 가난한 자들의 고통과 생태계파괴에 대해 교회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자성에서 나온 것으로 이후 세계교회의 운동방향을 제시하고, 경제정의 실현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운동을 촉발한 일대의 사건이었다.

# 아크라 고백과 아가페 과정

아크라 신앙고백에 이어 다음해인 2005년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7차 총회가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려 아가페 과정(AGAPE Process, 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 and earth-민중과 땅에 대한 대안적 세계화 과정)을 채택, 전 세계적인 경제구조에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기를 촉구했다.
 
아가페 과정 역시 현 시대를 충만한 생명을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역행하는 세계로 규정하고, 가난한 자들의 고통과 생태계에 가해진 상처에 기독교인이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의 부정의와 생태계 파괴는 단순히 윤리적 문제를 넘어서 신앙적 문제임을 재확인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고발하고, 기독교인들의 경제정의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일련의 흐름은 본교단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본교단 2009년 제94회 총회에서는 '경제와 생태정의를 위한 총회 선언문' 채택하기에 이른 것.
 

이 선언문에서는 지난 수 십 년간 지속되어 경제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빈익빈 부익부의 전 지구적인 경제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부유층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나고 저소득층은 빈민으로 전락되는 현상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이러한 경제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성경과 신앙의 원칙과도 위배되고 나아가서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심각한 도전과 위협"임을 재확인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생태와 경제문제에 대해서 성서적이며, 신앙적인 응답을 해야 하며, 특히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위탁받는 청지기(창1:28, 2:15)로서 우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응답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을 채택하며 본교단 총대들은 △세상의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헌신하지 못함 △세상의 흐름을 극복하는 삶을 살지 못함 △높고 강한 자의 위치를 유지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부르짖음을 듣지 못함 △제물을 하나님처럼 섬김 △하나님나라의 실현을 위해 정의롭게 살지 못함 △창조하신 세계를 잘 보전하고 지키는 청지기의 삶을 살지 못함 등을 반성했다.
 
본교단 총회는 지난 1998년 IMF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제83회 총회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의 신앙각서'를 채택하고 경제위기 속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신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WCC 등 에큐메니칼 단체에서 빈곤극복 주도

WCC는 현재 전세계 빈곤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신학을 정립하고 세계 회원 교회들에 각성을 촉구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지만 ACTS라는 산하단체를 통해 사회봉사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ACTS에는 특히 유럽교회들이 대거 참가, 제3세계의 가난극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유럽의 교회들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전세계를 가난으로 치닫게 하는 구조적 문제나 제국주의적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외에도 WCC는 오이코크레디트를 설립, 세계적인 규모의 소액투자 단체를 운영하며 제3세계 빈곤계층 자활을 돕고 있다. 오이코크레디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리의 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공동체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WCC, WARC, CWM이 공동으로 모여 '오이코트리 무브먼트(의장:박성원)'를 펼치고 있어 이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 모임은 18개 세계의 각 지역에 뿌리를 둔 기독교 사회운동가들이 모여 교회의 사회운동 참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국적 거대 자본이 약소국에 들어와 생태는 물론, 풀뿌리 지역경제를 파괴하는 현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WCC의 중앙위원이자 이 운동의 의장을 맡고 있는 박성원교수(영남신대)는 "현재 WCC 중앙위원회는 폭력극복 10년 운동 이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빈곤퇴치와 기후변화에 대한 의제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에큐메니칼운동은 전세계 거대 자본의 시장잠식을 용이하게 하는 신자유주의가 복음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선을 그었으며 이제는 대안경제로 가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각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교회의 대대적인 경제정의 운동에도 불구하고 개교회와 성도들 차원에서의 각성 및 행동변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풀뿌리 교회의 교인들은 세계교회의 주창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고, 신자유주의의 폐해나 경제정의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목회자를 담임목사로 둔 교인들이 아니면 이러한 설교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비 목회자들인 신학생들 또한, 이러한 지구 차원의 문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본교단 신학대학교에서 이러한 문제를 커리큘럼으로 정하고 교육하는 곳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2013년 WCC 제10차 총회를 준비 중인 한국교회에게는 행사나 이벤트 관련 준비보다도 세계 현실에 대한 반성과 각성, 그리고 이를 통한 행동의 전환이 훨씬 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군사비가 다른 곳에 쓰인다면?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동북아 전략균형'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1조5천3백10억달러로 2008년도에 비해 5.9% 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극심한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특히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4국의 군사비는 8천6백53억달러로 전 세계 군사비의 56.5%를 차지하면서 전년보다 무려 6백12억달러나 늘어났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강대국들의 군사비 지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군사비가 빈곤과 기아 퇴치, 기초교육 제공, 에이즈 및 말라리아 등 질병 치료 등에 쓰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004년 일본 기자 겸 환경운동가 가시다 히데키의 연구에 따르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8억 명을 위한 1년분의 식량을 마련하는데 약 1천억 달러가 든다고 한다. 이렇게 따질 경우 전세계의 군사비만 없앤다면 전세계에 굶어죽는 이들에게 1년치 식량을 모두 나눠주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각 나라간 규약으로 군사비를 축소해 약 4천억 달러에 이르는 개발도상국들의 대외 채무를 탕감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전세계 군사비를 절감하면, 안전한 식수 제공 및 하수도 시설을 건설하고(90억 달러), 에이즈 대책(1백억 달러)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전세계의 군사비만 지구촌 이웃을 돕는데 사용된다면 전세계는 훨씬 더 행복한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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