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면 끝? 내가 낸 돈 끝까지 지켜봐야

기부하면 끝? 내가 낸 돈 끝까지 지켜봐야

[ 마이너리티 리포트 ] 구호단체, 시민들의 모니터링 필요해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12월 15일(수) 10:13

지난 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43억2천4백40만7백98원으로 나눔의 행복온도 1.9도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2월~내년 1월의 목표 모금액인 2천2백42억의 1.9%만 모금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나눔의 행복온도가 25도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의 모금액은 이에 너무나 못 미치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겨울철 기부 열기가 식은 것은 얼마 전 발각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유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랑의 열매' 등으로 국민들과 각 기업들에게 성금을 독점적으로 받아온 공동모금회는 지난 10월 업무용 법인카드로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노래방 등의 비용을 계산한 것이 알려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외에도 공채에서 탈락한 직원을 정당한 절차 없이 특별 채용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다른 공공기관의 평균 인상률보다 3배 높게 올리는 등 비상식적인 운영이 알려져 그동안 자신의 돈을 믿고 기부해왔던 이들은 공동모금회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최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성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협회 경인지부 사무국장 등 직원 4명은 2005~2007년 경기도와 인천 지역 학생들의 '사랑의 동전 모으기' 모금액 2억4천2백49만원 중 4백32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 일부 기관의 재정 유용, 기부 전반에 악영향

그 어느 곳보다 결백하고 투명해야 하는 모금운동 주체들의 이러한 비리는 매년 따뜻한 온정이 피어나던 모금운동 열기에 찬 물을 부어버렸다.
 
교계 모금운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도 이러한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 구세군 홍보부장 홍봉식사관은 "사회복지공동모금의 성금 유용이 구세군 자선냄비에 의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시민들의 참여가 예년에 비해 줄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홍 사관은 "이러한 가운데서도 그 동안 꾸준히 후원금을 보내준 일부 기업들이 나눔의 상징인 구세군마저 모금액이 줄어서는 안된다며 예산 집행을 앞당겨 기부해 위축된 나눔문화에 활기를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거리 모금도 지난주까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이번 주는 전국으로 확산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외에도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NGO들의 경우에는 이번 사건의 여파는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월드비전, 기아대책, 컴패션 등 대부분 기독 NGO들은 일대일 결연후원자들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모금액이 줄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 정밀한 감시장치 부족

사회복지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성금 유용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 정밀한 감시장치가 없기 때문. 현재 모금을 하는 단체나 기관들은 기획재정부에서 공익성 기부금 단체 허가를 받고 사후 감시를 받는 과정을 밟는다. 이들은 5년마다 재지정 심사를 받고 자산이 10억 원을 넘으면 국세청 홈페이지에 결산서를 공시해야 한다. 얼핏 보면 기획재정부나 국세청의 모니터링을 받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일반인들은 파악할 수 없는 감시의 구멍은 많다. 모금 주체마다 지역의 지회나 지부가 많은데 많은 경우 본회 혹은 중앙회와는 큰 연관성 없이 독립기관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회나 지부는 중앙회나 본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체 결정으로 모금해 자체적으로 집행을 한다. 중앙회나 본회는 2~3년 주기로 정부의 감사나 점검을 받지만 지방 조직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 보건복지부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를 지도ㆍ점검했지만 경인지부의 횡령사실을 적발하지 못했고, 대한결핵협회가 지난 2006~2008년 법인카드로 유흥을 위해 28차례에 걸쳐 1백69만원을 사용한 사실 또한 2~4년이 지난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났을 정도다.

# 기부자들도 눈을 크게 떠야

그러나, 이러한 재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더 큰 문제점은 기부를 하는 주체인 기부자들이 그 단체의 재정 사용의 적절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단체마다 자신들의 회계감사 내역이나 재정 사역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는 하지만 이런 자료로는 그 단체의 투명성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모금을 실시하는 단체는 회계장부를 천원 단위까지 낱낱이 인터넷에서 공개한다고 말한다.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전문감사인 회계사 이삼규장로는 "일반인들이 단체의 공개 자료만 보고 모금이 제대로 쓰여지는가에 대해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의 감사원이나 기관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며 정부의 모니터링 기준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부를 하고 나면 자기가 기부한 금액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을 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기부문화도 문제다. 특히 고액기부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자신의 기부금 사용내역을 꼼꼼히 보고하도록 기부한 단체에 요구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기관 자체적으로도 자정 노력을 펼쳐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선단체의 재정 신용도 평가가 더 철저해지지 않으면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신뢰할만한 자선단체 재정 신용도 평가 기구가 생겨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컴패션 홍보담당 김현순과장은 기부자들에게 기부를 하기 전에 그 단체의 특성과 운영원칙, 철학 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김 과장은 "기부 전 번거롭더라도 인터넷에 들어가 단체의 재무재표를 살펴보고, 또한,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기관인지를 꼼꼼히 따진 후에 기부해야 한다"며 "기부 전 관심을 가지고 단체의 지원 성향과 철학을 확인한 후 지원하고, 지원 후에도 반드시 모니터링을 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좀더 건전하고 투명한 기부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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