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빈곤극복에 효과 있나?

UN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빈곤극복에 효과 있나?

[ 연재 ] 10년 넘게 추진함에도 불구, 세계 빈곤 오히려 심각해져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4월 06일(수) 11:00

식량은 지구 인구 두배를 거뜬히 먹일 수 있을 정도로 과잉생산되고 있지만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5초당 한 명의 어린이가 기아로 숨지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8억5천만 명이 기아 상태에 놓여있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 2006년 10월 보고서)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 실현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특히 어린이와 여성)이 하루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15시간 가량의 중노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비인도적, 반윤리적 상황이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같은 지구를 밟고 사는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국제 기구인 유엔을 중심으로 그 활동과 현재의 사역 진행상황을 살펴보자.

# 2015년까지 극빈자 반으로

 
유엔은 지난 2000년 9월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된 밀레니엄 서밋(Millennium Summit)에서 빈곤 타파에 관한 범세계적인 의제로 밀레니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채택했다. 당시 1백91개 유엔 참여국은 2015년까지 빈곤감소, 보건, 교육 개선, 환경보호에 관한 8가지 목표를 실천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 내용의 골자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극심한 빈곤과 기아퇴치: 하루 1달러도 안되는 생활비로 연명해 가는 사람들의 수를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인다.(현재 세계 64억 인구 중 1달러 이하로 하루 생활을 하고 있는 극빈자는 약 13억에 달한다.)

②전반적 초등교육 달성: 2015년까지 세계의 모든 남녀 어린이들이 초등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

③남녀평등과 여성의 권한 확대: 1단계로 2005년까지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 대한 성차별을 없애고, 2단계로 2015년까지 고등교육 기회에서도 성차별을 없앤다.

④영ㆍ유아 사망률 감소: 2015년까지 5세 이하의 유아 사망률 3분의 2를 감소시킨다.

⑤모성건강 개선: 2015년까지 산모 사망율의 4분의 3을 감소시킨다.

⑥HIV/에이즈, 말라리아와 기타 질병 퇴치: 에이즈 전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고 퇴치할 수 있도록 한다. 말라리아와 같은 다른 주요 질병의 감염을 예방하고 퇴치할 수 있도록 한다.

⑦지속가능한 환경 보장: 각 국가의 정책에 지속가능한 개발 원칙을 적용하도록 하고 환경자원의 손실을 방지한다. 전세계에서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인구의 수를 반으로 줄인다. 2020년까지 최소 1억 명에 달하는 빈민촌(slum) 거주자들의 생활수준을 현저하게 향상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⑧개발을 위한 전세계적 파트너십 구축: 세계 무역과 금융 시스템을 투명하고 예측가능하게 하며, 배타적이지 않는 원칙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구축한다. 국내 또는 국제적으로 행위자들에게 올바른 관리체제와 개발원칙을 고수하고 빈곤퇴치에 대해서도 반드시 참여하도록 한다. 최빈국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들을 조사하고 알린다. 빈곤국의 채무상황을 고려해 국가간 협조 방안을 강구한다. 무거운 부채를 지고 있는 개발도상국가들이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부채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국내 및 국제적 조치를 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와 협력해 빈곤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필요한 약품을 용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 또는 시장과 협력해 새로운 과학기술 혜택을 모든 인류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한다.

# 빈곤 퇴치, 요란한 구호로 끝나나?

처음 밀레니엄개발목표가 발표됐을 때 범세계적 이슈의 해결을 위해 각국의 의지가 강하게 표명됐다는 점에서 세계 언론도 유엔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10년이 더 지난 지금 전문가들은 이러한 야심찬 사업의 목표 달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엔특별식량조사관 장 지글러의 비판은 위의 명단에 있는 문제들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히려 여성의 자율성, 전염병, 의무교육, 빈곤과 영양실조의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어 가는 실정이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식량농업기구는 7억 8천5백만 명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집계했는데 2008년에는 오히려 8척5천4백만 명으로 늘어났다. 사하라 이남에 위치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년 이후 해마다 평균 0.5%씩 줄어들고 있다. 1백47개국 중 32개국만이 영유아 사망률을 줄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밀레니엄개발목표가 제시한 8가지 목표를 실제적인 수치를 대며 조목 조목 비판한다. 임산부들의 건강을 증진시키자는 5번 항목에 대해서는 최근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아시아에서 28개국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평을 했으며,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2007년 한해동안 50만 명의 여성이 출산 도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혜택 확대와 전염병 퇴치를 언급한 6번 항목의 달성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2008년 17억 명이 가장 기초적인 의료혜택(기초 의약품, 어린이 예방접종, 입원 치료 등)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8년 통계에 따르면 3천9백50만 명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수치는 지난 2004년 3천6백90만 명에서 증가한 것이다. 의약품 가격과 국제 무역 교류, 기술 이전, 특허 등의 주제에 대한 다자간 협상 없이는 밀레니엄 개발목표 중 어느 하나도 해당 기간 안에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없을 전망이다.
 
아직 유엔의 밀레니엄개발목표가 마무리되는 2015년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지난 10년동안 별 성과가 없었던 것처럼 아무 것도 낳아지지 않은 채 4~5년이라는 시간만 지날 가능성은 너무도 커 보인다. 우리 인간들의 생각과 실천이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굶어죽고, 더 많은 이들이 질병과 억압 속에서 고통받게 될 것이다.

 

# 기아를 만드는 병, 에이즈!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보츠와나. 이곳 농촌 노동 인구의 절반은 에이즈로 사망한다. 에이즈에 걸린 어른들이 사망하면 나이든 노부모나 어린 자녀들은 생계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버린다. 한창 왕성하게 일해야 할 성인의 절반이 에이즈로 사망하다보니 보츠와나의 농업생산력은 급속도로 감소했다. 이러한 악순환은 보츠와나가 기아에서 헤어나올 수 없도록 더욱 더 깊은 수렁 가운데 몰아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HIV 바이러스의 확산은 단시일 내에 기아와 빈곤 퇴치에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한해 에이즈에 새롭게 감염된 인구는 4백30만 명.
 
에이즈 환자의 사망을 막고 에이즈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의약품이 절실하지만 서구의 제약회사들은 지나치게 약값을 높게 책정해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에이즈 환자들은 거의 약도 써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죽어간다. 그 사이 에이즈는 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03년 에이즈로 인해 아프리카 남부에서만 1천2백만 명의 고아가 발생했으며, 이 숫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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